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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젠타이' 단상

by macrostar 2014.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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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타이(Zentai)가 토쿄의 최신 트렌드! 라는 기사를 본 이후 좀 찾아봤는데 드는 여러가지 생각들.



위 사진은 워싱턴 포스트 기사(링크)에 실린 젠타이 클럽 회원들의 모습.

사진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젠타이는 모프수트, 바디수트 등으로 부르는 그러니까 전신 타이츠, 쫄쫄이다.

 
이런 옷이야 여전히 많이 볼 수 있다. 젠타이의 다른 점이 있다면 얼굴까지 가린다.

1. WP 기사를 보면 젠타이를 하게 된 이유들이 나온다. 우선 슈퍼 히어로에 대한 동경, 이건 발상 자체가 이해하기 쉽다. 코스프레를 하다가 응용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섹슈얼한 이유. 이쪽은 페티시즘 계열을 따라가다가 이윽고 여기에 도달한 건데 스판덱스 페티시즘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팬도 많다. 마지막은 리버레이션. 이런 옷을 입으면 자유를 느낀다는 것. 마지막 이유는 좀 재미있는데 무의미한 옷을 입고 얼굴까지 가리며 자신의 존재를 지움으로써 자유를 느낀다고 말하고 있다. 언뜻 듣기에는 미사리 주변에서 솟대를 만들며 선식을 먹으며 '자유'를 만끽하시는 히피 할아버지와 비슷한 발상처럼 보인다.

2. 왜 하필 지금 트렌드인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소재의 발달 덕분인가라는 의견이 있었고,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했지만(패션 트렌드라면 일상복으로써의 소비가 전제가 된다) 찾아보니 대부분 그냥 스판덱스 쫄쫄이다. 대부분 저렴하게 옷을 조달할 수 있고 그런 점에서 라텍스 컬쳐와는 다르다. 꾸밈이 있다면 맨 처음 사진처럼 무늬 정도다.

3. 영국에서 다 같이 모인 파티 같은 게 있었던 모양인데 뭐 즐거워 보인다.

 
카모와 국기 정도가 눈에 띌 뿐이고 맨 위 일본의 젠타이 클럽처럼 폼나는 무늬는 별로 없다. 신발도 다들 운동화다.

4. 위에서 말했듯 이런 문화는 대부분 성적 환상과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다. 탈을 쓰는 대부분의 서브컬쳐가 그렇다. 자아를 지우고 역할 플레이를 하거나 아니면 저 자체에 대한 페티시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쪽은 라텍스에 비하면 좀 싸보인다.

 
뭐 말하자면.

5. 키구루미(着ぐるみ), 퓨리 팬덤(Furry Fandom), 젠타이 등 코스프레와 의복의 경계 쯤에 있는 패션 사조들이 있다. 젠타이는 슈퍼 히어로를 쫓는 게 아닌 한 구성하려고 하는 캐릭터 자체가 없다는 점에서 꽤나 젠한 세계처럼 느껴진다. 코스튬 플레이를 배제하고 일상적으로 영유하려는 이들이 존재하는 거 같긴 한데(이 사이트에서의 관심 대상은 물론 이쪽이다) 아직은 페티시즘만큼 규모가 크지 않아서 인지 쉽게 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군의 사람들이 이 경계선 쯤에 서서 뚫어보려고 열심히 들이고 그 시도와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는 듯. 지금 상태로는 세상에 질려버리는 사람들과 만사가 재미없는 사람들이 늘어난 흔한 신호 중 하나가 아닐까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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