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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 덱 재킷 N-1

by macrostar 2013.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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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트위터에 군복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이 추운 겨울을 어떻게 싸고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싶어서 뒤적거렸기 때문이다. 뭐 사실 최근 옷들이 물론 훨씬 따뜻한데 낡고 병든 옷들은 나름 싸고, 빈티지라는 게 원형을 목격한다는 점에서 꽤 재미도 있고. 물론 컬렉터의 습성도 없고 여력도 없는 나같은 사람은 지나간 옷들은 아쉬워 하면 안되고 - 그때 봤던 M65를 샀어야 됐는데 따위는 빨리 잊어버리는 게 낫다 - 그저 당장 입을 옷이 급할 뿐이다. 여하튼 뒤적거리다가 겸사겸사 덱 재킷 이야기다.

덱 재킷의 역사 이런 건 다른 데를 찾아보면 되고, 여튼 바다 바람이 씽씽 불고 추운 날 입으라고 해군에 지급했던 거다. 두 가지만 알면 되는데 2차 대전 때 지급한 프로토 타입이 N-1이고 나중에 나온 게 A-2다. 취향에 따라 선호하는 게 다른 데 하도 오래 전에 나온 옷이라 오리지널은 구하기 어렵고 있어도 상태가 좋은 게 별로 없다. 개인적으로는 겨울엔 목만 따뜻하면 일단 살 수는 있다라고 믿는 주의라 N-1이 더 좋아보인다.

 
이렇게 생긴 옷.


 
폴 뉴먼. 군인이 아니라면 이런 식으로도 입는다. 자기 거였다는데 폴 뉴먼은 2차 대전 참전을 했었기 때문에(태평양 전선에 있었고 USS 벙커힐도 타고 그랬다) 당시 보급 받은 거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겨울엔 목이 따뜻해야 함. 핫팩도 목 뒤에 붙이는 게 경험상 가장 따뜻하다. 손발 다 얼어 죽어도 따뜻해... 포근해... 뭐 여튼 터프한 코튼, 그리고 안쪽이 양털로 덮여있는 옷이라는 조합은 요즘도 많이 보는 타입이다. 방수를 위해 왁스 칠을 하기도 하고, 훨씬 나중에 나온 버전은 나일론이고 등등등.


이런 느낌의 거친 털... 위 사진은 여기(링크).

군용 옷들이 보통 그러하듯 오리지널이 아니더라도 재생산, 혹은 민간 버전, 복각 버전 등등이 존재한다. SPIEWAK, ALPHA Industries, PIKE Bros, ORVIS 등등에서 이 옷이 나왔었다. 스피왁이나 알파는 원래 보급용 생산 업체였기도 하다.

 
스피왁의 N-1. 이 옷은 Waxed 버전인 듯. 털은 mouton, 양 모피다. 안이 다 덮여있다. 이 사진은 데님헌터스(링크).



군용 옷 복각에 사력을 다하고 있는 일본 회사들, 버즈 릭슨이나 리얼 맥코이에서도 N-1이 나온다. 오리지널에 매우 충실하지만 그런만큼 매우 비싸다.

 


이런 긴 이야기를 하게 된 이유는 무신사 홈페이지를 뒤적거리다가 에스피오나지에서 이번 시즌에 나온 N-1을 봤기 때문이다.


에스피오나지에서는 저번 시즌에도 복각 버전을 냈던 거 같다. 이 외에도 커버낫, 리타 같은 곳에서도 나오는데 대략 20만원 대 정도를 형성하고 있다. 무신사에서 파는 N-1들은 여기(링크).

복각, 혹은 재생산에는 재미있는 부분들이 있다.

예를 들어 스피왁이나 알파 같은 곳에서 재생산을 할 때는 아무래도 리뉴얼을 한다. 오직 기능 중심의 군용 옷에서 필요없는 부분을 빼고 벙벙한 쉐이프라든가 무거운 원단이라든가를 좀 고치는 등등. 불편하더라도 오리지널을 가지고 싶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량 생산에서 그런 이들 비위까지 맞추다 보면 배가 산으로 가기 때문에 어렵긴 하다. 기껏해야 리미티드로 가끔 내는 정도다.

복각도 마찬가지다. 섬유와 염색 성분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며 원형을 그대로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버릴 건 버리고 챙길 건 챙기고 하는 운용의 묘가 각자 브랜드의 특성으로 남는다.

에스피오나지는 특이하게 오리지널의 양모를 떼어내고 마이크로 퍼로 목부터 안을 덮었다. 덱 재킷은 거칠거칠한 양털이 매력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은 완전히 덜어내 버려서 인상이 많이 다르다. 저 부들부들하게 생긴 게 새로운 룩을 만들어 내는 건 분명하고 좀 더 긍정적인 측면을 보자면 인조털이니 이 양은 괜찮게 숨을 거뒀을까 하는 걱정 같은 건 안 해도 된다. 호불호가 있을 듯.

사실 그보다는 재킷의 전반적인 생김새가 너무 봄버처럼 된 게 아닌가 싶은데 그건 실물을 아직 보진 못해서 모르겠다. 커버낫도 그렇고 상표 택을 저기다 붙이는 건 불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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