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의 즐거움2019.08.31 10:24

예전에 리바이스 빈티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한창 레플리카 데님이 유행이던 시절 리바이스 501 83년 버전처럼 큰 특징이 없고 사실 빈티지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경계선에 있는 모델까지 복각 버전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링크). 이런 식으로 나온 게 꽤 있는데 그 중 하나가 71년판 501이다.

 

위 링크의 글을 읽어보면 알 수 있지만 소위 66모델 빅E라고 부르는 제품이다. 66모델이 나오다가 리바이스 레드탭의 E가 e로 바뀌게 되어서 66모델 초반기는 빅E와 스몰 e인 66전기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눈다. 이건 그래도 마지막 빅E 모델이기 때문에 의미가 좀 있긴 하다. 그렇다고 해도 40년대, 50년대 모델처럼 잘 만들어진 초창기 리바이스 501 정도는 아니고 복각이 아닌 실물판 빅E인데 가격이 좀 싸다 = 수요가 많다 이래서 인기가 있었다.

 

 

빅E가 별 건 아니고 위 사진처럼 LEVI'S에서 E가 대문자인 버전이다. 예전부터 대문자였는데 70년대 초반 이후 소문자 e로 바뀐다. 요즘도 소문자 e다. 이거 말고 V 생긴 모습, S 생긴 모습, 레드탭의 재질(레이온, 나일론), 자수냐 프린트냐 등등 여러가지 지표들이 있는데 E와 e는 가장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또한 기존 501XX의 (레귤러라 부르지만 실제로는 꽤나) 와이드한 핏에 비해 살짝 좁고, 뒷주머니도 무식하게 크지 않고. 천도 좀 얇아졌고(13, 12온스 대로 빈티지 느낌이 아니라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습기 많은 더위를 보내야 하는 동아시아에서는 장점이 있다)해서 좀 "모던"하기 때문에 이쪽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이유로 리바이스 자체 생산 71년 복각 리바이스는 꽤 다양한 버전이 나왔다. 일본 기획 미국 제조판이다. 다른 브랜드에서 71년판을 기본으로 복각한 청바지가 있나 싶긴 한데 66모델 복각들은 대부분 이와 비슷한 제품을 기반으로 했을 거다. 하지만 66 빅E는 뒷주머니가 큰 편이라 1947 복각과 비교해 그런 부분은 잘 살리지 않는다. 

 

 

71501-0014. 리지드 버전으로 이게 기본이다. 샌포라이즈드 가공이 되어 있지 않은 STF, 로 데님이다. 

 

 

 

이건 71501-0015. 똑같은 바지인데 1년 유즈드 가공인가 그렇다. 요즘은 유즈드 가공 기술이 고도로 발달해서 웨어하우스 같은 데 보면 꽤나 그럴듯하게 나오는데 위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 그 정도는 아니다. 뭔가 억지로 만든 어색함이 있음. 

 

 

 

이건 71501-0016. 갑자기 훌쩍 뛰어서 10년 유즈드 가공판이다. 사실 로와 1년, 10년 차이가 전혀 그럴 듯 하지가 않다. 그냥 1년, 2년판 혹은 5년, 10년판 이래놨어도 그렇구나 했을 거 같다. 보면 오른쪽 허벅지 위, 왼쪽 바깥 무릎의 상처가 그대로 더 낡고 있다. 그리고 10년 판에는 오른쪽 허벅지 위에 큰 수선 자국이 하나 더 생겼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과연 레퍼런스가 있었을까 약간 의심스럽다. 그냥 상상 속의 탈색 재현인 거 같은데 만약에 레퍼런스가 있었다고 해도 재현 기술의 문제가 또 있었겠지.

 

 

 

71501-0016의 약간 지독한 점은 밑단 가공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밑단이 뜯겨 나간 모습을 일부러 재현하고 있다. 사진 보면 상당히 잘 한 거 같은 데 예전에 유니클로 청바지 S-002를 길이를 줄이지 않고 계속 입었더니 딱 저런 모습이 되었었다. 신발과의 마찰 때문인데 그때의 경험 덕분에 바지 길이는 가능한 신발에 닿지 않는 선을 유지하게 되었다. 하지만 자기의 페이딩 바지를 올리는 사이트를 보면 저런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토바이 같은 거 타는 사람들, 부츠 신고 다니는 사람들이 저렇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동질감을 느끼나...

 

아무튼 저런 너저분한 모습이 "일반인"들을 로 데님 - 탈색 취미에서 멀어지게 만든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세탁을 안 하는 게 가장 크다. 다들 지저분해 보이잖아... 지저분해 보임을 향해 돌진하는 건 매니아가 아니라면 접근하기 힘들다. 그러므로 지금이라도 깔끔하게 낡아요!를 홍보해서 일반인들이 보다 더 많이 진입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최근 나오고 있는 웨어하우스의 깔끔한 탈색 버전 세코항 같은 밝고 경쾌한 타입의 탈색 버전이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로 데님에서 시작하는 게 좋지만 너무 귀찮고 어려운 길이라 탈색 버전 사서 오래 입으면 그걸로 또 되는 거지.

 

결론은 저렇게 별 큰 의미도 없는 버전을 열심히 이것저것 내는 시절이 있었다. 참고로 일본 기획 미국 제조판 LVC는 중고 시장에서 꽤 볼 수 있는데 그렇게 잘 만들어진 소중한 모델은 아니다. 발렌시아 어쩌구 해봤자 마찬가지다. 실제 빈티지를 살 수 없다면 차라리 복각 전문 브랜드 제품이 낫다. 다만 그래도 리바이스가 오리지널이니까 거기서 대안을 찾는다면 미국 생산 LVC가 그나마 괜찮았던 거 같다. 71501의 경우 일본 기획 복각 특유의 데님 천에 수분이 모자른 듯한 뻣뻣함이 있다. 아무튼 71501-0015를 하나 가지고 있는데 2만원인가... 그 즈음에 산 기억이 있다.




Posted by macr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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