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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리와 리바이스의 데님 자켓

by macrostar 2022.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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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님 자켓, 데님 트러커라는 건 하나만 가지고 있으면 되는 옷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상엔 다른 재미있는 옷이 많다. 또 생각해 보면 데님 자켓 하나만으로 봄, 가을 정도는 넘길 수 있다. 즉 겨울은 몰라도 이거 하나만 가지고 있으면 외투는 어떻게든 보낼 수 있다. 데님 자켓 뿐만 아니라 외투로도 하나만 있으면 어떻게든 되긴 한다. 혹시 그런 경우에 방수 계열이 더 나을까? 그거야 우산 쓰면 되지.

 

하지만 데님 트러커를 여럿 가지고 있다. 쓰잘 데 없는 호기심, 집착, 물욕의 결과다. 게다가 이번에 리의 데님 자켓도 구입했다. 리는 처음이다. 사실 괜찮은 스톰 라이더 어디 없나 오랫동안 찾고 있었는데 칼하트의 블랭킷 라인드 자켓을 장만하면서 그건 됐다 싶어졌다. 옛날 스톰 라이더 상태 좋은 건 이제 너무 비싸고 어디 나오면 금세 사라진다. 내가 모르는 어딘가에서 인기가 꽤 좋은가보다. 그러던 와중에 리의 데님 자켓을 발견했다.

 

 

리의 220 자켓이다. 원래 101-J였다가 이름이 계속 바뀌었다. 하지만 리바이스의 데님 트러커는 아주 큰 변화가 몇 번이나 있었는데 비해 리의 자켓은 이름만 바뀌었지 1930년대에 처음 등장한 이후 별 변화 없이 지금도 계속 나온다. 딱히 건드릴 필요가 없는 거다. 사람들은 데님으로 만든 옷에서 별 특별한 걸 원하지 않는다. 묘기를 부리는 옷보다 평범한 걸 제대로 만들어 놓은 걸 찾는다. 물론 완전히 똑같진 않다. 소재가 좀 달라지고(셀비지에서 와이드 데님으로, 생산지의 변화), 라벨이 바뀌고, 단추 각인이 바뀌고 등등의 자잘한 변화가 있었다. 이번에 들여온 건 사이드 포켓이 있는 버전이다.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데님 트러커에 사이드 포켓이 있다. 데님 트러커 마니아라면 자신의 아카이브 족보에서 빼는 경우도 많은, 거들떠도 보지 않을 거 같은 그런 옷이다. 위 옷도 딱히 빈티지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현행 모델이라고 할 수는 없는 그런 종류로 셀비지 데님은 아닌 80년대 혹은 90년대 미국 제조 제품이다. 적당한 난도로 구할 수 있고, 가격도 적당하고, 그럼에도 적당히 재미있는 그런 옷을 별 부담 가지지 않고 끈질기게 입는 게 나의 일상복이 가는 길이다.

 

 

가지고 있는 데님 트러커 중에 비교할 만한 걸로 비슷한 시기에 나온 4포켓 리바이스 70506이 있다. 두께도 비슷하고 사이즈도 비슷하기 때문에 활용 영역도 비슷할 거다. 리의 최근(3~40년이면 최근이지) 모델이고 레프트 핸드도 아니지만 둘의 데님 느낌은 사뭇 다르다. 입었을 때 느낌도 꽤 다르다. 리바이스 쪽이 확실히 더 대중적인 데님 트러커의 분위기가 강하고 와일드한 느낌이 강한 거 같지만 특유의 부드러운 촉감이 있다. 

 

사실 리의 데님 자켓을 피한다면 저 동그란 주머니 아래와 V자 모양이 라인 때문일 거다. 리바이스 데님 트러커의 직선적인 느낌과 사뭇 다르다. 하지만 막상 입어보니 그렇게 부담스럽진 않다. 

 

 

찍어 놓고 보니까 방이 너무 너저분한 게 보여서 스크린샷으로...

 

단추를 채우고 입으면 거의 ㅡ 라인을 만들지만 단추를 오픈하면 V가 부각된다. 이런 부분도 꽤 재미있지 않나 싶다. 

 

 

220과 70506으로 같은 버전이다. 얼마나 걸릴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둘 다 이렇게 될 때까지 함께 할 수 있기를. 데님 의류를 사는 목적은 언제나 저걸 만드는 거다. 이제 트러커에 대한 욕심은 거의 없지만 오리지널 T백, 비즈빔(10 꼬르소 꼬모에서 입어 본 적이 있는데 느낌이 굉장히 좋았다) 정도가 살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혹시 어디 눈에 띄면 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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