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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구찌의 크루즈 2016

by macrostar 2015.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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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 리조트 등의 이름이 붙고는 하는데 구찌 공식 홈페이지에 보면 크루즈 컬렉션으로 명명이 되어 있다. 그래서 구찌는 크루즈. 올해 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알레산드로 미켈레에 대한 이야기는 예전에 한 번 한 적 있으니 참고(링크). 이 분이 만들어 내는 구찌의 세계는 기존 구찌와는 아주 다른데 대표적인 특징은 다양한 컬러의 이태리 시골(혹은 옛날) 옷, 그리고 시스루에 대한 각별한 애정(링크)이다. 후자의 경우 첫 컬렉션을 봤을 땐 이슈를 위한 의도적인 포석도 조금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었는데 지금까지 추세로 보면 그건 아닌 듯 싶다. 구찌가 본격 그래니(granny) 패션이 되지 않게 하고 있는 방어막 중 하나가 아닌가 살짝 생각은 하고 있다.



위 사진은 보그 UK 캡쳐. 여기(링크)에 가면 풀 컬렉션 사진을 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미켈레 스타일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거 같다. CD의 교체로 브랜드의 면모가 완전히 달라지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니 새삼스러울 건 없다. 매출이 어떻게 되는지, 평판과 이미지가 어떻게 되는지가 중요할 뿐이다. 


보다시피 구찌 특유의 시크한 면모는 거의 완전히 사라지고 있다. 톰 포드 시절을 생각해 보면 이건 뭐 완전히 다르다. 비슷하게 시골옷을 만들고 있는 돌체 앤 가바나와도 지향점이 다르다. 거긴 보다 '여인'같다. 여하튼 저런 옷을 입고 프라이빗 제트에서 잘난척 하며 내리는 모습은 뭔가 이상하다. 날씬, 슬림, 엣지한 면이 사라진 대신 꽤나 하늘거리고 핑크, 밝은 블루, 겨자색 등이 다양하고 귀엽게 사용된다. 아이들이 입을 법한 컬러를 이용해 어른의 옷을 만들어 내는 거 같다.


구찌에서는 이 크루즈 컬렉션으로 짧은 비디오 클립도 내놨다. 4분짜리가 있고(링크) 디렉터스 컷이라고 7분짜리도 있다. 여기에는 이왕이면 긴 걸로.



참고로 이 컬렉션이 열린 곳은 뉴욕. 여튼 위 비디오의 분위기는 뭔가 파졸리니나 펠리니 영화 같기도 하고 혹시 저기에 쉐이드 된 보잉 선글라스를 끼고 가방에 수류탄 같은 게 들어있는 붉은 여단 단원 같기도 하다. 앞에 건 이태리의 50, 60년대 뒤에 건 70년대인데 여튼 레트로 스타일이라는 거다. 비슷하게 양념이 아니라 약간 본격적으로 레트로 타입을 선보인 곳이 몇 있는데 그 중 하나로 70년대 풍이었던 샤넬 2015 SS의 페미니즘 컬렉션을 들 수 있을 거 같다. 


물론 이 크루즈 컬렉션에서 럭셔리 브랜드, 하이엔드 디자이너 하우스 특유의 폼 남이 느껴지긴 하고 그런 만큼 위 모델 같은 분들이나 멋지고 당당하게 돌아다니시는 트렌드 리더님들에게도 무척 어울릴 거 같긴 하지만, 또한 한 편으로는 지금은 애 둘을 키우며 밀라노에 살고 계시는 테레사 앤 사보이(링크) 같은 분들이 입고 (소리를 지르는... 말 좀 들어! 같은) 모습이 어딘가 떠오르기도 한다. 


폼남과 땀냄새, 몸냄새 같은 걸 기본으로 깔고 있던 이태리 브랜드들 - 구찌를 비롯해 베르사체, 모스키노 등등 - 이 자꾸 어딘가 앙징맞고 귀여워 보이는 걸 하는 점에 꽤나 불만이 있는데(저런 냄새는 이제 광고에서만 난다) 여튼 미켈레의 구찌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게 될 지(혹은 끌고 갈 수 있을지) 조금 더 궁금해졌다. 지금 추세로 봐선 9월의 메인 컬렉션에서 이것이 바로 미켈레의 구찌!를 완연히 펼치지 않을까 싶다. 


PS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중앙일보에서 지면 한 면을 다 써서 이번 구찌 크루즈 컬렉션을 다뤘다. 한번 읽어보는 것도(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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