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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짐이 많은 사람 이야기

by 마크로스타 macrostar 2021.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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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헤밍웨이의 사파리 자켓 이야기를 하면서(링크) 이분은 항상 가지고 다니는 게 많아서 주머니가 잔뜩 붙어 있는 옷을 좋아한다더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토끼발 부적을 들고 다니지는 않지만 나 역시 항상 가지고 다니는 게 많은 편이고 또 주머니가 잔뜩 붙어 있는 옷을 나름 좋아하는 편인데 그렇다고 주머니에 뭘 넣어 다니지는 않는다. 대신 항상 가방을 들고 다닌다. 이렇게 가지고 다니는 게 많은 사람들은 대략 멀티 주머니 혹은 큰 가방 두 개의 패턴을 가지고 있지 않나 싶다. 이외에 다른 방법이 뭐가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가방 가지고 다니는 걸 싫어하는 성향은 예전부터 볼 수 있었다. 시에라 디자인스의 고전 마운틴 파카는 앞에 4개, 뒤에 1개의 주머니가 있는데 다들 크고 늘어난다. 처음부터 백팩 1개 분량의 짐을 주머니에 나눠 담을 수 있다고 홍보를 한 거 보면 하여간 가방 가지고 다니는 게 싫은 사람이 어떻게든 옷으로 해결을 보겠다는 열망이 느껴진다. 이런 호소는 나름 설득력이 있지 않았을까.

 

 

 

 

요즘엔 다양한 형태의 멀티 포켓 옷이 나오는데 사실 뭘 담으라고 나온 거 같진 않은 게 대부분이다. 유틸리티 분위기를 물씬 내는 디자인 용도 정도고 문득 급할 때 담는 용도지 저길 백팩 대신 꽉꽉 채워서 담는 건 좀 이상할 거 같다. 얇은 포플린이나 부드러운 플란넬 같은 소재로 만든 옷에 주머니를 꽉꽉 채우면 엄청 처질 거다. 시에라 디자인스가 60/40 처럼 장막이나 텐트 같은 데 쓰는 재질로 옷을 만든 건 백팩 대신의 용도에 확신을 주는 방법이다. 아무튼 그럼에도 위에 잠깐 말했듯 주머니 여러 개 달린 옷이 뿜는 분위기는 약간 좋아한다.

 

앤디 워홀이 베이징 갔을 때 사진을 보면 블레이저 같은 옷 위에다 주머니가 잔뜩 붙은 피싱 자켓을 입고 백팩을 매고 있다.

 

 

이런 경우는 주머니에 딱히 뭔가 많이 넣어 가방을 소거하려는 의도 같지는 않다. 카메라와 관련된 것들이 조금씩 들어있지 않을까.  

 

그렇지만 그것도 어지간해야지 이런 풍의 멀티 포켓은 약간 부담스러움... 발 많은 벌레 같다...

 

 

옷에 뭐든 집어넣는 타입 말고 가방에 뭐든 집어넣는 타입도 있다. 나 같은 경우가 그런데 주머니에 뭔가 들어있는 게 싫다. 열쇠, 동전, 지갑은 커녕 손수건, 휴지 마저 걷다보면 존재감이 느껴진다. 어떻게든 빼서 다른 자리를 찾고 싶지만 할 수 없을 때 넣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방을 들고 다닌다. 하지만 가방도 크다고 좋은 게 아니라 지갑, 버스카드 지갑, 휴지, 그외 여러가지 등등의 적합한 자리가 있어야 한다. 또 가방 안에도 종류별로 각각 파우치에 넣는다. 마구 돌아다니면 지갑 테두리는 망가지고 휴지는 먼지를 뿜고 아무튼 일이 많아짐.

 

 

그렇기 때문에 필슨의 지퍼 토트(위를 덮어야 되기 때문에 위드아웃 지퍼는 언제나 탈락)는 항상 아쉬운데 안에가 너무 뻥 뚫려 있어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앞 뒤 주머니를 활용할 수는 있지만 그걸로는 부족하다. 그렇지만 저 네모 크기와 발란스, 토트 끈의 길이, 조합은 이런 류 토트로서는 완벽하지 않나 생각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오늘도 적당한 가방이 뭐 없나 여전히 찾아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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