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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조합을 완성하는 일

by macrostar 2022.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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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옷 구매에 있어서 몇 가지 습관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구색을 완성시키는 일이다. 중고 옷을 구입하면 뭔가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이런 습관이 배가되었다. M65 필드 자켓을 구했으면 내피를 구하고 싶고, 노스페이스의 2 in 1 내피를 구했다면(예를 들어 눕시나 디날리) 쉘을 찾아 나선다. M51용 후드를 어디서 구했다면 피시테일을 찾아 나서고 그게 끝나고 나면 내피를 찾아 나선다. 칼하트의 초어 자켓을 구했다면 더블 니 팬츠를 가지고 싶어지는 거다. 더블 니 팬츠가 있다면 무릎 보호대를 찾아 나설 가능성이 높다. 더블 니는 그러라고 만들어진 거기 때문이다. 쓸 일은 거의 없을 지라도 정말 유용하고 효율적인지, 브랜드의 의도한 만큼 기능이 나는지, 생긴 모습은 어떤지, 패션으로는 어떤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충 조합을 완성하면 일이 끝나는 거 아닌가 싶지만 그게 또 아니다. M65 필드 자켓을 구하고 나면 내피를 찾는다. 막상 사놓고 보아하니 미국 제조 알파 M65에 컬러가 여러가지인 걸 알게 되고 그렇다면 내피를 여기저기 활용할 수 있겠구나 싶어 필드 자켓을 또 구한다. 그렇게 입고 다니면 역시 붙였다 떼었다 하는 게 불편하다. 또 필드 자켓을 내피 없이 입으면 뭔가 헐렁한 느낌이 든다. 그러므로 내피가 또 필요한 게 아닐까, 내피 없이 입을 한 사이즈 작은 것도 하나 구해볼까 생각이 든다. 상당히 마음에 드는 옷이라면 세탁했을 때 입거나 다른 색 미드레이어에 입을 같은 사이즈 다른 색 버전을 찾는다.

 

사실 M65 자체를 별로 입지도 않으면서 이렇게 구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옷장에 걸려있는 옷도 몇 년에 걸쳐 서서히 불어난다. 이건 실용이 아니라 그저 완성을 향한 집착에 다름없다. 이런 식으로 별 대단하지도 않은 옷이 잔뜩 쌓여버렸다.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고 게다가 코로나로 심화된 경제난의 작은 해결을 위해 이런 걸 슬슬 처분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2. 챔피언은 상당히 이상한 식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다 똑같이 생긴 거 같은 데 종류가 무지하게 많다. 당장 팔리는 것만 봐도 미국판, 아시아판, 유럽판이 있고 거기에 ECO, 리버스위브, 빈티지 미국 제조, 일본발 미국 제조 리버스위브, 8온스, 12온스, 면 100%, 혼방, 로고가 가슴에 없는 거, 있는 거, 큰 거, CHAMPION이라고 적혀 있는 거, 크게 적혀 있는 거 등등 끝도 없다. 거기에 대학 로고, 회사 로고, 운동팀 로고, 뭔지 모르겠는 로고 등등도 있다. 다들 미묘하게 다르다. 아주 천천히 마음에 드는 것 혹은 찾고 있는 게 나타날 때까지 정진해야 하는 영역이고 그런 걸 만나지 못할 가능성도 있고 만나도 아주 비쌀 가능성도 있다. 그런 걸 셋업으로 찾는 건 사실 미친 짓의 영역이다. 

 

하지만 대충 접근했을 때 찾을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그렇게 고른 게 GF로 시작하는 제품군이다. 미국판 온두라스 제조 버전이 많다. 그냥 마트에서 파는 제일 싼 계열이다. GF68은 후드, GF70은 스웨트, GF71은 바지다. 이외에도 집업, 조거 등등 또 여러가지가 있다. 이것도 아울렛에서 싸게 팔고 있는 GF70이 시작이었고, 쓸모가 많은 거 같으니 다른 컬러로 몇 가지 더 구하고, 바지와 후드를 구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한창 유행이었던 스웨트 셋업이 되었지만 딱히 그럴 듯한 로고나 프린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주로 안에 입는 용도라 극한 오버사이즈도 아니다. 

 

 

아무튼 후드를 구입하면서 3체제가 완성되었음. 3은 안정적인 숫자다... 겨울에 히트텍 위에 입으면 이상할 정도의 아늑함이 있음. 꽤 오래 걸렸기 때문에 세탁 횟수의 차이가 많이 나고 그래서 톤이 미묘하게 차이가 나긴 하는 데 그런 것까지 상관하지는 않아야 한다. 모든 일에는 정도가 있는 법.

 

 

 

지난 1년간 가장 많이 입은 옷을 고르라면 이것들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올리브와 레드의 후드와 바지를 찾아 나설 생각은 없다... 더이상 그렇게 살지 않을 생각이다. 하지만 올리브 후드는 좀 궁금하긴 함... 아우터로 입을 한 사이즈 큰 옥스퍼드 그레이 후드는 어떨까 싶기도 함... 미국 제조 리버스위브는 어떨까... 그래도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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