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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Met Gala 2022의 날이다

by macrostar 2022.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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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2일은 멧 갈라(Met Gala) 2022의 날이다. 새벽부터 여러 계정에 화려한 옷을 입은 셀러브리티의 모습이 줄줄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번 주제는 In America : An Anthology of Fashion으로 드레스 코드는 Gilded Glamour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In America라는 이름이 붙었는데(작년은 In America : A Lexicon of Fashion이었다) 두 해 연속 인스타그램이 메인 스폰서인 것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 전의 스폰서는 구찌, 루이 비통이었다. 여기서 앞쪽의 주제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전시가 있고 뒤 쪽의 드레스 코드는 개관 전 파티, 멧 갈라에 맞춰 입고 올 의복 콘셉트다.

멧 갈라가 예전에 중국, 가톨릭 뭐 이런 범 글로벌, 범 역사적인 주제를 다루기도 했던 것과 다르게 새삼 미국에 주목하는 건 또한 드디어 패션 미감의 메인스트림으로 등극하게 된 미국 패션에 조금 더 주목하고 그 과거를 헤아려 보려는 안나 윈투어의 의도가 있을 지도 모르는데 그렇다고 40년대 미국인 노동자나 70년대 미국인 등산객 같은 게 이 자리에 들어갈 리는 없고.


올해 멧 갈라를 두고 CFDA의 회장님이신 톰 포드가 케이티 페리를 저격하는 일이 있었다.

말하자면 멧 갈라는 시크하고 고저스한 옷을 입은 사람들을 보는 자리였는데 햄버거, 샹들리에 같은 옷을 입어서 변질되었다는 뭐 그런 투다.


햄버거가 뭐 어때서.

셀러브리티의 오트쿠튀르 급의 옷을 볼 수 있는 무대라면 패션위크, 영화제 시상식 그리고 멧 갈라 정도가 있다. 이중 멧 갈라는 특별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데 코스프레 파티화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프레 파티에 대해 강한 호감을 가지고 있고 그에 대해 간단히 쓴 적도 있는데(링크) 그 이유는 : 소위 패션의 고저스함, 시크함은 낡고 병들었다(전통적 성별 역할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이런 건 시대의 뒤로 물러날 때다 + 새로운 상상력이 새로운 패션 미감을 형성해야 한다 + 코스프레 파티의 기괴함은 우리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상상력을 넓혀준다 등이다.

사실 멧 갈라는 패션위크나 시상식과 달리 후원인들을 위한 인사이드 파티고 그러므로 딱히 알릴 이유가 없다. 하지만 거의 실시간으로 세계에 중계되고 화제가 된다. 몰래 하는 것도 아니고 기자들이 앞에 앉아있다가 사진을 찍는 것도 아니고 거의 대놓고 중계를 한다. 바로 여기에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그러라고 하는 거다. 이런 멧 갈라는 몇 년 전부터 약간 더 본격적으로 글로벌 상류층의 코스프레 파티가 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호감을 얻고, 말이 오르내리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거다. 고저스한 모습이 여전히 유용한 곳이라면 칸이나 아카데미, 그래미 시상식이면 충분하다. 그건 이 행사들은 패션이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건 또 하나의 측면이 있다. 냉정하게 말해서 멧 갈라는 중계되는 그들만의 세상이다. 절세를 위한 방편일 수도 있고, 세상에 도움을 주고 싶은 갸륵한 정신 덕분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이들의 수입을 고려하면 세금으로 낼 걸 가지고 저런 재미있는 것도 하며 조명을 받을 수 있다. 즉 극복은 커녕 상상도 잘 되지 않을만큼 벌어져 있는 이 시대의 빈부격차 속에서 저런 식으로 자기를 희화화하는 하루 밤의 파티는 사람들에게 저 ㅂㅅ ㅋㅋ 하는 실소와 농담 속에서 왠지 그들이 가까이 있다고 느낄 수 있고, 우리랑 별 다를 게 없거니와 심지어 동네 사는 바보랑 비슷하네 하는 무의식을 불어넣는다. 이렇게 극단적 부에 대한 저항을 누그러트린다. 사실 어마무시한 부와 권력을 가진 이가 자신을 우스개거리로 만드는 건 꽤 좋은 전략이다. 안나 윈투어와 톰 포드는 여전히 멋지고 폼나는 걸 원하는 거 같지만 멧 갈라는 이런 실질적 효용이 있다.


Rare Footage inside Met Gala, 2015년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톰 포드의 저격은 별로 솔깃하지가 않다. 그런 걸 원하면 자기가 CFDA 파티 같은 걸 주최하든가. 하지만 많은 이들이 웃기려고 할테고 문 앞에서 막아서야 겠지. 약간 재밌는 점은 2022년 멧 갈라의 드레스 코드가 미국 부유층의 번쩍번쩍한 의상이긴 한데 드레스 코드를 지키고 온 사람이 별로 없다는 거다. 다들 그냥 평범하게 화려한 디자이너 옷을 입고 왔는데 코스프레 파티도 아니고 오트쿠튀르 파티도 아닌 애매한 상황이 초래되었다. 물론 이게 반발 같은 건 아닐테고 장단 맞추기 난감해서 그런 것도 있을 거 같고, 또한 니콜라스 게스키에르의 루이 비통 무리,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구찌 무리 이런 식으로 홍보 목적이 강해지고 있는 이유도 있을 거 같다.


안나 윈투어가 그렇게 싫어했다던 에이셉의 담요.

국내 셀러브리티로는 정호연이 참석을 했다.


참석 전날, 참석한 날. 아무튼 멧 갈라는 앞으로 어떤 식으로 나아갈까, 여전히 기대가 많이 되고 할 말도 많아지는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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