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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Creativity vs Management

by macrostar 2012.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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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을 미리 하자면 이 비슷한 테마의 글을 쓰고 있었는데 먼저, 그것도 잘 쓰고 잘 모르는 이면을 살짝 들출 수 있는 정보망을 포함한 글이 나와서 약간 시무룩해졌지만 여하튼 나중에 좀 더 생각을 정리해 보기로 하고 메모삼아 덧붙여본다.

수지 멘크스의 Dirty Pretty Things (뉴욕 타임즈) - 링크(클릭)

내용은 사실 크게 색다른 건 없고 패션에 환호만 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 최근들어 취하고 있는 포지셔닝에 대한 이야기다. 즉 발렌티노, 디오르, 이브 생 로랑 등 대 디자이너의 시대가 지나가고 - 회사의 덩치들이 커지며 경영과 이윤이 더욱 중요하게 되가면서 - 한때 파트너로서 서로를 이해하던 디자이너-경영인의 시대가 지나가고 경영상 전략에 의해 대체 가능한 디자이너의 시대가 왔다는 거다.

이 블로그에서도 몇 번 언급했지만 그런 예는 이제 무수하게 많은데 헬무트 랑이나 질 샌더의 옛날 이야기가 있고, 최근 들어 스테파노 필라티가 이브 생 로랑에서 물러난 것, 니콜라스 게스키에르가 발렌시아가에서 물러난 것 등이 있다. 최근 큰 이동 두 개가 다 PPR 계열인데 LVMH나 다른 곳이라고 별 반 다르지 않다. 요즘은 어쨌든 간판 디자이너의 힘을 죽이는 시대이고, 아르마니와 라거펠트 정도가 은퇴하면 이제 한동안 그런 '왕'같은 디자이너의 시대는 오지 않을 거라 생각된다.



몇 가지 생각나는 게 있는데 예전에 아침 뉴스에서였나 봤는데 한국 유명 여성 디자이너 한 분(이름은 생략)이 좀 더 편안하고(잡지 용어로 실용적이고 웨어러블한) 가격대가 낮은 브랜드를 런칭하면서 "어쨌든 팔려야 한단 말이죠"라는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걸 들으면서 생각한게 - '팔리는 옷'이라는 게 말은 쉬운데 그렇게 쉽지가 않다는 거다.

저렴하고, 그럴 듯 하고, 튀지않고 그런 것만으로는 일이 쉽게 돌아가질 않는다. 더 싸고, 종류가 많고, 무난하다고 많이 팔린다면 사실 디자인은 별로 필요가 없고 경영학은 물류와 유통 같은 것만을 중심으로 발전했을 것이다. 이건 생각보다 꽤 복잡하고 변수가 많고 정확히 뭐다라고 꼬집기가 어렵다. 명성도, 분위기도, 스토리도 중요하다.

방송이나 박람회 등지의 중소기업 진흥 대전같은 걸 하면 사장님들이 나와서 흔히 하는 말이 이게 제품은 좋은데 홍보가 안되서 안 팔린다는 거다. 하지만 그 제품을 보고 있자면 과연 홍보 부족 만이 원인일까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다. 싼 것 중에서 하필 그 물건을 고르는 이유, 굳이 비싼 데 그 물건을 고르는 이유 같은 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뭐 위 이야기는 약간 다른 포커스고, 이 포스팅의 본래 이야기를 하자면 이게 문제가 뭐냐면 다들 더 비싸게 + 더 많이 파는 걸 염두에 두고 있다 보니 비슷비슷한 지향점을 향하게 된다는 거다. JETSETTER라고 하면서 입고 있는 건 다들 똑같게 되는 게 그냥 농담 만이 아니다.

매장을 늘려야 하고, 인테리어와 광고에 더 많은 돈을 쏟아 부어야 하고, VIP에게 매장을 다시 찾아오게 만들 최고급 예우를 제공하면서 비용은 점점 늘어나고 그러므로 모험은 불가능해 진다. 라벨만 붙인다고 제품이 쑥쑥 팔리는 시대가 아니니 쓸데없는 짓을 하다가는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다. 그러므로 점점 돈이 엄청나게 많이 들었고, 예고편은 기가 막힌데 정작 보고나면 시시한 블록 버스터 영화처럼 되어 가고 있다.

진입 장벽은 더 높아졌고, 일류 디자이너들이 벌어 들이는 수익은 늘어났으니 더 좋지 않냐라고 하면 그렇게 볼 수도 있다. 발렌티노가 경영난으로 팔렸을 때 이태리 방송에 나와서 울던 발렌티노의 모습같은 건 이제 볼 수가 없을 것이다. 디자이너는 짤리는 걸로 책임을 다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새인가 오피셜로 디자이너 교체 기사가 뜨고 다음은 누구냐~로 들썩이다가 새 컬렉션이 나오면 기사들이 막 띄어주고, 시즌이 지나면 판매량에 의해 새 디자이너의 미래가 결정된다.

이건 마치 프로야구 리그같다. 토너먼트로 승자를 가리는 게 아니라 그냥 '개성'껏 뭘 입겠다는 바닥인데 이렇게 프로 스포츠 리그처럼 되었다. 조만간 시즌 중간에 짤리는 감독같은 경우가 심심찮게 보일 가능성도 많다.



최근에는 개성이라는 게 실로 웃기는 것처럼 되어 버려서 알렉산더가 새로 내놓은 클러치를 들고, 사라가 입은 원피스에 엠마가 입은 청바지를 신고, 미우치아가 새로 내 놓은 로퍼를 신는 것처럼 패셔너블한 고급 아이템을 레고 블록처럼 끼워맞추면 우와 저 개성적이고 패셔너블한 모습이라니라는 소리를 하고 듣게 된다. 그리고 그런 시대 분위기가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뭐 팔리니까 좋은 거지라고 하면 할 말은 없는데 예전에 톰 포드 이야기에서 썼듯이 이게 보다 영속적 판매를 위해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다. 경제학에도 나오지만 시간은 계속 되고 시즌 다음엔 또 다른 시즌이 온다.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여하튼 누군가는 돈을 벌고 있을테니) 개인적으로 그다지 재미는 없다. 그렇다고 딱히 무슨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뭔가 드라마틱한 인물이 나오길 기대하면서 패션 뉴스를 챙겨보는 것 밖에 별 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더불어 이런 재미없는 이야기를 계속 하는 것도 싫으니까 뭔가 웃기고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일단은 매진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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