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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필슨의 Forestry Cloth 크루저 이야기

by macrostar 2019.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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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이 옷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사진이 많이 없길래 한번 찍어봤다. 필슨의 Forestry Cloth Cruising Coat, No.16이다.

 

참고로 옷 이름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면 필슨 매키너 크루저가 가장 유명하다. 여기서 매키너는 옷감 이름이고 크루저는 옷 이름이다. 즉 필슨의 크루저라는 옷인데 매키너로 만들었다. 매키너는 매키너 지방에서 시작된 울의 종류다. 특징은 물을 자기 무게의 30%인가 까지 흡수함. 겨울에 습한 지역에서 야외 작업을 염두에 둔 울이다. 가끔 필슨st의 옷을 만들어 놓고 매키너라고 이름을 붙인 경우가 있는데 그러니까 크루저라고 해야 맞다. 매키너 울로 만든 다른 옷은 거의 보기가 힘든데 세계 대전 때 미군 옷 중에서 몇 가지 찾을 수 있다. 그것도 필슨이 만들었다.

 

아무튼 이름이 크루저고 옷감은 여러가지가 있다. 요새 나오는 건 매키너 크루저 외에 왁시드 코틴인 틴 클로스 크루저가 있다. 이외에 예전 버전들을 보면 휩코드 울도 있고 오늘 이야기 할 포레스트리 클로스도 있다. 휩코드의 경우 크루저는 나오지 않는데 바지는 요새도 나온다. 사실 휩코드 버전과 포레스트리 클로스 버전이 거의 비슷한데 뭐가 다른 지는 잘 모르겠다.

 

재미있는 점은 미국 사람들 커뮤니티 보면 필슨 크루저는 매키너 대신 휩코드 버전을 찾고 있고 군대 피코트는 멜튼 대신에 서지 울 버전을 찾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딱히 좋은가 싶긴 한데 보다 확실한 빈티지라는 점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서론이 길었는데 이렇게 생긴 옷이다.

 

 

 

 

4포켓 크루저(가끔 3포켓 버전도 있다)인데 요새 매키너 크루저와 약간 다르다.

 

 

 

이것은 옛날 광고. No.16은 자켓, No.14는 바지다. 18온스 100% 버진 울. 요새 나오는 매키너 크루저가 24온스라 그것보다 얇다. 저게 나오던 시절 매키너 크루저는 26온스였으니까 차이가 좀 더 났을 거 같다.

 

 

 

이렇게 보면 두께 차이가 보인다. 매키너가 약간 부푸는 경향이 있어서(그래서 물을 잘 흡수하는 건가) 휩코드 버전도 살짝 더 얇은 느낌이 난다. 대신 더 딴딴하게 보이는 분위기가 있다. 비 흡수는 솔직히 테스트해 볼 자신이 없고 바람은 상당히 잘 막는다. 포레스트리 클로스는 산에 불 나면 달려가는 포레스트 레인저를 위해 만들어진 울이다. 그래서 물 흡수보다는 경량 쪽에 더 방점을 둔 게 아닐까 싶다. 

 

 

이 옷은 예전 빈티지는 아니고 2012년에 필슨에서 복각한 버전이다. 그것도 벌써 7년 전이네.

 

 

1,897벌을 만들었다. 필슨 창립한 연도다. 리미티드라지만 그렇게 마구 몰려가서 사는 옷이 아니고 살 사람만 사는 옷이라 인터넷 찾아보면 꽤 있다. 이 복각 리미티드 시리즈는 이후로도 몇 가지가 나왔다.

 

 

 

매키너 크루저와 같은 펜 들어가는 자리.

 

 

 

스냅 단추. 매키너 크루저의 경우 음각이었다가 프린트였다가 왔다갔다 하는 거 같다. 음각이 더 좋음. 안 지워지니까. 이 글자는 언젠가 사라지겠지.

 

 

 

단추는 매키너 크루저보다 조금 더 크다. 단추 다루기가 더 쉬운데 대신 작은 단추에 익숙해서 그런지 좀 크다는 느낌이 있다.

 

 

 

왼쪽 아래 주머니가 현행 매키너 크루저와 다르다. 나침반 같은 게 들어가기 딱 좋은 사이즈의 작은 주머니가 있다. 그리고 주머니 아래쪽도 직각 네모가 아니라 사이드가 꺾여있다. 스티치가 재미있음. 사실 이 아래 주머니에 약간 불만이 있는데 우선 매키너 크루저처럼 사이드 주머니가 따로 없다. 그게 가끔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날 때가 있다.

 

그리고 아래 주머니는 자주 쓰고, 그러니까 계속 열어 놓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걸으면 흔들리면서 딱딱 하고 스냅 버튼 부딪치는 소리가 난다. 잊지 말고 잠가 놓으라고 그랬을 지도 모르는데 신경 쓰인다. 숲속을 뛰어 다니거나, 말을 타거나 하지 않아서 정확히 어떤 필요가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만약 저기를 플랩 없이 만든다면 상단의 두 개의 주머니와 발란스가 깨진다. 이런 게 필슨의 특징이라고 생각하는 데 이 부분은 맨 아래서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를 함.

 

 

 

 

열어보면 이런 모습.

 

 

 

라벨을 보면 스타일 넘버는 10214. 레귤러 버전이다. 38사이즈. P23837은 공장이나 라인 번호인 거 같고 0712는 2012년 07월 생산.

 

 

 

 

뒷면은 이런 자켓에 흔한 백 포켓, 게임 포켓. 저 주머니는 좌우가 연결되어 있을 뿐 아니라 등판 전체가 주머니다. 신문지 펴서 넣을 수 있음. 여기에 넣을 수 있는 울 판 같은 걸 예전에 팔지 않았을까? 미해군 겨울 자켓 중에 저 즈음에 부유물 들어 있어서 물에 빠져도 떠 있는 옷 있는데... 아무튼 저 주머니 유용하다는 사람도 있는데 써본 적은 없다.

 

 

 

 

게임 포켓 단추 부분. 조금 접혔는데 옷 쪽 스냅 버튼에 동그란 모양으로 보호 부분이 있다.

 

 

 

 

매키너 크루저는 네모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데 포레스트리는 좀 너저분함.

 

 

 

 

이건 일본판인데 2012년은 필슨 일본 수입사가 골드윈이었던 시절이다. 요새는 아닌 듯.

 

 

 

등에 무슨 긁힌 줄이 하나 생겼다... 뭐 이렇게 막 입는 작업복이니까...

 

 

 

 

안에 라벨을 보면 이 옷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이 있다. 스타일 넘버 10214는 레귤러 버전이고 10219는 엑스트라 롱버전이다. 매키너 크루저도 롱 버전 있는데 뭐랄까... 키 큰 사람을 위해 만든 거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그 언발란스 함이 좀 멋진 거 같다. 기회와 돈이 있다면 구입하고 싶다.

 

 

 

이베이에 올라와 있던 롱 매키너 크루저. 아가미 같다. 저렇게 길 바엔 차라리 주머니를 두 개 더 달면 어떨까 싶은 데 그런 건 이미 네펜테스가 했다.

 

 

여기 보면 생산 일자가 8월 1일이라고 되어 있다. 위에 택은 7월인데 다 끝나고 8월 되서 이거 붙인 건가. 출시 날짜인가. 그리고 1897중에 638번이다. 이 옷은 수명이 상당히 길 거 같은 데 먼 미래에 언젠가 포레스트리 638/1897을 마주친다면 제가 스쳐지나갔던 걸 기억해 주시길... 바라는 건 아니고 옷은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냥 잘 입으면 된다.

 

 

38사이즈인데 가지고 있는 매키너 크루저 시애틀 버전(10400) S 사이즈와 실측 크기는 거의 비슷한 거 같다. 대신 더 얇기 때문에 약간 더 큰 느낌이 있다. 방풍 보온 기능이 두께에 비해 꽤 괜찮은 편이라 한 겨울에 라이트 다운 파카 입고 그 위에 입으면 아주 추운 날 아니면 커버 가능한데 그런 용도로는 아주 적절하다. 그렇지만 생긴 게 따뜻해 보이는 옷은 분명 아니다. 

 

 

확실히 필슨은 좋은 옷을 만든다. 예컨대 유럽의 하이 엔드 패션 제품의 고퀄리티와는 가는 길이 다르고 그걸 잘 드러낸다. 뭔가 단단하고 튼튼하고 더불어 일상성이 깊이 배어 있다. 대신 문제는 옷에 유머가 너무 없고 지나치게 진지하다. 꼭 웃길 필요는 없지만 예를 들어 칼하트, 엘엘 빈, 펜들턴, 노스페이스, 엘씨 킹 등등 다양한 환경에서 악조건을 뚫고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역사가 좀 있는 아웃도어옷, 작업복 등은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가지고 있는 재료를 가지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고민하다 나온 자아의 왜곡, 약한 광기의 흔적 같은 게 있다.

 

가끔 말도 안되는 짓도 하고 효율적이라지만 우스꽝스러운 대응 방안을 고안하기도 한다. 실소가 나오는 장식을 굳이 무리해 집어넣기도 한다. 힘든 일을 하다가 그런 걸 보면 기분이 좀 풀릴 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예전에 이야기 했던 칼하트 옷(링크)에서 잠깐 이야기했었다. 그런 것들이 이런 듀러블, 버서틸 옷의 재미를 만든다.

 

하지만 필슨은 그런 흔적을 최대한 제거한다. 진지하고 진중하고 농담 따위를 할 분위기가 아니다. 심지어 옆에 따라다니고 있는 개(dog)도 점잖고 진지하다. 보스 오브 더 로드 라벨에 있는 그런 강아지가 등장할 분위기가 아니다.

 

 

그런 게 물론 필슨의 장점이자 캐릭터지만 가끔 하품이 나올 때가 있긴 하다. 웃기는 부분을 발견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 아쉽긴 하다. 그렇지만 필슨은 좋은 옷을 만든다. 이런 옷에 관심이 있다면 몇 년 간 입어보면서 경험해 볼 가치가 있다. 그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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