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히트텍 상의를 구입하다

by macrostar 2018. 11. 21.
반응형

한참 전부터 유니클로 겨울 감사제가 오면 히트텍 상의를 살 거라고 떠들었는데 드디어 왔고, 다행히 엑스트라 웜을 할인했고, 그래서 샀다. 새로운 깨달음이 있었는데 예컨대 내복 상의와 하의 중 하나만 산다면 당연히 하의라고 생각해 왔다. 위는 껴입는 게 많지만 아래는 껴입는 게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만 장만한다면 아무래도 상의가 맞는 거 같다. 심장도 폐도 간도 위도 몸의 상층부에 있다(상관 없나?). 아무튼 윗 부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 적어도 쉽게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




사실 이 모든 건 저번 겨울의 한파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가지고 있는 옷으로는 그 한파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간단히 기록을 남긴 적이 있다(링크). 물론 어떻게든 껴입으면 추위는 넘길 수 있다. 예전에 너무 추운 곳에 살 때는 두툼한 오리털 잠바를 입고 잤었는데 아주 심각하게 열악한 상황이 아니라면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다. 문제는 하는 일의 효율성이다. 추위를 막느라 빼앗기는 에너지가 너무 커서 머리도 안돌아가고 매일 우울하면 소용이 없다. 지나친 추위는 사람을 의기소침하게 만들고 생각이 어두워진다. 


그리고 다른 이유도 있는데 껴입는 게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거의 매일 외투 안에 다운 자켓을 입었고 패딩 위에 패딩을 입는 것도 흔한 일이었는데 그 무거움, 갑갑함 역시 비효율로 직결된다. 즉 음주나 휴대폰 통화나 전혀 다른 종류의 일이지만 운전에 미치는 영향의 형태는 비슷한 것과 동일하다. 


그래서 올해 겨울의 목표는 가능한 가볍게! 였는데 훌륭한(=가볍고 따뜻한) 겨울용 아우터라는 건 너무나 비싸다는 문제가 있다. 디자인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하기 때문에 그려려니 해도 이게 쉽지가 않다. 중고 매장을 지난 1년간 뒤적거리긴 했지만 이걸로 됐다는 아직 구하지 못했다. 또한 중고 매장을 뒤적거리며 검색하는 것 자체가 많은 에너지가 드는 일이다. 


아무튼 그렇게 구성해 본 한파 대비 복장의 핵심은 히트텍과 플리스다. 히트텍은 엑스트라웜 이상, 플리스는 폴라텍 300이상으로 해서 아우터 안에 가능한 이 둘, 혹은 비슷한 레벨의 대체재만 입자는 목표다. 그래서 긴 기다림 끝에 엑스트라 웜을 구입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다. 따뜻하다기 보다는 편안하다. 뭔가 몸에 겹이 하나 더 생긴 느낌이다.


사실 히트텍이라는 건 문제가 좀 있다. 지금까지 파악한 바에 의하면 레이온이 핵심으로 그게 흡습을 하며 열을 낸다라고 되어 있다. 이건 몇 가지 문제를 만들어 내는데 우선 기본적으로 습기가 있어야 한다. 즉 실외보다는 실내에서 더 잘 작동한다. 추운 날 야외에 습기가 있을리 없고 몸에서 열이 많이 날 리도 없다. 그렇지만 따뜻한 실내에서는 더 따뜻하게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습기를 잘 품는다는 점은 건조의 속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또 있다. 등산을 하지 않더라도 만날 수 있는 급격한 환경 변화로는 바깥에 있다가 지하철을 타는 경우가 있다. 약 10분 사이에 영하 20도에서 영상으로, 극건조에서 상당히 습한 상태로 급변한다. 몸도 잘 못따라가고 옷도 못따라간다. 특히 두꺼운 울 스웨터를 다운 파카 안에 입고 있으면 땀이 빠지지 않고 훅훅 하며 열기가 올라오기도 한다. 이게 매우 힘들고 불쾌하다... 이것 때문에 한 겨울에도 매일 데오드란트를 쓰고 있다... 


그래서 면 티셔츠 - 울 스웨터를 히트텍 - 플리스로 바꾸려고 계획을 하게 된 건데 건조 능력이 뛰어난 등산용 베이스 레이어는 지나치게 비싸다. 그래도 면 보다는 낫기 때문에 히트텍으로 가게 된 거다. 찾아 보니까 등산 베이스 레이어로 히트텍을 테스트 해 본 분들이 좀 있는데(아무래도 가격 차이가 상당하니까 되기만 하면 이익이다)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는 거 같다(링크). 


히트텍 자체의 재미있는 점 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에... 아무튼 실외보다는 실내용이고 몸 바깥 보다는 몸 안쪽 용인건 분명한데 유니클로는 히트텍을 들고 은근히 외부를 지향하고 있다. 내복과는 다른 포지셔닝을 하려고 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