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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시에라 디자인스의 마운틴 파카 이야기

by macrostar 2022.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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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호감과 호기심을 가지고 있음에도 연이 잘 닿지 않는 옷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시에라 디자인스의 60/40 마운틴 파카다. 사실 하나 가지고 있기도 하고, 이 옷에 대한 이야기를 이미 한 적이 있고(링크), 또 60/40의 매력에 대한 이야기도 한 적이 있긴 하다(링크). 그래도 아직 덥긴 하지만 슬슬 건조한 기운이 다가오고 있는 걸 느끼게 되는 계절이기도 하니 다시 한 번.

 

 

이 옷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미국의 시에라 디자인스라는 회사에서 1968년에 처음 선 보인 마운틴 파카다. 마운틴 파카란 산, 아웃도어에서 가벼운 비를 이겨내고 돌아다니기 좋게 만들어진 후드 달린 아우터를 말한다. 위 모양인데 지금까지 거의 바뀐 거 없이 여전히 나오고 있다. 브랜드도 아직 살아있기는 하지만 사실 미국의 본진 사이트에는 이런 옷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없고 일본에서만 나온다. 새로 생산되는 버전이 일년에 몇 장이나 팔리는 지 알 길은 없지만 100장 팔리면 일본에 95장 팔리고 미국 빈티지 아웃도어 감성을 좋아하는 그외의 나라에 5장 정도 팔리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근거는 전혀 없음.

 

시에라 디자인스 마운틴 파카의 매력이라면 그 직진성이다. 가지고 있는 재료를 가지고 목적을 위해 돌진하는 자세가 옷에 깊게 스며들어 있다. 아무튼 비는 막아야 하고, 바람도 막아야 하고, 백팩은 거슬리고, 산으로 들로 돌아다니면서 마음껏 입을 수 있는 옷을 향해 묵묵히 나아간 결과물이다. 헌팅과 밀리터리 계열의 흔적이 남아있지만 아무튼 이건 아웃도어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거의 모든 군더더기를 제거해 내는 데(고풍스러운 손목의 다섯 주름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성공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옷은 과거의 아웃도어 옷과 현대의 아웃도어 옷의 경계가 될 수 있었고, 소재는 많이 달라졌다지만 목적과 기능은 변하지 않는 마운틴 파카라는 아웃도어 옷의 장르는 여전히 세상에 남아있다. 그래서 디스이즈네버댓의 10주년 기념 책에서 패션이 된 아웃도어 이야기를 쓸 때 이 옷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었다.

 

생긴 모습의 측면에서 봐도 무뚝뚝한 소재와 편리한 주머니, 원시적 기능성 소재가 만들어 내는 색감, 뻣뻣한 겉감과 대비되는 부드러운 안감, 쉽게 다룰 수 있는 벨크로 등등 여전히 매력은 많다. 물론 애매하게 긴 길이와 카라 부분의 처리는 예전의 감성이 너무 남아있기는 하지만 수많은 비슷한 옷 중에 대체재가 없는 건 분명하다.

 

이 옷과 연이 닿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블랙의 스몰 사이즈는 범용으로 입기에는 사이즈가 애매하고(아웃도어에 블랙 옷은 벌의 표적이 되기 쉽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도심용으로 입기에도 블랙에 마운틴 파카 조합은 너무 본격적으로 등산행 느낌이 나버린다), 좀 밝은 컬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꾸준히 하는데 새 옷을 사기에는 가격이 약간 말도 안되고, 괜찮은 중고 버전은 어쩌다 발견해도 지나치게 비싸든가, 금세 사라져 버린다. 

 

 

왼쪽 위 일러스트를 보면 느낄 수 있는 게 내츄럴 컬러의 벨크로는 은근 이 옷의 상징이다.

 

시에라 디자인스가 한국에 다시 런칭을 하긴 했지만 위 오리지널 옷은 아직 나오지 않았고 나와봤자 아마 상당히 비쌀 거 같다. 예전에 호상사인가 에서 수입하던 시절에 어떻게든 구했어야 하는 데 이 생각 저 생각하느라 지나쳐 버린 게 지금까지 발목을 잡는다. 아무튼 세상 어딘가 나와 연이 닿는 시에라 마운틴스의 마운틴 파카를 만나는 그날까지 다시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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