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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이거면 됐다 싶은 옷

by macrostar 2019.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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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이거면 됐다 싶은 옷들이 있다. 버튼 셔츠와 치노는 유니클로, 청바지는 리바이스, 에어컨 때문에 입는 라이트 재킷과 소프트쉘은 노스페이스 등등. 여러 시행착오와 비용의 낭비, 실험 끝에 얻은 결론이다. 말은 이거면 됐다 이지만 그간 많은 쓰레기, 어딘가 용도에 맞지 않은 옷을 꾹 참고 입은 덕분에 도달한 곳이다. 물론 이런 건 잠정적이다. 모든 옷을 테스트 해볼 수는 없기 때문에 접할 수 있는 한도 안에서 옷 생활을 전재해 나갈 수 밖에 없다. 예전에 배웠던 허버트 사이먼의 제한적 합리성이 생각나는군...

 

그런 옷 중에 하나가 포인터 브랜드의 초어 재킷이다. 봄, 가을에 스포티한 잠바를 입기는 싫을 때, 매일 입는 옷에서 아주 약간의 엄격한 전투 모드의 유니폼 느낌을 내고 싶을 때 입는 옷이다. 안에 반소매에서 시작해 이너 플리스, 라이트 다운을 입을 수 있을 때까지 입기 때문에 은근히 커버하는 계절의 폭이 넓다. 게다가 이런 시즌이 봄, 가을 두 번이나 있다. 사실 아직은 안에 반소매를 입어도 좀 무리인 계절이긴 한데 오늘 집에 있는 김에 정비 찬스를 가졌다.

 

 

이 옷의 좋은 점은 낮은 가격(정가 145불이고, 25% 세일을 수시로 하고, 오랫동안 거의 바뀌는 데 없이 나오는 옷이라 재고도 많아서 조금 열심히 찾으면 꽤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 무난한 생김새 등이다. 올드 트러커들은 좁은 어깨 넓이, 긴 허리 길이 때문에 입으면 영 어색한데 포인터 브랜드의 초어 재킷은 그런 걸 다 덮어 버린다.

 

 

 

물론 포인터 강아지 라벨의 매력도 빼놓을 수 없음.

 

 

단점을 말하자면 이 옷은 오랜 역사, 메이드 인 USA가 어쩌구 하면서 광고를 하고 있지만 결코 잘 만든 좋은 옷은 아니다. 애초에 데님이든 피셔 스트라이프든 암만 봐도 좋은 소재도 아니고 마무리도 거의 최악이다. 실 날리는 부분은 대책이 없음. 이러다 분해되는 게 아닐까 싶게 계속 어디선가 실이 풀려 나온다. 예전 짚신 장수의 첫번째 아들처럼 제작 마지막에 옷 마무리를 잘 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는 그런 옷이다.

 

그리고 로 상태에서 있는 코팅은 뭘 썼는지 살짝 알러지 반응이 난다. 콘 밀스 데님들이 유난히 그런 경향이 있는 거 같긴 한데 알려져 있다시피 새 데님의 코팅이 별로 몸에 좋은 건 아니라서 처음에 소킹을 제대로 해야 한다.  

 

이런 모든 면을 고려하면 정가는 비싼 느낌이다. 유니클로 데님 재킷 정도면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데 미국 제조니까 공장 땅 값, 인건비 정도의 차이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미국에서 유니클로 옷 같은 걸 만들면 이 정도 가격이 되는 게 아닐까.

 

 

 

홈페이지에 한참 피셔 스트라이프만 있고 히코리는 없었는데 이번에 보니까 히코리가 들어오고 피셔 스트라이프가 없네. 둘 중에는 피셔 스트라이프 쪽을 더 좋아한다.

 

 

 

둘은 생긴 건 똑같은 데 원단은 데님 - 화이트 오크, 피셔 스트라이프로 다르다. 두께도 살짝 다른데 데님은 11.5온스, 피셔 스트라이프는 10온스 짜리. 피셔 스트라이프는 요새 제품은 조지아에 있는 마운트 버논 밀스라는 데서 만드는 데 구형 모델은 모르겠다. 결론적으로는 이 무난무난한 옷이 일상복으로는 딱 적당하다. 이런 옷을 천천히 더 찾아나가는 게 일상복 생활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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