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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커다란 옷이 만드는 룩

by macrostar 2021.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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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옷은 사람의 기본 몸 형태를 무너트린다. 그리고 작은 사람은 더 작게 큰 사람은 더 크게 보이게 만든다. 이런 혼동을 주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건 패션이 줄 수 있는 즐거움 중 하나다. 다양성의 세계 속에서 오버사이즈 룩은 시대 정신이 되었고 이제는 익숙해져서 그냥 그렇구나 싶게 스테디하게 자리를 잡게 되었다. 언제 또 다시 옷이 몸을 드러내는 데 집중하게 될 지 모르지만 그때 드러내는 몸은 기존의 전형성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기를 기대한다. 

 

아무튼 나 역시 오버사이즈 룩에 관심이 많은데 처음에는 오디너리 피츠나 스튜디오 니콜슨, 마가렛 호웰, 45R 같은 브랜드에서 종종 보여주는 진중하고 섬세한 룩이었다.

 

 

공간 속에서 커다랗고 가벼워보이는 몸체가 자리를 잡은 모습은 바람에 조금씩 흔들리는 가지와 잎이 많은 나무 같다. 거기에 더해 빈티지 코디에서 자주 보이는 소위 대디 자켓, 헌옷 코디 같은 모습 속에서 그런 룩에 점점 익숙해져 갔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고급 패션으로 흘러들어오며 일종의 광기를 띄게 되었다. 예를 들어 발렌시아가.

 

 

 

위 오버사이즈 룩의 자연스러움보다는 배타적이고 도전적이다. 알게 뭐야 나나 봐라 같은 이런 어그레시브함은 윌리 차바리아 같은 브랜드에서 보다 극적으로 치닫는다.

 

 

이쯤되면 둥둥 떠다니는 둥그런 나무는 이제 사라졌고 어디까지나 다 꺼져의 세계다. 내가 여기있어!라고 외치는 거 같다. 무엇이 되었든 몸과 거리를 두고 커다랗게 떠서 흔들리는 옷이란 역시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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