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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미쳐버린 패션쇼는 있는가

by macrostar 2012.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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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간 완전히 미쳤네 싶은 패션쇼는 존재하는가. 개인적인 활동인 코디의 경우 어느 정도 그런 게 존재하는 거 같다. 하지만 이는 사실 그 사람의 나머지 컨텍스트에 기대는 측면도 있다.


이 사람(카다피)의 사진 속 옷과 액세서리는 매우 조화롭게 그의 광기를 드러낸다. 하나하나의 선택과정을 추정해 보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사실 이건 내가 가지고 있는 편견에 기반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의 경우 디자이너나 한 개인이 광기를 표현해보자! 하고 무리하게 나선 경우 이미 공식화된 상징들을 몸에 덕지덕지 두른 채 우습지도 않게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고, 정말 광인의 경우엔 그런 시도를 할 재료가 없는 경우가 많다. 또한 대부분 뭘 입고 있든 옷이 미친 사람의 몸에 입혀져 낡기 시작하면 다들 비슷해진다.

패션쇼든 코디든 커스튬이든 그냥 보고 아 이건 정말 독창적이다, 또는 저 인간 완전히 미쳤구나 나라도 뭐라고 옆에서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 본지가 정말 오래되었다.


애초에 패션이라는 거 자체가 뭐든 포섭해 자기화/패턴화 시키는 방식이 매우 발달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일 수도 있다. 안티 패션이 패션이 되어버리는 광경에 대한 이야기를 예전에 한 적도 있고, 구글에서 crazy fashion 같은 걸 검색해 봤자(링크) 웃기다 정도의 반응을 끌어내는 것도 드물다. 다 어디선가 이미 한 것들이고 기껏해야 장난 이상을 넘어가지 못한다. 즉 디자이너의 광기가 옷에 그대로 투여된 것들은 찾기가 어렵다.


그런 것들은 정녕 없는 것인가 생각해 보면 1998년의 후세인 살라얀(링크)이나 그 즈음의 알렉산더 맥퀸(링크)은 어떤 광기가 있지 않았나 싶다. 요즘처럼 아직은 구체적으로 고도 체계화가 되지 않은 시기이기도 했고, 맥퀸 쪽은 자살했기 때문에 편견이 더해 진 걸 수도 있다. 하지만 90년대 말의 후세인은 정말 아슬아슬했다.

요즘은 애초에 정말 미쳐버린 것들은 허들에 걸려서 메인 RtW에는 진입을 하기 어렵다. 그외 다양한 패션 위크들이 있지만 거기서는 너무 어설픈 경향이 있다. 와 우리 미쳤어요, 이거 봐요, 대단하죠! 를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있는 것 같고 그다지 솔깃하지도 않은 채 귀만 아프다.

오히려 진지하게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나(예를 들어 소위 '진정성'을 사방에 감싸기 시작한 근래의 비비안 웨스트우드), 멋을 내겠다고 온 세상 멋지다는 걸 한 방에 다 몸에 붙이고 나오는 사람(예를 들어 모 아이돌)이 더 이상해 보이긴 하는데 그건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것과는 약간 다르다.

여하튼 맨 위에서 말한 이 인간 정말 미쳤네 싶은 것, 저질 멍텅구리같은 것들을 밤새 찾아다니다가 시각 공해에 질려버려서 한 마디 적어봤다. 따지고 보면 보다 어설펐던 예전 느낌에만 기대어 있지도 않은 신기루를 쫓고 있었던 거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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