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울로 된 초어 재킷

by macrostar 2019. 3. 19.
반응형

언젠가부터 등산복하고 작업복만 입으며 살고 있는 거 같다. 뭐 등산복은 급변하는 날씨에 도움이 되고 작업복은 일을 한다라는 마인드를 불어 넣는데 도움이 된다. 초어 재킷(=작업복), 커버올은 형태가 다양하게 있지만 보통 덕 코튼이나 데님 같은 걸 겉감으로 쓴다. 추위를 대비해서 안에 싸구려 카페트 같은 울 라이닝, 폴리 라이닝이 붙어 있는 것도 있고 퀼트가 붙어 있는 것도 있다. 사실 이렇게 이종 레이어의 옷은 세탁이 어려워서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따뜻하지도 않아, 추울 땐 차라리 안에 내피 같은 거 하나 더 입는 게 낫다. 


아무튼 오늘은 울로 된 작업복. 이게 겨울 옷이긴 한데 알다시피 한국의 한 겨울에는 곤란하다. 그렇다고 활용도가 아예 없진 않은 게 적당히 피트 된 걸로 구입해 다운 파카나 코트 안에 입어버려도 된다. 예전에 그런 식으로 자주 입었는데 몇 번 말했다시피 가벼움과 안락함이 일상복 생활 최대의 주안점이 되버렸고 그러므로 2018년 겨울을 기점으로 적어도 숨막히는 옷은 입지 않겠다라고 마음을 먹고 있어서 그렇게 입는 경우가 드물어지긴 했다. 하지만 이번 겨울이 그렇게까지 춥진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입고 살 수 있는 건지 진짜 필드 테스트를 못해봤기도 하다. 


울 작업복은 지나치게 포멀하지도 않고 또 등산복 정도로 지나치게 캐주얼하지도 않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이건 이도 저도 아니라는 단점이기도 하다. 지금 시점에서 보자면 점잖게 입고 가야하는 자리라면 곤란할 수 있고(필슨 맥키너를 펜실베니안 턱시도라고도 하지만 여긴 펜실베니아가 아니니까) 또 뛰어 놀 때 입기엔 불편하다. 사실 딱히 야외 작업을 하고 사는 게 아니라면(그 경우에도 더 좋은 게 많고) 현 시점에서 빈티지 타입의 초어 재킷은 그저 적당히 몸을 구속하는 느낌을 주는 일상복에 다름 아니다. 또다시 역으로 바로 그게 좋은 점이다. 또한 3월과 11월 즈음에 적당한 옷이기도 하다. 

LC 킹, 포인터 브랜드의 울 초어 재킷. 커다란 전면 4개 포켓, 그 중 상단 두 개의 다른 모습 정도가 포인트다. 포인터 브랜드는 아무튼 로고에 귀여운 강아지가 있으니까 좋다. 사진은 검색해서 그냥 고른 건데 신치 칼라를 자른 게 아닌가 싶다... 했는데 원래 저런 거군.







르 라부어의 울 워크 재킷. 예쁜 단추가 장점이고 손목이 통인 게 단점이다. 3포켓. 초어 재킷이 그렇듯 매우 심플하게 생긴 게 좋은 점이다. 포인터와 마찬가지로 르 라부어도 똑같이 생겨서 코튼, 캔버스, 데님, 덩가리, 히코리, 헤링본, 안감 울 등등 무수하게 다양한 버전들이 있다.   




이건 약간 더 포멀한 타입으로 아래가 둥그렇게 곡선을 이루고 있다. 포켓 워치 고리가 보이는데 예전에는 빈티지 복각의 상징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많이들 만들어 놨지만 이젠 디자인적으로도 별로 쓸모가 없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예전에 어딘가 중고 가게에서 저 포켓 워치 구멍을 단추 구멍인줄 알고 단추가 떨어졌으므로 약간 싸게 할인! 이렇게 써놓은 걸 본 적이 있는데 그런 건 뭐랄까... 빈티지 구매자에게 장점이 될 수도 있겠다. 이건 유니버설 웍스의 해리스 트위드 울 초어 재킷.





이건 필슨의 울 매키너 크루저. 크루저 재킷을 좋아하기 때문에 크루저라면 더블 크루저나 패커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라고 생각했지만 올 겨울 더블 매키너를 입어 보고 이건 쌀짐을 지고 다니는 기분이구나... 싶어서 결국 포기했다. 지나치게 무거워서 그런 걸 입고 무슨 벌목이냐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벌목공들은 몸이 튼튼하니까. 사실 요새 캔버스나 틴 클로스 버전 크루저를 하나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자꾸 하고 있다. 그런데 얘네 울이랑 면이랑 가격 차이가 없어. 옷 가격 책정을 어떻게 하는 건지 대체 모르겠다.


매키너 크루저의 나쁜 점은 옷을 구입해 택배 박스를 열자 마자 역시 그렇구나 하며 그날 바로 질린다는 거고 좋은 점은 그 기분으로 끝없이 가기 때문에 그렇구나 하고 계속 입을 수 있다는 거다. 즉 처음부터 적당히 질린 상태로 유지가 됨. 처음에 왕창 좋다가 어느 날 문득 확 질려버리는 옷 보다야 훨씬 낫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