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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 가방을 무겁게 만든다

by macrostar 2019.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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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맞으면 컨디션이 심하게 떨어진다. 차칫 감기나 몸살에 시달릴 수도 있다. 그러면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 해야 할 일이 없어도 일정에 문제를 만드는 건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미리 우산을 챙긴다.

 

매일 들고 다니는 비용과 한 번 맞았을 때 손실 사이에서 정할 수 있는 균형이 물론 존재한다. 사실 1년 동안 매일 우산을 들고 다니지만 예보도 없었는데 갑자기 비가 내려서 꺼내게 되는 날은 1년에 한 두 번 정도로 매우 드물다. 또 가방에 넣고 다니다 보면 혼자 망가질 가능성도 있다. 한 두 번 밖에 못 썼는데 가방 속에서 망가져 버린 우산도 있다. 튼튼한 우산 혹은 하드 케이스를 찾아다닌 적이 있지만 마땅한 걸 찾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효용에 대한 계산은 애초에 필요가 없다. 한 번 맞으면 피해가 꽤 크기 때문에 들고 다닐 수 밖에 없다가 답이 된다.

 

그리고 이런 동지들은 점점 늘어난다.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 햇빛에 타는 얼굴, 강렬한 햇빛이 만드는 어지러움, 밀어 닥치는 에어컨 바람 등등이 모두 위험 요소다. 

 

 

결국 이런 이유들 덕분에 가방의 크기를 줄이자, 가방을 들고 다니지 말자는 오랜 열망과 다르게 가방의 짐은 점점 늘어난다. 왼쪽은 웨이브페어러 버킷햇이다. 면으로 된 비슷한 모자가 하나 있는데 너무 오래되기도 했지만 두꺼워서 여름에 쓰고 다니면 머리가 아주 뜨거워지는 문제가 있다. 패커블 버킷햇은 상당히 얇은 나일론으로 만들었고 UV 차단 효과를 넣었기 때문에 여름에 쓰기에 적당하다. 예전에 루마 열차단 선팅을 한 차를 처음 타봤을 때 유리창에 태양이 보이는 데 그렇게 덥지 않아서 약간 감탄한 적이 있는데 그 정도의 강렬한 인상을 주는 걸 찾아봤지만 사실 모자라는 제품이 할 수 있는 한계가 있긴 하다. 

 

문제가 약간 있는데 사이즈다. 여성용 S, 남성용 L 두 가지가 나오는데 M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한국은 물론이고 외국 사이트에서도 찾지 못했다. 머리가 작은 편이 아니지만 L 사이즈는 그럼에도 크다. 바람이 불면 날아가 버릴 게 확실하다. 왜 이렇게 만들었나 궁금했는데 내 입장에서 보면 조임이 없어서 여유가 있고 그래서 머리의 열이 지나치게 오르는 걸 방지해 주긴 한다. 하지만 그건 내 머리통 크기일 때 그런 거고 그걸 설계했을 리는 없다. 

 

오른쪽에 있는 건 포케터블 파카다. 립스톱 나일론에 DWR 처리가 되어 있는 아주 얇은 아우터다. 미세한 디테일이 약간 다른 단색 제품을 지금도 팔고 있다.

 

 

예전에는 버튼 셔츠, 그 다음엔 면 가디건을 들고 다녔는데 둘 다 문제가 좀 있었다. 아무튼 가방에서의 마찰 때문인지 손상의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그리고 면은 촉감이 좋지만 한 여름이 되면 입으면 덥고 벗으면 춥다. 비 올 때는 장단점이 지나치게 극명하게 나뉜다. 그래서 얇은 나일론을 찾았고 좀 좋은 걸 살까 하다가 등산복 매장에서 길가에 내놓은 매대에 아주 얇은 윈드브레이커가 있길래 구입했었다. 특히 비올 때 아주 좋았는데 너무 오래되다 보니 코팅이 벗겨지는 등 여러가지 문제가 생겼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다가 이번에 유니클로에서 적당한 걸 발견했다. 그런데 거의 비슷한 단색의 제품들이 있는데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JW 앤더슨 콜라보가 매대에 오래 놓여 있으면서 가격이 계속 떨어지길래 이 정도면 됐다 싶을 때 구입했다. 밖에서 입을 일은 거의 없으니까 요란하게 생긴 게 웃기지만 상관없지...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생각보다 바깥에서 입을 일이 자주 생긴다. 패스트 패션 브랜드의 강렬한 컬러 의류는 같은 걸 입은 사람을 만나고 알아볼 확률이 "지나치게" 증가한다는 문제도 있다. 그래도 뭐 단색도 괜찮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다. 

 

이거 말고도 조금 더 작은 사이즈고 옷은 아니지만 들고 다니는 것들이 있는 데 그 역시 계속 늘어나고 있다. 매일 줄여야 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줄일 게 나오지 않는다. 줄기는 커녕 이렇게 계속 늘어나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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