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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옷은 뭐라도 괜찮다

by macrostar 2019.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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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언니네 쌀롱을 잠깐 봤다. 패션 관련 방송은 약간 궁금하니까 챙겨보는 것도 있고 차홍도 나오고. 뭐랄까, 방송에 보이는 차홍 님의 초긍정적 태도와 언행은 인생의 롤모델이다. 아무튼 이런 방송이 흔히 그러하듯 이것만 이랬으면...을 벗어나는 부분이 별로 없는 건 아쉬웠다. 그런데 셔츠 빼 입고 다닌다고, 같은 옷 2년 입었다고 그렇게까지 개탄할 건 없잖아. "패션" "방송"은 굳이 그래야만 하나 하는 의구심이 있지만 그렇다고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그러고 있으면 방송이 만들어지지 못하겠지. 게다가 패션 개혁을 요구한 의뢰인이 연예인이니까 그런 분들은 필요한 데가 있기도 할 테고. 

 

 

이런 이야기를 하면 이 사진을 꺼내게 된다. 이 옷은 나름 멋지고 따뜻해 보이긴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입으면 곤란할 거 같다. 자가 차량 사용자, 도보 혹은 자전거 이용자 들만 입길. 옷에 제한이 있다면 그 정도다. 또한 옷이 만드는 문제라면 안 입는 옷을 잔뜩 짊어지고 사는 거다. 세상에 풀어줘서 지속 가능한 패션의 사이클 속에 넣어줍시다.

 

방송을 보면서 문득 깨달은 게 나는 옷이 몸에 들어가기만 한다면 뭐라도 별로 상관없는 사람이구나... 라는 거다. 좋다는 것도 아니고, 나쁘다는 것도 아닌데 따져보면 사실 나쁘다는 쪽에 약간 가깝다. 그렇다고 해도 셔츠 팔이 길면 긴대로 재미있고, 옷이 크면 큰 대로 재미있고, 옷이 너무 딱 달라붙으면 그것도 그것대로 재미있고, 바지 길이가 짧으면 그것도 그것대로 재미있다. 낡아서 기워놓은 데가 종종 살을 긁으면 그것도 신선한 느낌이 있고, 모험심이 발동해 괜히 뜯었다가 잘못 마무리해 놓으면 그것도 유니크하다. 코트에 옛날 풍 파워 숄더가 들어가 있어도 재미있고 어딘가 찢어져 떨어져 나가 있어도 재미있다. 반짝거리고 빳빳한 새 옷도 물론 재미있다.

 

아무튼 악취만 안 나면 된다. 누구도 상관하지 않는다 + 이게 궁금하다 + 아무렴 어때 등등이 결합되면 이런 식으로 나아가게 되는 거 같다. 뭐 좀 건드려서 "나아진다"는 게 뭔지 잘 모르겠다. 유행 친화적? 몸의 라인을 잘 살리는 거? 덥수룩해 보이지 않고 깔끔해 보이는 거? 늙어보이지 않는 거? 그렇다면 왜 그게 더 "낫다는"건가. 구시대 멋짐에의 기댐은 구시대 질서의 잔존에 기여할 뿐이다.

 

 

빠워 숄더. 상표 태그를 저렇게 뺀 게 좀 재밌군.

 

그러고보니 요새 개량 한복도 화제다. 

 

 

이분들 덕분에...

 

 

 

이 경우엔 좋은 기사도 많았지만 왜인지 동아티비는 이 사진에 대략 난감 뭐 이런 제목을 달았었다.

 

 

그래서인지 이게 뭐 굳이 나쁠 게 있나 하는 생각도 한다. 네오프렌이고 팔에 주머니도 있고 기능적이고 편할 거 같다. 칼라 같은 데가 저렇게 생긴 옷을 입을 기회도 잘 없는데 입어보면 그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아무튼 옷은 이래도 재밌고 저래도 재밌다. 옷과 헤어스타일 바꿔서 나아져 봤자 뭐 얼마나... 그래서 어쩌라고... 옷 가지고 인간에 대한 판단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잘못은 그쪽에 있다. 필요와 취향에 따라 알아서 즐겁게 잘 입으면 그러면 된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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