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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복 브랜드 워크맨, 코스트코 패션 코너

by macrostar 2019.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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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서 일본의 작업복 브랜드 워크맨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링크) 생각난 몇 가지. 예전에 라쿠텐 같은 데서 파는 일본 작업복에 관심을 조금 가진 적이 있는데(물론 싸고 기능적, 옷의 역할에 충실) 직구 비용 따지면 그냥 지마켓 같은 데서 파는 작업복(예를 들어 건설 현장용 = 튼튼, 어부용 = 방수) 사는 게 더 싸겠다 싶어서 관둔 적이 있다. 예전 현대 중공업 데님 작업복 같은 것도 그 시절 구해서 가지고 있는 데 가끔 입다가 청바지 수선 패치용으로 써버렸다. 사이즈가 좀 많이 컸고 동묘에서 2천원인가 그랬기 때문에 천보다 싸서...

 

그런 브랜드 중에서 워크맨이 최근 확장에 성공하고 있다. 매장 수가 지나치게 빠르게 늘고 있어서 괜찮을까 싶기는 하는데(2018년에 워크맨 플러스 체인을 시작했는데 올해 일본내 유니클로 매장수를 넘어서 8백 몇개가 되었다, 기존 워크맨 리테일 샵도 플러스로 바꾼 걸까?) 뭐 그건 그쪽 사정이니까... 

 

 

아무튼 유니클로보다는 다이소의 느낌에 조금 더 가까운 이 옷은 말 그대로 패션이니 멋지고 예쁘니 이런 거에 상관없이 옷이 해야 할 역할에 충실한 제품을 찾고 그거면 됐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여성 고객이 상당히 많다는 걸 강조하고 있는데 이건 마케팅일 수도 있고(작업복이라는 남성 중심의 브랜드였기 때문에 이미지 세탁이 필요하다), 실제로 그런 게 필요한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있을 수도 있다(손님의 남녀 비율이 6:4, 7:3이라는 기사를 찾을 수 있다).

 

이런 브랜드의 생존 여건은 그런 옷차림이 먹히는 사회 여건이어야 가능하다. 옷이 그게 뭐냐느니 하는 오지랖이 많은 사회에서는 불가능하다. 유니클로가 비패션 라이프의 길을 만들어 줬고 워크맨이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간 거로 볼 수 있다. 어차피 그곳으로 향해 가는 중이다. 한국에는 아웃도어 브랜드 아울렛들이 워낙 많고 그게 대체가 가능하기 때문에 좀 어려울 거 같은데 혹시 또 모르겠다.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역시 유니섹스에 아직은 무심한 편이라. 

 

사실 이런 패션은 이미 존재하는 장르다. 예를 들어 마트 옷이 있다. 이마트 데이지 같은 건 나름 알록달록 패셔너블해져서 이제는 "마트 옷"이라는 단어에서 떠오르는 포스가 느껴지진 않지만 여전히 볼 수 있는 곳으로 코스트코가 있다.

 

 

이건 참고 사진. 

 

코스트코 패션 코너를 구경하다 보면 패션이란 무엇인가, 옷이란 무엇인가, 멋지고 예쁜 건 무엇이고 못생기고 안 어울리는 옷이란 무엇인가 등등에 대해 아득한 상념에 빠지게 된다. 물론 찾아보면 디키즈 프린트 티셔츠도 있고 투미 가방도 팔고 하긴 하는 데 저 커다란 공간 안에서 특유의 "마트 옷" 포스가 살아나 모든 걸 다 뒤엎는다. 그냥 옷이다. 몸을 가리고 땀을 흡수하고 바람과 추위를 막고 편하고 튼튼한 옷. 멋진 거 따위 옆집 강아지나 주라지.

 

멋짐의 정의가 흔들리고 있는 지금 이 시대에 마트 옷의 강력한 이미지는 나름 설득력이 있다. 신체의 단점을 가리고 장점을 부각하는 게 옷 입는 방법인가. 그런데 단점은 뭐고 장점은 뭔가. 그것은 왜 단점이고 왜 장점인가. 생긴 모습, 머리 크기, 허리 둘레, 다리 길이 이런 데에 장점이 있고 단점이 있나. 선호하는 모습이 있다면 그걸 왜 선호하는가. 좋은 옷은 뭐고 멋진 옷은 무엇인가. 어떤 옷을 입었을 때 더 멋지다고 생각한다면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무엇을 보고 있는가. 패션에서 이런 문제들을 생각해 보고 더 부각될 수 있는 딱 좋은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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