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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핸드 마켓과 패스트 패션 마켓

by macrostar 2019.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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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에 약간 재밌는 기사가 실렸는데 세컨핸드 마켓의 성장률이 꽤 높아서 조만간 패스트 패션 마켓 시장 규모를 넘어설 거라는 이야기(링크)다. 이 기사는 약간 문제가 있긴 한데 우선 이 둘의 마켓이 비교 대상이 되는 건지가 의문이 있고(세컨핸드 마켓의 범위란 너무 넓다), 도표가 세컨핸드 판매 사이트인 스레드업에서 내놓은 거라 중고 시장에 대한 장미빛 전망이 들어가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어쨌든 둘 다 집에 옷을 들여 놓는 루트라는 공통점이 있고, 예전과는 약간 다른 식으로 중고 옷이 주목받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현재 상황 중 팩트는 2018년. 오른쪽에서 빨간 게 패스트 패션, 민트 색이 세컨핸드 마켓이다.

 

사실 세컨핸드 샵이 주목 받는 이유 중 하나는 리세일, 2차 시장 때문일 거다. 스트리트 계열의 정말 트렌디한 제품들의 경우 2차 시장을 통해 구매를 해야만 하는 경우들이 있다. 그렇지만 이런 게 여론을 리드할 지언정 그 규모가 시장의 모습을 좌우할 만큼 그렇게 클 거라고는 생각되지는 않는다. 

 

80, 90년대 룩, 레트로 룩 등의 유행도 영향을 미치고 있을 거 같다. 예컨대 노스페이스 1990 GTX, 레이지, 폴로의 CP-93 같은 것들의 원래 버전을 살 것인가, 리이슈를 살 것인가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그렇게 오래된 과거가 아니기 때문이다. 1930년대에 미국 무슨 공장에서 쓰던 특정 브랜드의 데님 초어 재킷 데드스톡을 찾는 수집가적 성향과는 약간 다르다.  

 

사실 지금까지 중고샵을 뒤적거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는데 무조건 싸게 인간의 필수품 의(衣)를 확보하는 것과 또 묻혀 있는 옛날의 좋은 옷들을 발굴하는 것 정도다. 여기에 몇 가지 이유들이 더 붙고 있고 밀레니엄 세대, gen Z 세대들도 (아마도 돈이 별로 없어서), 힙한 옷을 사기 위해, 싸게 패셔너블함을 만들기 위해, 혹은 발굴과 재판매로 돈을 벌기 위해 등등의 갖가지 이유로 뛰어들고 있는 거 같다. 게다가 수많은 인터넷 사이트들 덕분에 거래 비용이 낮아진 것도 큰 역할을 한다. 20년 전만 생각해 봐도 확보를 해봤자 재판매는 또 너무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위 기사에서 재밌는 부분은 이 새로운 세대들이 패션을 일종의 현금화 가능한 자산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스니커즈가 그랬는데 이제 다른 제품들로 확대되고 있다. 돈벌이가 된다는 건 새로운 참여자를 만든다. 하지만 사실 이건 브랜드의 능력이 중요하다. 은근한 마케팅을 통해 자신의 예전 제품들을 끊임없이 재부각시켜야 하고, 비스무리한 변형(본체는 그대로 색깔만 체인지한다든가) 제품들을 꾸준히 내놔야 하고,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지면 안된다. 롤렉스의 사업 방식은 교과서 적이다. 일단 비싼 값을 치루고 뭔가 산 사람들에게 (패션 외적으로도, 비록 현금화를 하지 않더라도) 사놓길 잘했군! 이라는 생각이 들게 할 수 있다면 최상이다.

 

그리고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도 있다. 칼럼 같은 데를 통해 몇 번 이야기했듯 지속 가능한 패션이란 옷에 반복되는 생태계를 만들어 주는 거다. 특히 사용되지 않고, 버려지지 않고 묻히는 옷이 없어야 한다. 옷장 속에서 몇 년 째 파묻혀 있느니 차라리 소각되며 전기라도 만드는 게 낫다. 이런 관심이 중고 의류에 대한 마음의 벽을 낮춰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셀렉팅을 갖춘 중고 가게가 좀 더 필요하기도 한데 그러면 가격이 비싸지는 문제가 있긴 하다. 

 

이런 식으로 대하면 예를 들어 치노 바지를 구매하고자 할 때 유니클로로 갈 것인가(3만 9천원인가? 가끔 1만원에도 판다), 상태가 괜찮은 중고 제품을 살 것인가 기로에 놓이게 된다. 이 고민이 늘어날 수록 양쪽 모두에게 품질을 높일 유인이 생긴다. 물론 중고 옷이 이제와서 품질을 높일 방법은 없지만 유니클로 치노보다 상태가 안 좋은 걸 더 비싸게 살 이유가 없으니 가격을 움직일 수 있다. 아무튼 중고 옷을 살 때, 패스트 패션 옷을 살 때 비교 대상에 놓고 저울질을 해 보는 건 괜찮은 소비 전략이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둘을 같은 비교 대상에 놓을 수 있긴 하군... 사실 나 역시 최근 몇 년 째 옷의 구매지가 패스트 패션과 세컨핸드 뿐이다.

 

또 하나는 옷이라는 게 일정 시기를 지난 이후부터는 적어도 이름 있는 브랜드의 라벨을 붙이고 있는 것들이라면 품질 면에서 큰 문제가 없다는 점도 있다. 80년대 울 재킷 같은 것도(보관만 잘 되어 있다면, 사실 일부러 망친 것만 아니라면, 근데 중고 옷 가게를 뒤져 보면 대체 뭘 해서 옷이 이 모양이 되었을까 싶은 것들을 꽤 볼 수 있다) 지금 입어도 별 문제가 없는 것들이 아직 세상에 상당히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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