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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하이엔드 패션 씬이 다시 활기를 띄고 있다

by macrostar 2017.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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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출간한 책에서 패션이 좀 재미없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었다(링크). 그 이유는 하이엔드 패션 씬이 큰 이슈가 없이 새로운 시장 공략에 골몰해 있고 세계 시장에서 성장과 도태되지 않기 위해 모험이 없는 테크니컬한 경영 싸움이 되어 버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을 몇 가지 훑었었다.


그런데 이 상황이 약간 변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야 반갑지만 아쉽게도 그렇게 즐거운 이유 때문에 찾아온 건 아니다. 패션은 수많은 인종, 소수자가 생산자에 개입되어 있는 산업이다. 다른 산업에 비해 비율이 얼마나 다른지 정확한 수치로는 모르겠는데 여튼 그냥 봐도 분명 다르다. 소비자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패션은 몇 년 전부터 페미니즘과 젠더 이슈, 그리고 아래에서 올라온 스트리트 웨어를 주축으로 뭔가 물을 흔들어 보려는 시도들이 있었다.


그리고 올해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위기감이 본격적으로 불어오기 시작했다. 여성 문제, 소수자 문제, 이민자 문제 등 이쪽 방면으로는 하나 같이 구시대적 입장을 고수하는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은 실질적으로 위협적인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다. 여성과 소수자, 이민자는 생산과 소비 양쪽 측면에서 이 산업을 지탱하는 중요한 축이고 또 옷을 가지고 뭔가 말하고 싶어하는 주된 구성원들이다. 그러므로 이번 패션 위크는 - 뉴욕과 런던 뿐만 아니라 파리와 밀라노도 이런 흐름과 결합해 - 각자 말하고 싶던 정치적인 메시지가 상당히 명확하게 드러나는 근래에 보기 드물었던 시즌이 되었다.



여러 성의 옷을 미러링하고, 이민자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기도 하고, 티셔츠 위에 프레이즈를 적기도 하고, 캣워크 위의 모델들이 연대를 상징하는 핑크 푸시햇을 쓰기도 하고, 여권 신장을 말하는 시를 낭독하기도 하고, 뉴욕 패션위크의 CFDA는 아예 플랜드 페어런츠후드와 파트너로 저소득자를 위한 의료 지원 등을 이슈로 핑크 뱃지를 달고, 지금 현실을 패러디 하며 비꼬기도 하면서 패션 위크는 이례적으로 사회에 시끄러운 목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또한 내부의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링크).


외부 요인의 움직임은 이렇게 내부를 변화시키고, 위기감에 휩싸인 인간은 긴 싸움을 위한 연대를 모색한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활기를 띈다. 물론 트렌드를 따라가는 장사속 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문구라도 보고 누군가 자극을 받아 약간이라도 움직인다면 그것만으로도 긍정적일 수 있다. 그리고 이건 아직 일부의 이야기다.


예컨대 이 기사를 참고 Fashion Industry Remains Silent at Trump’s Immigration Ban. (링크)


과연 가까운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고, 패션이 자체의 문제를 얼마만큼 해결할 수 있을 지도 알 수 없지만 이런 메시지들이 의미 없이 묻혀버리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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