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PSnBUY/20162016.08.04 18:39

원래 이름은 Writer's Pants다. 글 쓰는 사람용 바지라니까 약간 궁금해져서... 소메는 염색이라는 뜻으로 1999년에 일본에서 시작한 빈티지 방식 제조 셀비지 데님 청바지를 만드는 브랜드다. 데미지드 뭐 이런 건 없고 오직 셀비지 로(Raw) 데님만 만든다. 닳고, 물이 빠지고, 찢어지고 등등은 온연히 소비자의 몫이다. 그러므로 핏에 따른 차이와 블루냐 블랙이냐 하는 컬러 차이만 있다. 


일본에서는 별로 알려지지 않다가 미국에서 좀 알려졌고 그래서 다시 일본에서 인기가 생긴, 말하자면 역수입 브랜드다. 라이터의 팬츠는 이 브랜드가 08년에 내놓은 바지고 로트 번호는 030이다. 031은 블랙 컬러다. 불 같이 유명해서 사람들이 연도별로 막 올리고 이런 브랜드는 아니라 자료가 드문데 그냥 계속 똑같게 만드는 거 같다. 뭐 미묘한 차이 정도 있겠지. 그런데 일본에서는 로트 번호로는 검색이 잘 안되고 그냥 라이터의 바지를 찾아야 나온다.


일단 외관은 이렇게 생겼다. 꼭대기부터 맨 아래까지 군더더기라고는 하나도 없는 리지드 데님이다. 뒷 부분에 붙어 있는 빨간 원은 소메의 로고인데 잎이 12개 달린 일본식 꽃 문양이다.



뒷 모습과 앞 단추의 모습. 오른쪽 사진은 소호에 있는 블루 인 그린에서 지금 예약을 받고 있는 제품인데(링크) 저것도 언워시로 같은 제품이다. 약간 구깃구깃해 놓고 사진을 찍었나 보다. 여튼 뒷면 역시 흔한 백 포켓 스티치도 없고 패치도 그냥 새하얀 가죽이다. 잘 안보이지만 SOMET라는 글자가 음각으로 찍혀 있다. 코인 주머니에도 리벳이 가지런히 박혀 있고 이렇게 심플한 모습인데도 의외로 히든 리벳이 붙어 있다. 후처리가 된 샌포라이즈드 데님이라 세탁을 한다고 그렇게 많이 줄어들진 않는다. 설명에는 허리가 0.5인치, 길이가 0.75인치 정도 줄어들 거라고 되어 있다.




이 바지의 핏은 부제로 붙은 제품 이름으로 고스란히 알 수 있는데 High Rise Tapered Slim Leg Jeans다. 그러니까 허리가 높고, 엉덩이 부분이 꽤나 커진 다음, 아래로 내려갈 수록 비약적으로 좁아진다.


실측 지수를 보면 이 말을 좀 더 확실히 알 수 있는데 30인치를 기준으로 보면 아래와 같다.

허리 87cm - 엉덩이 106cm고 허벅지 32.5cm - 밑단 18cm


평범한 베이직 스트레이트를 보면 30인치 짜리가

허리 82cm - 엉덩이 101cm고 허벅지 31.5cm - 밑단 20cm


이렇다. 보면 같은 치수에서 허리와 엉덩이의 사이즈가 크고(앉은 자세를 상정해서 그렇다고 한다) 허벅지도 더 넓은데 밑단은 더 좁아진다. 움직일 수 없게 하려고 그랬나... 참고로 소메의 청바지는 베이직 스트레이트도 다른 브랜드에 비해 살짝 슬림한데 보통 501 레플리카류 슬림 스트레이트가 밑단이 21, 22cm 정도다. 앞 레이즈(Front Raise, 가랑이에서 꼭대기까지, 그러니까 미디)의 길이도 베이직은 23.5cm인데 라이터의 바지는 27cm다. 뭔가 빗살무늬 토기 같은 쉐이프군.



입고 있는 모습을 찾아봤더니 아래와 같다.



이분은 좀 심하게 내려 입은 거 같긴 한데... 뭐 대충 이런 모습이다. 뭐 이렇게 모 팝스타 식으로 멋을 내 볼 때도 괜찮을 거 같지만 역시 이름대로 책상에 자주 앉아 있을 때 나름 편할 거 같긴 하다. 종아리 아래는 거의 스키니 핏이라 너무 조여지는 거 아닐까 싶긴 한데... 그냥 앉아만 있으라고 만든 걸까... 이럴 거면 의자에 닿는 엉덩이 부분을 더블 프론트 워크 팬츠처럼 두 겹으로 덧 대놓았으면 아예 더 좋지 않을까. 바지의 심플함에 방해가 되는 디테일은 허락할 수 없었던 걸까. 미국 링크는 위에 있고 일본은 여기(링크)에서 구입할 수 있다. 실제 라이터의 리뷰가 궁금했지만 그런 건 찾을 수 없었다. 나라도 써볼까... 하지만 2만엔이 넘는 바지라 허들이 좀 높다.


참고로 더블 프론트는 이런 걸 말함... 잘 닳는 무릎, 허벅지 부분에 아예 천 하나를 리벳으로 붙여 버렸다. 라이터의 바지라면 엉덩이에 저런 걸 해 놓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 이야기.


여튼 핏을 보면 알 수 있듯 라이터 뿐만 아니라 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 사람의 자세를 고려하되 스타일리시한 모습을 집어 넣어 둔 청바지다. 이 정도면 좀 지나치게 스타일리시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은 조금 있다.




사실 소메의 바지는 너무 극단적인 배기 실루엣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글 쓰는 일에 과연 적합할 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컴퓨터 앞에 앉아 이런 저런 글을 쓰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나름 오랫동안 적합한 툴과 워크웨어의 적립에 대해 생각을 해 왔고 새로 무슨 옷을 구입하거나 할 때도 이게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작업복으로 적합한가 검토를 해 보게 된다. 츄리닝만 입고 해도 되는 일이긴 하지만 기분상, 성격상 뭔가 할 때는 옷의 분리를 추구하는 편이고 집에만 있을 때에도 일할 때는 적어도 상하의는 따로 챙겨 입는 편이다. 뭐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졸음을 깨는 목적도 좀 있고, 시간과 공간의 분리가 어려운 상황이므로 나는 지금 일을 한다라는 자의식을 불어 넣는 목적도 좀 있고.


아무튼 이런 경우 생각해 온 적합한 바지는 -


*튼튼해야 한다 - 너무 쉽게 헐거워져서 자주 옷을 구입하면 안된다. 원단 뿐만 아니라 부자재, 박음질 등등 모든 측면에서 수선, 교체의 텀이 너무 빨리 찾아오면 안된다.

*지나치게 펑퍼짐하지는 않아야 한다 - 예컨대 오버사이즈 청바지 같은 경우 정말 편하긴 하지만 세상의 끝에 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자괴감에 빠지기 쉽고 기분상 잠옷과 구별이 안된다.

*틀이 좀 갖춰져야 한다 - 그런 점에서 데님이나 트윌 등 빳빳하고 살짝 두터운 재질이 적합하다.

*엉덩이, 허벅지는 여유가 좀 있어야 한다 - 앉아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4계절 용이 좋다.

*이왕이면 삶의 흔적과 경년 변화가 느껴지는 게 좋다 - 세월이 흐르고 있음을 자각할 수도 있고 잔재미도 있다.

*일단 편해야 한다 - 그렇찮아도 소화 불량 등에 걸리기 쉬운 환경이고 가벼운 정기적 스트레칭을 하다 옷이 찢어지거나 할 정도면 문제가 있다

*금방 단종되면 안된다 - 여러 실험과 고심을 거쳐 결정했는데 어느 날 제품 혹은 브랜드가 사라져버리면 안된다. 

*구입에 신경을 쓰면 안된다 - 처음 구입 때는 몰라도 두번 째 부터는 어떤 신경도 쓰지 않고 배급을 받듯 구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도 옷이 좀 재미있어야 한다 - 재미없으면 소용없어~


등등의 요건이 필요하다. 많은 옷을 경험해 보진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결론은 에비수 No.2 2000이다. 에비수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를 참고(링크). 딱 맞는 유니클로 바지 사이즈보다 1 혹은 2인치 마이너스 사이즈를 구입하면 된다. 5년 주기 정도로 구입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 


리바이스 66 모델, 혹은 그 레플리카가 데스크 작업용 바지로 사용하기에 적합한데(너무 불편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편안하지도 않은 적절한 긴장감) 요새 분위기가 슬림핏에 짧은 미디가 대세라 기본적으로 앉아서 뭘 하라고 만드는 게 별로 없다. 오리지널 66모델은 입어본 적이 없고 구하기도 어렵고 지나치게 비싸고, LVC의 66모델 레플리카도 괜찮긴 하지만 그걸 사느니 에비수 No.2가 더 두꺼운 데님에 더 잘 만든 바지다. 


슈가 케인의 66모델 메이드 인 USA는 흥미로운 옷이긴 하지만 포근함이 부족하고 뒷주머니에 별 자수가 좀 쓰잘데 없고, 드님의 66은 페이드가 너무 빨리 생기고 만듦새에 문제가 좀 있어서 신경을 계속 써야 하는 문제가 있다. 풀카운트 1108이나 PBJ 같은 건 역시 미디가 살짝 짧고 엉덩이가 타이트해서 서 있기에 적합하지 앉아만 입는 걸로 쓰기에 좀 억울하다. 면바지 계열도 나쁘진 않은데 펄럭거리는 기분이 드는 게 좀 별로고 유니클로는 줄창 앉아있으면 엉덩이 부분이 꽤 빨리 헤진다. 괜찮은 라이벌은 밀리터리 웨어인 퍼티그 팬츠인데 음... 너무 군복이라.


에비수의 경우도 페인트가 문제인데 새 제품의 경우 혹시나 의자에 묻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노 페인트 버전으로 구입하는 게 좋다. 뭐 놀고 싶은 마음 속의 열망을 담아 페인트 버전을 가지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 워낙 인기가 없어서 상태 좋은 페인트 버전은 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데 찾아야 되는 게 좀 귀찮다. 


추후 혹시 더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다른 모델을 발견할 경우에는 여기 아래에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Posted by macr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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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종호

    안녕하세요? 매주 좋은글 잘 읽고있습니다. 개인화 부분 읽으며 제가 기존에 갖고있던 데님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고 전반적으로 데님에 대해 더 알게되어 무척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워낙 청바지를 좋아해 대학교 때부터 nudie를 많이 입었는데요, 이젠 고시공부를 하느라 그 옷들은 고스란히 장롱에 있습니다. 매일 책상에 앉아 공부하지만 츄리닝 입기는 싫고 편한 청바지가 입고싶어(군생활시 휴가 나와서 가장 하고싶은 것중에 하나가 청바지 입는 것이었을 정도로 청바지를 좋아합니다.) 요즘은 재팬블루의 jb0412를 입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매일 하나만 입으니 냄새가 심해 돌려가며 입기 위해 하나 더 구매하려고 하는데 괜찮으시다면 추천을 받고 싶어서요. 이 글에서 적어주신 조건들이 현재 제 상황에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한 모델은
    1. 데님인디고 마스터의 W801KK http://dimjeans.com/product/detail.html?product_no=375&cate_no=1&display_group=3
    2. 네페의 Weirdguy Elephant5 http://mode-man.com/product/detail.html?product_no=1816&cate_no=59&display_group=1
    3. 드님의 66xx http://mode-man.com/product/detail.html?product_no=834&cate_no=109&display_group=1
    정도입니다.
    참고로 전 키가 작아 통이 넓은 바지들은 꺼려했습니다. Tapered핏을 선호했지만 종아리는 꽤 두꺼워 JB0412를 만나기 전 tapered는 거의 다 실패했고(nudie의 grim tim, thin finn 28사이즈, 심지어 steady eddie 27사이즈) 허리가 무척 가늘어(일본 브랜드 28, 왠만한 브랜드 27 맞습니다) 적당한 데님을 찾기 힘듭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 글에서 말씀하신 조건들에 부합하는 바지를 찾고 싶은데 도와주실 수 있나요?(그렇다고 유니클로의 데님스럽지 않은 기형적인 제품들은 별로입니다.) 가격은 max 15만원까지 생각하고 있으며 위 3제품 말고도 혹시 추천해주실 제품이 있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2017.08.18 17:4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여기서는 여러 사람의 취향을 늘리거나 깊게 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는 선택지에 대한 제안을 하지 이걸 입으세요 류의 제품의 추천은 하지 않습니다. 특히 개인의 선택은 체형, 분위기, 취향 등등을 일단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그냥은 불가능합니다.

      만듦새만 가지고 말씀드리면 셋 중에 제일 보고 만져보는 재미가 있는 바지는 66XX라고 생각하지만, 트렌디한 분위기와 헤비 온스를 경험해 보고 싶다면 네페 같습니다. 헤비 온스는 막 입기엔 관리가 좀 피곤하긴 하지만 다가오는 겨울에 좋겠죠.

      2017.08.18 22:43 신고 [ ADDR : EDIT/ DEL ]
  2. 서종호

    아...... 제가 경솔한 질문을 했군요.
    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

    2017.08.18 23:2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아닙니다. 바쁘실 텐데 부디 마음에 쏙 드는 청바지를 만나시길 바랍니다!

      2017.08.18 23:28 신고 [ ADDR : EDIT/ DEL ]
  3. kyj

    이야 확실히 청바지의 세계는 핏부터 디테일까지 심오한것 같아요 제게 맞는 청바지하나 찾아보는 것도 즐겁겟네요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2017.08.24 13:0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이호

    에비수 청바지에 관심이 있어서 들어왔는데 재밌는 패션글이 많네요! 잘 읽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2017.12.14 10:0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