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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하라주쿠의 로리타 패션은 어디로 갔는가

by macrostar 2017.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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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타 패션에 대한 이야기를 몇 가지 남긴 적이 있다. 우선 그 배경(링크), 대략적인 내용(링크). 그리고 작년에 출간한 책에서도 패션을 가지고 얻을 수 있는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한 3번째 장에서 이야기를 했었다(링크). 유튜브와 구글 검색에서 로리타 패션이 늘어나고 있는 것과 별개로 도쿄 시내에서 로리타 룩을 보기가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는 심심찮게 들려온다. 


몇 가지 눈여겨 볼 만한 지표들이 있는데 h.NAOKO가 2016년에 전 직영점을 폐쇄했다. 그렇지만 통계적으로 보자면 2016년 라포레 하라주쿠의 로리타 패션 매장의 경우 매출이 전년 대비 120% 증가했다. 즉 코어하고 컬트 적인 부분은 감소, 전반적인 시장은 커지고 있음 정도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여튼 이런 이유로 이들은 대체 어디에 있을까 궁금해 하던 참에 이에 대한 기사(링크)가 실려서 읽어봤다.



참고 사진. 아시안비트 지에 실린(링크) 대만에서 2015년에 열렸던 티파티.


내용을 아주 간단히 요약하면


*하라주쿠 주변을 돌아다니면 자꾸 무단으로 사진을 찍히는 문제, 하라주쿠 특유의 분위기가 사라짐 -> 다른 곳으로 이동

*SNS로의 이용 증가.

*로리타 패션을 즐기던 이들의 연령 상승, 수입 상승 -> 티파티가 카페에서 호텔 등 좀 더 프라이빗 한 곳으로 옮겨짐

*저가 패션, 하이엔드 패션 등등에 로리타 패션 요소의 도입 -> 굳이 코어한 로리타 패션까지 가지 않고 그 쯤에서 만족


이런 식으로 로리타 패션은 요소만 남겨 놓고 팬덤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 내에서는 로리타 패션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게 사실이고 남아있는 분들도 예전처럼 거리에서 쉽게 보기가 어려워졌다. 


그렇지만 해외에서의 로리타 패션 인구 증가는 여전하다. 특히 예전에 이야기했던 남미, 유럽 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등에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리고 이쪽에서는 로리타 패션을 보다 일상복으로 결합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이렇게 비일상 복이었던 걸 일상복으로 전환하려는 모습은 비슷한 배경을 지니고 있는 고딕이나 페티시 패션 계열에서도 이미 볼 수 있었던 과정이다.



이런 전반적인 방향이 가지는 문제가 있다면 고가 계열은 버티기가 어려워지고 저가 계열이 범람할 가능성이 높다. 남미, 유럽, 미국, 중국 등에서 이 취향이 무르익어 고급 수요가 안정적으로 생길 때 쯤이면 이미 맥락이 끊겨버렸던 고가 계열이 재편성 되어야 하고 이에 따라 시장이 복잡하게 요동칠 수 있다. 무엇보다 벌써 몇 십 년 간 쌓인 소중한 경험을 잃었다가 그저 원래의 자리로 돌리기 위한 반복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아무튼 이렇게 흘러 가고 있으니 하라주쿠에서는 보기 힘들어 진 게 확실하고 하지만 어디선가 티파티는 계속 열리고 있다. 로리타 패션의 본질이 남이사 뭐라하든 상관하지 않는다이고 또한 높은 완성도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만큼 번거로움(예컨대 외국인의 사진 좀 찍게 해줘요) 때문에 어딘가로 숨어들어가고 있다는 건 약간 안타깝다. 그리고 이렇게 숨어 들어가는 게 이 패션 신의 본류이자 본진이었던 일본의 로리타 패션 인구가 줄어드는 요인이기도 할 거다. 


뭐 이제 코어한 마니아 층은 나이들이 좀 있으셔서 그냥 맘 편하게 자기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는 거에 딱히 뭐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좀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태도가 저런 특유의 옷과 결합해 만들어 지는 모습이 로리타 패션 본래의 매력이 아니었던가... 이런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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