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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치 향수의 전성시대

by macrostar 2014.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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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이해가 깊어지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본격적으로 갖춰나가기 시작하면 옷과 구두, 가방도 그렇지만 안경이나 우산 같은 소품에서도 자신의 취향을 전체적으로 일치시키고 싶어진다. 그러면서 이미지 중심의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보다 전문적인 브랜드로 이동하는 현상을 보인다. 요즘 특히 주목받고 있는 품목 중 하나는 바로 향수다. 

향수병에는 브랜드나 디자이너의 이름이 적혀 있지만 옷과는 다르게 사실 극히 개인적인 제품이다. 딱히 주변에 향기를 흩뿌리며 민폐를 끼치는 타입이 아니라면 가까이 있는 주변 몇 명만 그 향기를 인식할 수 있다. 그러므로 비록 향수의 향기는 뿌린 사람과 결합해 완성된다고들 하지만, 엘레베이터 같은 밀폐된 공간이나 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면서 자기와 같은 향수를 뿌린 사람을 마주치면 복잡 미묘한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향수라고 하면 샤넬이나 아르마니, 이브 생 로랑 등 패션 디자이너 이름이 붙어있는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사용 빈도가 늘어날 수록 소비자들의 취향은 다양해지고 독특한 걸 가지고 싶어한다. 마찬가지로 조향사들도 자신의 개성을 보다 본격적으로 살린 향을 선보이고 싶어하고 자신만의 브랜드를 런칭하기 시작했다. 또한 오랜 전통 속에서 확고한 아이덴터티를 확보하고 있는 향수 회사들도 다시 찾아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고급스럽고 흔하지 않고 자신만의 특별한 취향을 얻을 수 있는 니치(niche, 틈새라는 뜻이다) 향수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조 말론은 원래 런던의 피부 관리사였다. 고객들을 위해 제작한 오일을 파티용으로 쓰고 싶다는 주문이 들어오고 그 파티장에서 오일을 만난 이들의 80%가 주문을 해오면서 본격적으로 향수 사업에 나섰다. 방송이나 잡지에도 자주 등장하면서 향수에 유난히 관심이 많은 소수만이 관심을 가지고 어렵게 구해오던 고급 향수가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한 계기가 된 브랜드이기도 하다. 


크리드는 1760년에 제임스 헨리 크리드가 첫 제품을 내놓은 회사다. 이후 지금까지 7대에 걸쳐 향수 제조 기법을 집안에서 전승하고 있다. 향수의 기획과 제조, 향수병 제작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관리하고 프랑스 어딘가의 숲 속에서 크리드와 팀원들이 향수를 만들어 포장까지 끝내 바깥으로 내보내는 등 완벽한 보안을 자랑한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온 만큼 유럽 여러 왕실의 향수로 지정되어 사용되었다. 


펜 할리곤스는 1970년에 설립되었으니 역사는 아직 길지 않다. 하지만 우연에 기반한 영감과 손으로 짜낸 순수한 재료 등으로 각광을 받았는데 특히 에딘버러 공작, 찰스 황태자, 고 다이애나 비 등 영국 왕실의 사랑을 받으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지니게 되었다. 


이외에도 바이레도, 프레드릭 말, 딥디크, 르 라보, 아닉 구탈, 산타마리아 노벨라 등의 향수 제조사가 특별한 향을 찾는 이들을 이끌고 있다. 이런 향수들은 개성이 강한만큼 무난하고 쉬운 타입은 아니다. 좋지만 익숙한 향이 난다는 생각을 들게 하기 보다는 뭐지? 하고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더 강하다고 할 수 있다. 향은 손에 잡히진 않지만 자신을 기억하게 만드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다. 하지만 직접 향수를 만들어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자신을 잘 드러내도록 심사숙고해 골라낸 향수는 그래서 특별하다. 취향의 깊이가 더욱 깊어질 수록 이런 향수를 찾는 이들은 더 늘어날 것이다.


(이것도 같은 지면 기고... 기본적인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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