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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새로 나왔다는 Officine Panerai Radiomir 세트

by macrostar 2011.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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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시계에 대해서 잘 모른다. 패션 관련 소식을 듣다보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다 보니까 대충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지 듣고는 있고, 가끔 시계 포럼인 퓨어리스트나 타임존에 들어가서 글을 읽어 보기는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퓨어리스트에서 IWC의 스테인리스를 깎고 폴리싱하는 방법의 장점이나, 파텍 필립에서 새로 나온 제품에 들어있는 무브먼트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 뭔가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정도는 전혀 못된다.

 

더구나 그 어떤 것도 살 수가 없다. 벽이 너무나 높다. 그럼에도 작고, 단단하고, 묵직한 스테인리스 사랑의 정점에 시계가 있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다. 손에 딱 쥐었을 때 느낌은, 그 어떤 것도 따라잡을 수 없다.

 

 

 

지금까지 몇 개의 시계를 써왔다. 허접한 것들도 있고, 약간 좋은 것도 있다. 오메가의 완전 오토매틱은 너무나 불편해서 봉인되었다. 미도가 잘 나가던 시절에 만든 옛날 자동 오토매틱도 하나 있다. 째깍째깍거리는 소리는 정말로 좋은데 이건 너무 손이 많이 가는 놈이다.

 

좋은 구두가 꼭 편한 건 아니고, 좋은 가방이 꼭 튼튼한 건 아니다. 극히 좋은 가죽은 조그마한 스크래치에도 가치를 잃고, 정확하게 측정되어 손으로 쿵쿵 망치질해서 만들어진 구두는 발에 완벽하게 매치될 지 몰라도 보통은 무겁다. 그리고 자고로 훌륭하게 만들어진 물건은 사람의 관리를 좀 타야 된다고 믿는다. 몽블랑의 만년필도 롤렉스의 시계도 듀퐁의 라이터도 끊임없는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다 정이 쌓인다. 사람도 그렇고 물건도 그렇고 정을 줄 수 있는 게 좋은 거다.

 

하지만 미도의 그것은 도가 지나치다. 끊임없이 칭얼거리는 망나니 급의 버릇없는 5살 남자 아이 같다. 관계를 지속시키기 위해 꽤 많은 비용을 썼지만 결국 포기했고 역시 봉인 중이다. 하지만 손이 많이 간 만큼 언젠가 여유가 생기면 꼭 다시 너를 구원해주마 안타까움이 공존한다.

 

그리고 몇 개의 배터리 시계들이 있다. 타이멕스, 타이멕스, 타이멕스, 카시오, 카시오. 지금 현역은 지샥이다. 얼마 전에 간단히 포스팅한 적도 있다. 이건 정말 정말 편하고 훌륭하다. 그 어떤 훌륭한 시계를 가지고 있더라도 하나쯤 가지고 있을 걸 권한다. 오토매틱 시계를 관리하고 체크해야 하는 복잡한 일상에 휴식을 제공해 줄 것이고, 잠시 만사가 귀찮아지는 시계 권태기가 찾아오더라도 한쪽 구석에서 묵묵히 잠들어 있다가 배터리만 집어넣으면 깨어나 당신을 맘 편히 위로해 줄 것이다.

 

 

 

오피치네 파네라이는 언젠가부터 갑자기 국내에서 유행한 거 같지만 꽤 오래된 회사다. 1860년 플로렌스에서 설립되었고(지금은 밀라노에 있다) 한때 이태리 해군의 시계였다. 이태리 사람들은 시간 지킬 생각은 전혀 없으면서, 좋은 시계에 대한 욕망은 세계 최고라는 이야기가 있다. 더구나 이 사람들의 엘레강스에 대한 취향의 디테일 역시 가히 최고 수준이다. 마세라티나 브리오니 수트나 파네라이는 그래서 이런 사람들이 만든다.

 

사실 이태리 안에서는 몰라도 세계적으로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는데 실베스타 스텔론이 영화 Daylight에서 차고 나오면서 급 인기를 끌게 되었고, 이 인기를 유심히 바라보던 리치몬트가 1997년 파네라이를 사버린다. 이후부터는 월드 네임드가 되었고 이 큼지막하고 무거워보이는 시계는 꽤 인기를 끌고 있다. 페이크 시장에도 잔뜩 널려있다는 게 그 증거 중 하나다.

 

파네라이는 옛날 아디다스 오리지널이나 롤렉스하고 비슷한 방식으로 시장을 공략한다. 사진은 사방에 널려있는데 그게 뭐든 원하는 게 명확하다면(어떤 모양의 분침, 어떤 색깔의 백판, 어떤 형태의 자판) 구하기가 무척이나 어렵다. 거의 다 한정으로 생산한다. 얼핏 보면 다 똑같아 보일 지 몰라도 미묘하게 다들 다르다. 시계란 원래 첫인상과 극한 미묘함으로 승부보는 세계다.

 

 

Radiomir는 파네라이의 오랜 스테디셀러다. 잘 나가고 있는 Radiomir를 기념하기 위한 이 세트는 11개가 만들어졌고 일반적인 47mm 버전이고 화이트 골드, 플래티넘, 핑크 골드다. $85,000이지만 살 수 있다면 괜찮은 투자가 될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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