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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늘어놓고 떠들기

by macrostar 2013.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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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꽤 옷 구경을 다녔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자존감이 낮거나 뭐 여튼 그럴 때 쇼핑 독에 빠진다고 들 하는데 뭐 약간 코너에 있는 듯 한 기분도 있고, 맘 편하게 입을 따뜻한 외투가 뭐 없을까 싶은 기분도 있고 해서 그리 되었다. 그렇다고 막 사들인 건 아니고 그냥 막 입어봤다에 가깝다. 아무 매장이나 덥석 덥석 들어가던 어릴 적 버릇이 다시 나와버린 거 같은 기분도 있는데 이런 건 그렇다 치고.

피코트를 꽤 입어봤는데(USN이나 Schott, 알파 등등) 두툼하고 각진 군용 피코트라는 건 나와 전혀 맞지 않는 옷이라는 걸 깨달았다. 어깨가 좁은 데 그런 걸 입으니 철갑 갑옷, 마징가 제트 같은 풍채가 난다. 더구나 쇼트의 34, 알파의 XS도 아슬아슬해 '큰가?' 싶은 느낌이었다. 구형 USN은 말할 것도 없는데 그건 뭐 대체 뭔지 모르겠다. 약간 과장해 사이즈 36도 소매 길이가 엘보우 쯤에서 끝난다.

바버의 보더나 뷰포트같은 Waxed들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갤러리아인가에 있는 매장에, '바버인가..' 하는 기분으로 두근거리며 갔는데 뭔가 알 수 없는 기분에 빠져 매장에서 나왔다. 집에서 말타고 30분 거리에 사냥터가 있으면 혹시 살 지도 모르겠는데... 분야로 치면 퀼팅 쪽과 모터사이클 쪽이 약간 더 마음에는 들고, 뭐든 벨스타프 쪽이(왁스드 제외하고) 약간 더 취향인 듯. 하지만 인터내셔널 재킷이라는 건 실로 훌륭한 옷이다.

 
그런데 트라이얼마스터는 저 왼쪽 가슴의 삐툴어진 포켓(드렁큰 포켓이라고 한다)이 포인트인데 패딩 버전은 똑바로 붙어있다.

 
ASOS에서 팔고 있는 패디드 인터내셔널 재킷. 바버는 하도 버전도 많고, 빈티지에, 페이크에, 개조에 뭐가 어쩌구 저쩌구 많아서 원래 모양대로 생긴 것도 검색하면 나오는 데 잘 모르겠다.




이건 듀베티카의 2013 FW 인 데사메노라는 옷이다. 듀베티카 홈페이지 엉성하니 조금 재미있으니 구경해 보는 것도(링크). 여튼 이 옷은 울 피코트인데 안은 구스 다운 패딩이다. 따뜻해 보여서 남겨 본다.




레트로가 인기를 끌면서 에디 바우어에 눈길을 돌리는 이들도 꽤 있다. 이런 트래디셔널도 괜찮고, 80년대의 컬러풀한 패딩들도(비록 빈티지로 구해야 하지만) 인기가 좋은 듯 하다. 위 패딩은 구스 다운으로 스카이라이너라는 모델의 개량판이다. 550 필 파워 구스 다운으로 원래 목적이 헌팅 재킷이기 때문에 총알을 넣다 뺐다 하는 포켓 위 부분과 총이 닿는 팔목 부분, 그리고 어깨 부분에 가죽 패치가 붙어있다. 

원래 모델은 가죽 패치가 없는 훨씬 단순한 모습이다.

 
이 모델은 1936년에 나왔는데 이걸 보니 깔깔이의 원형이 에디바우어의 스카이라이너였나 하는 의심이 생겼다. 군용 의류를 추적해 봐야겠지만(2차 대전 전이니 시기상으로 엇 비슷할 거 같은데) 생각만 하다가 귀찮아졌음. 여튼 이 모델도 여전히 나온다. 가죽과 신소재 등으로 가격차이는 좀 나서 현재 리테일 프라이스는 299불 vs 179불.



 
간트의 카멜 코트. 남자라면 눈발이 흩뿌려지는 날 카멜! 카멜 헤어 50% + 울 50% 코트. 코트는 안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입을 때 혼자 즐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옷의 안감은 빈티지 베이지라고 이름이 붙어있는데 매우 곱다. 칼라와 포켓의 스웨이드 패치, 그리고 가슴의 주머니 덕에 뭔가 너무 포멀하게 흘러가지 않는 느낌이 나는 게 좋다. 의외로 저런 작아 보이는 디테일이 눈에 선명하게 띄기 때문에 사진으로 보고 막 사버리진 말고 꼭 입어서 봐야 한다.



 



매킨토시의 웨이버리 코트. 바버도 그렇고 영국의 오래된 옷 회사에서 이런 종류의 퀼팅들이 좀 나온다. 사실 할머니 옷 혹은 군대 깔깔이 같기도 한데.. 그런 편견을 조금만 낮추면 따뜻하고 입는 이도 즐겁고, 보는 이도 즐겁고 여튼 그렇다. 이런 퀼팅 좀 좋아한다. 겉감은 백 퍼센트 멜란지 울이고 안감은 백 퍼센트 폴레에스터라는 군더더기 없는 구성. 구스 다운이니 덕 다운이니 그런 거 없다.



 
포스트 오버롤스의 카를로스 재킷. 재킷은 아주 조금씩 다르면서 여러가지 이름만 붙어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개마다 이름이 있듯 옷도 마찬가지.. 멜톤 울 백 퍼센트. 아주 점잖은 아저씨들의 옷이라는 분위기인데 단추가 아주 약간 만 더 컸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안감은 따로 없이 그냥 단추와 칼라 빼고는 울 덩어리다.



 
이 역시 점잖은 아저씨의 옷으로 필슨의 위크엔더 재킷. 울 매키너 크루저도 비슷한 느낌의 재킷인데 둘 다 24온즈 울을 사용했으므로 이론상으로는 한 겨울에도 입을 수 있다. 그러니까... 미국 옷이다. 무겁겠지? 이 옷도 따로 안감은 없고 그냥 울 덩어리, 똑딱이 버튼 안에는 지퍼로 잠글 수 있다.



 
유니온메이드 내츄럴스의 더블 코트다. 한국의 겨울에는 사실 전혀 맞지 않지만 캔버스 외투, 그리고 밝은 옷에 대한 로망이 있는데 그 둘이 함께 실현되어 있다. 10.5온즈 캔버스로 만들었다. 안에 퀼팅이나 뭐든 여튼 보온재만 붙어 있으면 겨울에 입을 수 있을텐데 그런 건 하지 않았다. 샌 프란시스코의 겨울은 그렇게 춥진 않은 건가...

하지만 우리에겐 유니클로 라이트웨이트 패딩이 있고 그 패딩은 거의 모든 얇은 코트의 내피로 사용할 수 있다! 플리스 따위, 오리털 내피가 있는데! 그러므로 이 코트는 예쁘지만 얇아... 라며 슬퍼하지 말고 구입해도 된다. 여튼 모두가 우중충한 외투를 입고 지나가는 거리에 저런 걸 입고 있다면 너무 화사할 거 같다. 추워서 얼굴은 그들 중 제일 빨갛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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