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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2013 FW 서울 패션위크가 끝났다

by macrostar 2013.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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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FW 서울 패션위크가 끝났다. 간단한 후기.

한남동 블루스퀘어와 여의도 IFC로 나뉘어서 진행되었는데 뭐 계속 반복되는 운영상의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는 혹시나 기회가 있으면 다음에 생각해 보기로... 사실 일개 블로거로서 느끼는 고충도 꽤 많고, 지금 분위기로는 구경하는 것도 점점 어려워지지 않을까 싶긴 하다. 이번에 보면서 드는 생각이 다음 시즌은 가능하다면 좀 더 많이 보는 게 나을 거 같은데 과연 어찌될 지.

컬렉션 내용이 따로 모이는 오피셜한 홈페이지는 여전히 없지만 각 패션지 사이트나 서울패션위크(링크) 공식 사이트를 참조하는 게 좋다. 사진은 나중에라도 올라오는 것 같다.



자, 이제 이번 컬렉션 이야기. 물론 더 많은 예산과 더 나은 소재의 확보, 디자이너에게 확보되는 더 많은 정신적인 여유, 창작에만 집중할 수 있는 행정상 뒷받침 그리고 더 좋은 캣워크 환경 - 특히 조명 - 이 있으면 분명히 더 훌륭한 컬렉션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부분은 일단 제외하고 이야기한다. 입어볼 수 없고 만져볼 수 없는 상태에서 말할 수 있는 건 보이는 옷의 모습과 색, 그리고 쇼의 인상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컬렉션을 보면서 이전에 잠시 언급했던 '얇음의 문제'(링크)를 조금 더 확인해 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과연 그러한가,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건 없는가를 조금씩 생각했는데 물론 컬렉션 기간동안 재미있는 옷도 있고, 진지한 옷도 있고, 이번에는 장난을 좀 쳐보자 싶은 옷도 있었다. 다양한 디자이너들이 다양한 2013년 지금의 모습을 보여줬고 그게 이런 대규모 컬렉션의 매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와중에 다시 한번 느낀 점 중 하나는 바로 불균형이다. 전반적으로 구조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매우 완성도가 높고 왕성한 실험 정신을 보인다. 하지만 이에 비해 컬러의 사용 같은 부분에 있어서는 다들 어딘가 망설이는 거 같다. 말하자면 다보탑도 있고, 석가탑도 있고, 정림사지 석탑도 있는데 이것들은 다들 각자의 개성을 자랑하고 고도의 구조미를 자랑하지만 그럼에도 다 화강암 색인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 때문에 간간히 나타나는 화려함도 이 안에 묻혀 버린다. 억새밭 안에 형광색 자켓을 입은 등산객 몇 명 있어봐야 그 곳이 화려해지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쇼가 끝나고 나서 행사장에서 나오는 머리 속에는, 어느 지점으로 회기하는 듯한 전형적인 색감들 밖에 없다. 겹쳐진 레이어드와 정교하게 구성된 옷의 구조에는 종종 감탄하지만, 눈으로 쉼없이 밀려들어와 색감을 인지하는 뇌세포들을 마구 찔러대는 충격 같은 건 느끼기가 어렵다. 여기에는 매력없는 조명의 힘도 한 몫을 한다.

그래서인지 즐겁다, 신난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별로 없다. 그런 점이 많이 아쉽다. 바라는 게 있다면 쇼들이 조금 더 재미있어졌으면 좋겠다. 탄탄하게 끌여올려진 구조와 색감이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지금 이 시점을 관통하며 구축된 완성도 높은 세계를 보는 재미. 쇼가 끝나고 두근두근거리며 집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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