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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40 크로스의 매력

by macrostar 2019.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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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새삼 60/40 크로스가 재밌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혹시 60/40 크로스가 뭔지 모른다면 여기(링크)를 참고. 간단히 말해 70년대 쯤의 기능성 방수 섬유다. 면 60%, 나일론 40% 정도의 혼방인데 날실 찌실을 이렇게 저렇게 엮어서 양쪽의 장점을 살렸다. 시에라 마운틴 파카에서 처음(아마도?) 사용한 천으로 일본에서는 욘로쿠 크로스라고 부른다. 이 부분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헤비 듀티(링크)를 읽어보는 것도 괜찮다.

 

 

뭐 방수의 원리는 나일론 사이의 면이 부풀어 올라 수분의 침투를 막는다... 이렇다는데 비 맞으면서 입어본 적이 없어서 사실 잘 모르겠다. 방수 투습을 제외하고 장점을 보자면 면에 비해 더 단단한 느낌이 들고 나일론에 비해 마찰에 강하다. 살짝 반짝거리고 옛날 텐트 겉면 같은 빤빤함이 있는 천이다. 단점은 긁힌 자국 같은 게 남을 가능성이 높고 그냥 면 제품에 비해 색이 못생기게 빠진다. 그래서인지 시에라 마운틴 파카를 보면 예전에는 물세탁하라고 되어 있었는데 요새는 세탁하지 말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해도 괜찮아. 희끗희끗 물 좀 빠지면 어때 어차피 아웃도어 옷인데.

 

아무튼 요즘 느끼는 이 옷의 매력이라고 하면 무게감이다. 고어텍스 등 최신의 기능성 옷감과 다르게 이 약간 뻣뻣하고 반질반질 옷은 확실히 더 무겁다. 그렇다고 헤비 파카를 입는 기분은 아니지만 분명 무게감이 있다. 이게 딱 적당하다. 물론 만약 산에 간다고 하면 가능한 편안한 게 좋고 그렇다면 시에라 마운틴 파카 같은 걸 입고 갈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튼튼하고 견고한 도심 생활용 옷이라면 이 정도가 굉장히 마음에 든다.

 

그리고 텐트 천 이야기를 자꾸 하는 이유가 특유의 서늘함이 있다. 이 서늘함 또한 느낌이 좋다. 분명 햇빛이 내리쬐기 시작하면 곤란하겠지만 환절기 특유의 우중충함 속에서 더움과 추움을 동시에 느끼는 곤란한 상황일 때 딱 어울린다. 

 

아무래도 면의 느낌보다는 나일론의 느낌이 강한데 광택도 딱 적당하다. 너무 반짝거리는 건 아닌데 분명 반짝거린다. 새틴 코튼보다 약간 더 나아간 정도. 

 

그래서 시에라 마운틴 파카 말고 뭐 또 없을까 하고 좀 찾아봤는데 몇 가지가 있긴 하다.

 

물론 시에라 디자인스의 60/40 특유의 느낌이 모두 다 나는 건 아니다. 약간 더 얇은 것도 있고 응용 버전들도 있다.

 

이건 시에라 디자인스의 스탠 코트. 활용도가 높을 거 같은 코트다. 안감도 붙어있어서 나름 따뜻할 거 같고 비가 갑자기 내려도 어딘가 든든한 기분이 들 거 같다.

 

표면은 이런 분위기.

 

오디너리 핏츠의 닥터 코트. 이건 한겹 짜리라 따뜻함의 정도는 덜하겠고 비옷의 느낌이 더 강하다. 하지만 오디너리 핏츠라는 브랜드의 분위기 - 낡은 듯 아닌 듯, 구겨진 듯 펴진 듯 - 와 잘 어울린다. 같은 소재로 만든 후드 파카도 있는데 그걸 사느니 시에라 마운틴이 낫고 바로 위 시에라 스탠 코트를 사느니 오디너리 핏츠의 닥터 코트가 나을 거 같다. 베이지, 그린 몇 가지 색이 있고 남녀 공용. 이거 말고 오디너리 핏츠는 재밌는 코트들이 많다. 이 회사의 매력은 코트! 하지만 봄, 가을 코트는 쓸 시간이 없지!

 

워커스에서는 베이커 팬츠를 자른 반바지를 내놓은 적이 있다. 다만 이 옷은 물을 흡수하지 않기 때문에 수영복이나 물에 들어가는 옷으로 쓸 수 없다. 천만 둥둥 뜨게 될 것임. 하지만 물 근처라면 또 딱 좋을 것도 같다. 여름의 나일론 쇼츠들과 느낌이 비슷한데 안 입어봐서 감이 잘 안 옴.

 

GoWest에서는 이지 팬츠를 내놓은 적이 있다. 요새도 파는 듯. 9부 정도 길이에 베이지와 네이비 등 색이 나옴. 사실 바지로는 조금 갑갑하지 않을까 싶긴 하다. 바버의 왁시드 팬츠를 보면서 이걸 어디다 쓴다냐...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비슷한 느낌이 든다. 차라리 안감을 붙여서 겨울용 바지로 내놓으면 괜찮지 않을까. 눈보라가 휘날려도 터벅터벅 갈 길을 간다...

 

grn에서 반소매 셔츠를 내놓은 적이 있다. 시에라 욘로쿠 정도 두께라면 이게 팔릴까 싶긴 한데 얇은 버전이라면 바람 들어오는 데가 많아서 괜찮을 수도 있을 거 같다. 하지만 방수 천으로 굳이 반소매 셔츠를 만들 필요는 없잖아. 반바지랑은 다르지.

 

이외에 모자, 가방 등을 볼 수 있다. 모자는 무신사에서 파는 국내 브랜드에서도 나온 게 있다. 얇고 비를 막아주니 쓸데가 있을 거 같긴 한데 그럴 거면 고어텍스 모자가 나을 수도 있다. 물론 위에서 말했듯 60/40의 광택과 질감이 마음에 든다면 그 무엇도 이길 수 없다. 가방으로는 상당히 좋은 재질이다. 위 사진은 그레고리와 시에라 디자인스의 콜라보 제품. 캡틴 선샤인이었나? 그런데랑 협업한 것도 있고 가방 종류는 상당히 많다.

 

결론은 60/40 크로스를 즐겨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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