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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테이너블 럭셔리

by macrostar 2018.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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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위는 매우 중요하다. 사고의 기준점이 되고 또한 진행의 방향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위를 향하는 태도가 문제를 해결해 주는 건 아니다. 인간은 많은 경우 헛된 욕망을 가지고 있고 그렇다면 그 상태가 만들어 내는 초과 수요의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사실 실제적으로 중요한 경우가 많다. 예컨대 고급 옷이 그렇다. 고급 옷이라는 건 사실 세상에 필요가 없다. 어느날 전 세계 사람들이 힘을 합쳐 금지를 한다고 해도 당장 죽는 사람은 없다. 경제 체제가 재편되고 직업을 바꿔야 하고 등등 많은 일들이 일어나겠지만 아무튼 찾는 사람이 없는 상태로 한참 시간이 지나고 나면 별 문제 없이 다들 살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건 이런 문제에 대해 생각할 때 매우 중요하다. 주어진 전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상태에서 나와 있는 많은 문제점들을 이 상태에서 해결을 시도해야 한다. 물론 애초에 불완전한 기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해결책도 불완전한 기반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서스테이너블 럭셔리, 업사이클링 하이 패션. 다 괴상한 소리다. 하지만 몇 개의 문제를 불완전하게나마 해결할 수 있다. 애꿎은 자리를 향해 가는 피해를 최소화 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 언제나 파편은 가장 위험한 처지의 사람들을 향하기 때문이다.


인간을 계도할 수 있을까. 그 바보 같은 짓을 그만두라고 할 것인가. 이 역시 위의 문제와 같다. 애초에 인간이 신뢰할 수 있는 존재인가. 지금 가진 세상의 문제를 안은 채 나아간다. 그러므로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것들은 서스테이너블 럭셔리 같은 괴상한 용어만큼이나 졸렬하다. 물론 방향은 중요하다. 하지만 애초에 불완전한 인류라는 종족이 불완전한 제도와 규칙, 관습을 쌓아놓고 살아가고 있다. 이상적인 상태는 결코 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불완전한 해결책을 들고 불완전하게 해결하며 지낼 수 밖에 없다.


이런 걸 고려할 때 다양함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역시 불완전하고 또한 쉽게 쏠릴 가능성이 높지만 다양성 만큼 사고와 판단의 폭을 넓혀주는 게 없기 때문이다. 이걸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언제나 생각해야 한다. 어차피 머나먼 길이다. 방향은 선지자의 것만이 될 수 없다. 어디론가 가자고 모두가 갈 수 있는 세상도 아니다. 졸렬한 해결책들이 가끔은 먼 길을 가는 연료가 될 수도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런 일들이 생존 그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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