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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옷 노화의 유도, 속도의 조절

by macrostar 2019.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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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북토크(링크)를 하면서 옷을 오래 입기 위해선 선택, 조절, 유지의 단계에 각각 유의할 부분이 있고 선택의 단계에서 제 모습을 유지하는 옷, 계속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 없는 옷을 골라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신경이 쓰이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좀 했는데 이 부분을 살짝 보충. 노화는 조절의 대상이 될 수 있고 모습을 유도할 수도 있지만 한계는 있다.

 

 

예컨대 이 가방의 경우 위  사진처럼 아래 부분이 네모 형태로 만들어져 있음에도 네모 형태로 고정이 되지 않는다. 들고 다니면 이 불규칙한 모습은 더욱 심해지는데 크로스백 형태로 메고 다니면 아래 부분이 반원형 형상을 이루게 된다.

 

 

그건 윗 부분도 마찬가지. 안에를 어지간히 채워도 이런 모습은 피할 수 없다. 

 

 

윗 부분에도 비슷한 형태로 휘어진 부분이 있다. 네모 모양으로 만들었지만 네모 모양을 유지하지 못한다.

 

 

원래 가방의 모양에서 의도되었다고 추정될 수 있는 부분을 제품 사진을 통해 엿볼 수 있다. 각진 브리프케이스는 아니라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주름이 있지만 그렇다고 보자기 수준의 자유로운 모습을 지닌 가방은 아니다.

이 부분이 문제가 되는 이유가 뭐냐면 예상할 수 없는 모습으로 노화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즉 모양을 잡아 놓고 만들었지만 그렇게 유지가 되지 않기 때문에 반원 곡선으로 휘어진 채로 세월이 흘러갈 테고 그렇게 노화가 진행된다. 바르지 못한 자세로 살다가 허리가 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 결과 원래 예상된 수명보다 단축될 가능성이 있다.

 

이게 신경이 쓰여서 초반에는 안에다 뭘 넣어보기도 하고(물론 무겁다), 생각날 때마다 펴보기도 했는데 즉 이 가방은 유지의 부분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문제가 있고 그렇다면 선택의 부분에서 잘못된 거다. 

 

계속 그렇게 지낼 수는 없기 때문에 방법이 필요하다. 예컨대 가방을 처분하거나 혹은 여기서 뭔가 발견해 태도의 변경을 하거나. 이 가방의 경우 만약 샘플의 모습을 유도했다면 내부에 보강을 훨씬 튼튼하게 만들었을 거다.

 

 

예를 들어 이런 식으로. 브리프케이스는 이름 그대로 안에 종이 같은 걸 넣었을 때 구겨지지 않게 하는 목적이 있다. 그러므로 목적에 충실한 브리프케이스라면 위 제품처럼 어지간하면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게 만든다. 문제는 뭐냐면 이렇게 생긴 가방이었다면 사지 않았을 거라는 것. 필요도 없다. 

 

이 가방을 고른 이유는 지나치게 각지지도 않고 지나치게 유연하지도 않은 저 "정도" 때문이었고 샘플 사진의 낚시가 있긴 했지만 예상을 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잘못 만든 부분이 상당히 많은 건 분명하다고 생각하지만(게다가 지퍼를 움직일 때 고정할 만한 작은 손잡이가 없다는 건 이 가방의 또 하나의 큰 문제점인데 브리프케이스로서 그렇게 정교한 설계를 한 가방이 애초에 아니다는 뜻이다) 저 흐트러진 모양으로 노화될 거라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지금 선택할 수 있는 건 그려려니 하는 것 정도.

 

 

잘못된 노화 중 가장 싫어하는 게 위 사진 처럼 낡는 거다. 이건 선택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조절에 문제가 있을 때 나타나고 바지의 수명을 지나치게 단축시킨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평범한 사용이라면 4, 5년 정도는 별 문제가 없기는 하고 바지 가격을 생각하면 손해볼 건 없다. 그렇지만 10년을 썼어도 이 부분만 조금 잘 조절했다면 더 갔을텐데...라고 후회가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문제다.

 

나 같은 경우엔 바지 길이를 조절해서 해결하고 있지만 만약 긴 길이의 바지가 취향이면서 저 부분을 막고자 한다면 역시 매번 생각날 때마다 밑단을 들어올리는 버릇을 들이는 것 말고는(그래도 별 볼일 없긴 하다) 방법이 없지 않나 싶다. 게다가 사실 페이딩에 대해 올려놓은 이야기들을 보면 저 부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은근히 있다. 진짜 사용감이 느껴지고 터프하다나 뭐라나. 결국 세상엔 여러가지 취향이 있고 거기에 맞춰서 적당한 에너지를 들여 조절하며 살면 되는 거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맨 위의 가방의 모서리 부분은 더 이상 건드리지 않고 있다. 가끔 네모 모양을 원한다면 손잡이로 들고 다니면 완전하진 않지만 얼추 비슷하게 나온다. 각진 걸 좋아하고 필요하다면 아예 각진 걸 쓰는 게 맞다.

 

 

지금의 취향과 필요에 의하자면 이렇게 생긴 가방은 누가 주지 않는 한 쓸 일이 없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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