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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플리카의 모사

by macrostar 2018.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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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 2018 FW 프레젠테이션을 한다길래 다녀왔다. 한동안 행사 이런 거 안 갔는데 요새는 불러만 주면 거의 가고 있다. 머리 속이 약간 정체되고 있는 기분이라 (가봐야 혼자 멍하니 두리번 거리는 경우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이왕 간 거 잘 보자...라는 생각으로 뒤적거린다. 뭐 밥 혼자 먹는 거랑 비슷한 면이 있음. 이왕 먹는 거 주는 건 잘 챙겨서 다 먹어야지...랄까.



아무튼 자라를 보는데 남성복 라인에 약간 재밌는 장면이 있었다. 이번 시즌 주제가 "AS YOU ARE"였나 뭐 그랬다는 거 같은데 스포츠 라인이 상당히 강화되어 있다. 오렌지 색 아노락 같은 거 입고 돌아다니고 싶어졌음. 그리고 레플리카 풍 빈티지 캐주얼 라인이 눈에 띄었다. 데님, 코듀로이 뭐 이런 걸로 만든 예전 워크웨어 풍 옷이다.



맨 위는 왁시드 아노락에 붙어 있던 탈론 지퍼. 정말 탈론인가 모르겠는데 사실 정말 탈론이어라고 해도 별 의미가 없는 얄쌍한 지퍼 손잡이다. 그냥 TALON이라고 각인이 되어 있다는 게 중요한 그런 지퍼다.


두 번째 있는 건 재킷에 붙어 있는 빈티지 체인지 버튼 풍 단추다. 원래 체인지 버튼은 뒷쪽이 고리로 되어 있어서 탈착이 쉽다. 세탁을 할 때 떼어낸 다음 대형 세탁기에 돌리는 식이다(링크). 앞면은 보통 큼지막한 황동으로 브랜드 로고 같은 게 각인되어 있다. 하지만 저 단추 역시 1975 ZARA MAN이 빈티지 풍으로 각인이 되어 있지만 황동도 아니고 체인지 버튼이 아니라 고정되어 있다. 뭐 그렇다고 해도 어지간한 레플리카 브랜드에서도 저 단추는 앞 부분 만 빼고 저렇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세 번째는 스포츠 재킷의 원형 고리. 바버 같은 트래디셔널 아웃도어 브랜드에 저런 지퍼가 많은데 내피 활용이 가능한 옷에 장갑 낀 손으로 지퍼를 오르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보다시피 다들 모양만 모사가 되어 있다. 모습이 살아있는 게 어디냐 vs 현대적인 부자재로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걸 쓰는 게 낫지 않았을까(YKK) 하는 생각이 충돌한다.



저 단추들이 달린 옷은 이렇게 생겼다. 위는 데님 초어 재킷, 아래는 워바슈 워크 베스트다. 적어도 그냥 멋대로 하고 있는 건 아니다...라는 분위기가 나긴 한데 사진만 저렇고 단추만 봐도 알 수 있듯 사실 그냥 멋대로 하고 있는 게 이 "복각"의 특징이자 또한 일종의 매력이다. 물론 제대로 된 부자재를 사용하면 가격이 뛰겠지만 자라의 평범 제품들과 비교해 봐도 살짝 비싸긴 하다. 유니클로 셀비지 청바지 같은 게 비슷한 맥락에 놓여있을텐데 그건 어쨌든 예전 방식의 데님으로 지금의 청바지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아주 약간 다르다.


이럴 거면 오카야마의 데님 브랜드와 콜라보 같은 걸 하면 어떨까 싶다. 자라에서 만들어 모습만 살아있는 모모타로 워크웨어들... 같은 거 재미있을 거 같다. 아무튼 데님이긴 하니까 (무엇을 본질로 놓느냐에 따라 의견이 다르긴 하겠지만) 핵심은 일치한다. 이외에 루즈핏 데미지드 청바지 같은 것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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