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의 즐거움2019.07.13 14:05

리바이스 501의 경우 "빈티지"라고 부르는 제품들이 있다. 이 경계는 꽤 까다로운 문제인데 사람마다 생각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셀비지면 다 빈티지 일까, 80년대 미국산이면 빈티지 일까, 빅 E 탭이 붙어있는 게 빈티지 일까 등등 사람마다 생각도 다르고 그 경계도 다르다.

 

게다가 리바이스에는 LVC(Levis Vintage Clothing)이라는 브랜드가 따로 있어서 여기서 내놓는 제품들도 있다. 예를 들어 47501(47년 501의 복각) 같은 것 뿐만 아니라 66501, 72501, 76501 등등 미국제, 일본제, 터키제 등등 꽤 다양하다. 그렇다면 LVC에서 내놓은 게(어쨌든 자기들이 복각을 하니까) 리바이스 공인 빈티지라고 볼 수 있는 걸까. 심지어 일본 LVC에서는 83501도 내놓은 적이 있다. 

 

이거 따지고 들어가면 끝도 없으니 여기서는 일반적인 경계에 대한 이야기. 보통 상정하는 경계가 몇 가지 있는데 78년 생산까지 혹은 83년 생산까지(연도는 정확하지 않다). 83년은 쉬운데 리바이스에서 셀비지 버전을 저 즈음까지 내놨기 때문이다.

 

 

혹시 모르는 분들을 위해, 청바지 안쪽 사이드 처리가 위 사진처럼 되어 있는 게 셀비지. 

 

 

그 이후 나온 것들, 최근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청바지는 이렇게 생겼다. 위 두 사진에서 틀린 부분을 찾으시오.

 

정확히 오늘부터 셀비지는 그만! 이런 건 아니지만 저 즈음이었기 때문에 경계를 나누기 쉽다. 셀비지 = 빈티지, 셀비지 아님 = 빈티지 아님. 그런데 사실 이전에는 대부분 78년을 경계로 했다. 78년은 대체 무엇일까... 

 

위에서 말했듯 47501 어쩌구 501하는 연도별 특징들이 있는 데 이것들은 사실 연도를 추측하기 위한 방법일 뿐이고 가장 중요한 특징은 탈색이다. 어떻게 탈색하는가. 즉 78년을 경계로 그 전까지 공통되게 보이는 탈색의 특징을 가진 제품들이 나왔고 그 이후 탈색의 특징이 바뀐다. 그러므로 78년 이전을 빈티지라고 하고 78년 이후를 통상 버전이라고 한다.

 

78년에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에 대한 많은 추측이 있지만 정확한 건 없는 거 같다. 그리고 흔히 붙이는 말이 78년 이전을 박력있고 세로 떨어지고 뭐 이런 이야기를 하고 78년 이후를 밋밋하고 재미없고 뭐 이런 이야기를 한다. 

 

 

사진으로 백날 봐봐야 사실 전혀 알 수가 없는데 맨 왼쪽은 오래된 빈티지. 가운데가 78년 즈음인데 78년 전, 맨 오른쪽이 78년 즈음인데 78년 후. 즉 가운데와 오른쪽의 탈색 차이가 빈티지의 경계라고들 한다.

 

이렇게 되면 78년부터 83년 정도까지 "셀비지이긴 한데 밋밋하고 재미없어서 빈티지라고는 할 수 없는" 단계가 존재하게 된다. 그런데 박력있고 세로 떨어짐의 인기가 식으면서 밋밋하지만 깔끔하게 탈색하는 데님 인기가 올라갔다. 그러므로 78년~83년까지도 나름의 인기를 얻게 된다. 그렇다고 해도 가격 차이가 좀 있다. 위 사진의 경우 맨 왼쪽은 7만엔, 가운데는 3만엔, 오른쪽은 8천엔 정도라고 한다. 즉 78년 전후 차이로 2만엔 좀 넘게 벌어지는 데 저건 탈색이 꽤 진행되서 그렇고 데드스톡 쯤으로 가면 더 크게 벌어진다. 물론 그렇다면 맨 왼쪽은 훨씬 더 뛰겠지만. 

 

여기서는 78년의 경계를 알아 볼 수 있는 몇 개의 사인을 알아보자. 혹시 헌옷 가게를 뒤지다가 발견할 수도 있으니까... 관심 없으면 이베이에 팔면 되니까. 한국, 일본, 중국, 미국, 유럽 같은 데서는 헌옷 마켓이라고 해도 이제 그런 걸 발견하기는 거의 불가능하지만 그외에 다른 나라도 많고 세상 일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우선 맨 위에서 이야기한 셀비지여야 한다. 그런데 복각이 무지하게 많이 나왔고 가짜도 많이 나왔기 때문에 복각 빈티지를 구별해야 한다. 그런 부분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른 데를 찾아보시고(자세하진 않지만 레플리카를 읽어보는 것도 이 바닥의 재미를 아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책 사주세요! 링크).

 

그리고 내부 라벨. 케어 탭이라고 한다. 아주 오래된 건 없을 수도 있지만 일단 이런 식으로 생겨야 한다.

 

 

위에는 8% 적혀 있는데 10% 적혀 있는 것도 있다. 더 오래되면 저런 게 주머니 천에 인쇄되어 있는 것도 있고 아니면 아예 없는 것들도 있다. 이런 부분으로 연도를 특정해 볼 수 있는데 여기서는 78년 경계 이야기니 역시 생략.

 

 

이런 거 안됨.

 

 

 

이런 것도 안됨. 뭐 그냥 봐도 일본어가 적혀 있는 게 리바이스 빈티지일 가능성은 없지만 66501 복각인 저 제품에서 라벨을 떼버리면 이건 뭐지 싶을 수도 있다. 

 

 

 

이런 것도 물론 안됨.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 쯤 일본 복각 제품들이다. 예를 들어 일본 리바이스 기획 555 발렌시아 공장 복각이라면 저런 게 붙어있을 거다. 

 

 

이렇게 해서 일단 501인데 셀비지고 케어 탭이 옛날 버전이다 하면 80년대 이전 즈음 제품으로 생각 된다. 이때부터 중요한 건 상태와 가격이겠지.

 

그리고 66 모델이라는 게 나온다. 66 모델은 레플리카 책에서도 간단히 설명했는데 청바지에 붙어 있는 종이에 1966이라고 적혀 있는 걸 일본에서 66이라고 부르면서 나온 이름이라고 한다. 66년하고는 관계없고 73년 쯤부터 나오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좀 흐린 사진이지만 아래에 C 동그라미 1966.

 

셀비지고 옛날 탭이 붙어 있는 걸 발견했는데 66모델인 걸 어떻게 알 수 있느냐 하면 가장 눈에 띄는 건 허리 부분 안쪽 스티치다. 

 

 

보다시피 위 아래 모두 체인스티치. 이 전 버전은 위 쪽은 싱글스티치로 되어 있다. 이 말은 셀비지에 옛날 케어탭이 붙어 있는데 허리 부분이 위 사진과 다르게 위쪽은 싱글스티치라면 더 비싼 걸 발견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무튼 73년 쯤 이후 리바이스 청바지는 모두 위 아래가 위 사진처럼 나오기 시작했고 지금도 그렇다.

 

이렇게 해서 셀비지, 옛날 케어탭, 위아래 체인스티치 = 66모델을 찾았다. 그런데 66모델은 크게 3가지가 있다. 가장 오래된 건, 즉 73년 즈음 생산된 건 뒷주머니의 레드탭을 보면 e자가 대문자다. 소위 빅 E.

 

 

왼쪽이 스몰 e, 오른쪽이 빅 E. 복각 아닌데 빅 E다, 그렇다면 역시 lol. 이 부분 역시 저 즈음을 경계로 이후 리바이스 레드탭은 모두 스몰 e가 된다. 뭐 공장에 재고 남아있는 게 있었다면 조금 더 썼을 수도 있겠고. 빅 E 다음은 스몰 e다.

 

즉 66모델 스몰 e 버전. 여기도 두 개가 있는데 66전기, 66후기라고 한다. 이 둘의 경계를 알아볼 수 있는 건 뒷주머니 스티치다.

 

 

이게 전기다. 뒷주머니를 뒤집어 보면 보이는 두줄 스티치가 싱글스티치.

 

 

이게 후기다. 뒷주머니를 뒤집어 보면 보이는 두줄 스티치가 체인스티치. 두 사진의 다른 점을 찾으시오...

 

이 부분 역시 이 즈음을 경계로 이후 리바이스 청바지는 모두 저 부분이 체인스티치가 된다. 지금도 그렇다. 문제는 여기에 있는 데 이 경계가 바로 78년이다. 즉 66모델 전기까지가 빈티지, 66모델 후기부터는 빈티지 아님이 되는 거다.

 

중간 쯤 사진에 가격이 저렇게 확 벌어지는 것도 78년 경계로 66모델 전기와 후기의 가격 차이다. 그러므로 셀비지에 옛날 케어탭, 허리에 두줄 스티치가 있는 청바지를 발견했는데 백포켓을 뒤집어 봤을 때 싱글스티치면 3만엔, 체인스티치면 8천엔이 된다(이 가격 차이는 예시로 실제로는 천차만별이다). 이 차이는 빈티지냐 아니냐에서 생기고 더 나아가면 탈색의 차이에서 생긴다. 

 

78년에 뭐가 바뀌어서 탈색의 양상이 변했을까 하는 게 레플리카 브랜드들 최고의 과제였던 거 같은데 결론은 아무도 모르는 거 같다. 리바이스도 모르니까 LVC도 한계가 있게 되고. 그러다보니 다들 각 연도별 사양과 데님의 털과 울퉁불퉁 같은 데 초점을 맞춰 복각 501을 제작한다. 뭐 그런 부분도 재미있는 점이다. 브랜드별 특징도 여기서 나오는데 많은 브랜드들이 세로 줄 탈색이 안되니까 그걸 의도적으로 만들기 위해 데님을 설계했다. PBJ 같은 데는 울퉁불퉁한 데님을 만들어서 울퉁불퉁한 느낌이 나오게 탈색하도록 했다. 

 

아무튼 그렇기 때문에 78년, 66모델 전기까지를 보통 빈티지라고 한다. 그렇다면 맨 위에서 말한 78년부터 83년 정도까지 빈티지는 아닌데 셀비지인 단계가 존재한다. 예전에는 그냥 양산품 취급하던 시절도 있었다고 하는데 옛날 리바이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셀비지면 다 귀하다...가 되어서 셀비지 정도까진 빈티지 취급을 해주는 분위기다. 즉 70년대 실물 리바이스 501 이러면 사실 구하기가 매우 어려우니까.

 

약간 덧붙이자면 그렇다면 빈티지가 아닌 66후기, 78년 정도부터 나온 제품부터 셀비지가 완전히 끝나는 83년, 84년 쯤까지 나온 청바지는 뭐라고 부를까. 예를 들어 66후기에는 쿠로칸이라고 뒷주머니 바택 부분이 까만 실로 되어 있는 제품들이 있다. 처음엔 까만색이었다가 나중에는 오렌지 색 실이 되는데 거기서부터는 보통 셀비지가 아니다. 그리고 66후기와 80년대 초반 제품을 구분할 수 있는 경계도 있다. 66후기에 66이라는 말이 들어간 이유 중 하나는 버튼 뒤와 라벨에 적혀 있는 공장 번호(로 추측되는 숫자)가 한 자리였다. 예를 들어 6, 9, 1 등등. 그러다가 3자리 숫자로 바뀐다. 524, 555 이런 것들. 5로 시작하는 건 미국 공장이다. 그러므로 리바이스의 마지막 셀비지 501은 66후기와 같은 라벨에 세 자리 팩토리 넘버가 라벨과 버튼 뒤에 새겨져 있는 제품들이다. 이 즈음은 셀비지가 아닌 것들도 똑같은 라벨과 스탬프를 붙이고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뭔가 넙적한 느낌이 나는 데님에(말로 설명이 힘든데 비 입체적인 표면의 데님) 밋밋하고 재미없는 탈색을 상당히 좋아하는 데 거기 가장 잘 맞는 건 66후기 쿠로칸 이후 모델부터 90년대 일본 기획 미국판 비셀비지 501까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셀비지가 아니면 가격도 싼데(상태 좋은 게 2만원 남짓이었음) 일본 보면 이 즈음 나온 제품들도 가격이 오르고 있었다.

 

즉 셀비지를 넘어서 80년대, 90년대 미국판이면 구하기 어려우니까... 식으로 확대 되고 있다. 555 발렌시아라고 딱히 좋을 게 있나 싶은데 그건 더 쳐주는 경향이 있다. 전반적으로 셀비지, 로 데님 인기가 떨어져서 지금은 주춤하지만 데드스톡 같은 걸 구할 기회가 있다면 구해 놓고 보관하다가 나중에 이베이에 파는 것도 괜찮을 듯... 안 오르면 그냥 입으면 되고... 어쨌든 나중에 가면 미국제 리바이스는 대체적으로 가격이 지금보다는 오를 거 같다. 물론 그래봤자지만 6만원 정도인 유니클로 청바지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사실 이 부분, 정확히는 빅E가 스몰e로 바뀐 즈음부터 리바이스가 왜 셀비지 데님을 계속 만들었는가 의문인데 리나 랭글러 같은 비슷한 회사들은 이미 예전에 대량 생산을 위해 셀비지 기계 같은 건 다 치워버렸다. 셀비지 501의 지속 생산, 염색 방식의 변화 등등 이런 식으로 70년대에 리바이스가 대체 뭘 하고 있었는지는 의문 투성이. 

 

결론은 셀비지, 옛날 케어탭, 뒷주머니 싱글 스티치. 이 셋이 결합되면 거의 확실한 리바이스 501 빈티지가 된다. 78, 83년 이런 건 라벨이나 세부 디테일의 특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모두들 어디서 싸게 굴러다니는 걸 발견하시길 기원하며...




Posted by macrostar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모두들 어디서 싸게 굴러다니는 걸 발견하시길 기원하며..."

    이제는 그런 기적을 바라기가 매우 어렵게 되었네요....

    2019.08.15 16:22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