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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디올의 2017 FW RTW 구경기

by macrostar 2017.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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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올의 2017년 FW 패션쇼 같은 걸 2017년 3월이라는 시점에 보다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이 쇼를 보기 전에 염두에 두면 좋을 게 몇 가지 있을 거 같고, 이 쇼를 보고 나면 드는 몇 가지 생각이 또 있을 거 같다. 간단히 정리해 본다.



위 사진은 디올 공식 홈페이지(링크). 패션쇼 전에 이번 시즌 컬렉션은 블루에 대한 내용이 될 거라는 티저가 있었다.


1. 주요 패션위크에 나가는 브랜드를 이끌어 가는 디자이너, 아트 디렉터 혹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장사꾼, 기술자, 예술가의 속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 셋은 완벽하게 균형을 이룰 필요도, 세 분야를 모두 통달할 필요도 없겠지만 그렇다고 뭔가 없어서는 안된다. 옷을 구상하고, 만들어, 파는 과정은 적어도 이 셋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인간은 고정되어 있는 존재가 아니고 그러므로 이 균형은 계속 변한다. 그리고 또한 욕망이 자리잡고 있다. 어느 시즌에는 장사에 방점을 두고 어느 시즌에는 예술에 방점을 둔다. 이게 큰 폭으로 움직이는 경우는 드물겠지만, 혹시 그다지 예전만큼 잘 안 팔릴 수도 있어도 그걸 감수할 자신이 있다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하게 될 것이다. 


2. 블루는 크리스찬 디올이 상당히 좋아하던 색이었다. 사이트에 나와있듯 디올은 "수많은 색 중에 네이비 블루만이 블랙 컬러에 필적한 효과를 가진다"라고 했었다. 이 말은 약간 애매해 보이긴 하지만(블랙이 더 좋다는 거잖아), 옷을 모두 한 가지 색으로 할 수는 없는 거고, 또한 다른 색에 의해 어떤 색이 더 두드러질 수도 있는 법이다. 여튼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그걸 끄집어 내 광대하게 확장했다.


또한 블루는 노동의 색이다. 청바지의 색이고 프랑스 워크웨어의 색이다. 얼마 전 세상을 뜬 빌 커닝햄은 파란색의 워크 코트, 즉 프랑스 전통의 워크웨어를 항상 입었다. 여튼 블루 컬러라는 말은 괜히 생긴 게 아니다. 여튼 이렇게 최상 계층과 최하 계층 양쪽에서 블루는 나름의 쓰임새를 가지고 있다. 커버리지가 전 계층을 훑을 수 있다. 패션쇼 역시 이브닝 드레스에서 보이프렌드 진, 커버올까지 여성이 자리 잡고 있는 넓은 영역을 포함하고 있다.


3. 여튼 이 쇼는 블루를 가져다 끝까지 변주를 한다. 블루의 톤은 계속 변하고 이게 또 다른 소재들과 만나 새로운 변이를 만든다. 블랙과 화이트는 몇 개 있지만 레드 계통의 컬러는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단 한 명이 핑크색 컬러의 헤어를 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모두 똑같은 베레모를 쓰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조명과 함께, 마치 깊은 바닷속처럼 차갑다.


4. 디자이너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옷이란 게 그렇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단 하나의 옷은 없다. 누군가는 이 쇼에 나오는 옷을 (사회적 지위와 해야할 일 등등 때문에) 입기 싫지만 할 수 없이 입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이 쇼에 나오는 옷을 너무나 입고 싶지만 (비싸서) 입을 수가 없을 수도 있다. 이 양쪽 끝 사이 안에 수많은 각자의 사정과 취향과 이유가 자리잡고 있다.


게다가 모두 네이비 블루다. 네이비 블루를 싫어하거나 자신과 너무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혹시 한 시즌에 2억원 씩 매년 주문을 하고 있던 고객이라면(디올 앤 아이에 나온 대사다) 프론트 로에 앉아 팔짱을 낀 채 이번 시즌엔 살 옷이 하나도 없군 하며 혀를 끌끌 차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여튼 세상사가 그렇다.


5. 이 패션쇼는 변주와 변이가 핵심이다. 그러므로 한 장씩 보는 건 별로 재미가 없다. 온통 파란색 조명이 내려 앉아 있는 캣워크 위에 둥둥 거리는 음악이 깔리고 모델들이 꽤 빠른 템포로 열심히 걷고, 그 속에서 블루 컬러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걸 보는 게 훨씬 흥미진진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패션쇼는 어찌 보면 위험하다. 하지만 또한 그렇기 때문에 이 패션쇼는 너무나 재미있다.


위 영상은 유튜브의 FF 채널에 올라온 거다.


*예전에는 여기서 디오르라고 적었었는데 브랜드 공식 이름에 맞춰 디올로 바꾼다... 이 회사의 한국 법인 공식 명칭은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주식회사"이기 때문이다. 혹시 여기서 검색할 일이 있다면 참고하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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