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MET의 펑크 : Chaos to Couture

by macrostar 2013. 6. 26.
반응형
얼마 전 모 패션지 트위터에서 '요즘 핫 트렌드는 펑크죠'라고 하는 트윗을 봤었는데 그거 보고 생각난 김에. 사실 패션지에서 '이제와서 펑크라니 구려요' 따위 이야기를 할 가능성은 없겠고 여튼 대규모 행사가 열리고 있으니 가만히 있을 수도 없겠지만 서도...


멀리 떨어진 곳에서 하고 있지만 인터넷 시대라 여기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미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오브 아트(MET)에서 펑크 : 케이어스 투 꾸뛰르를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물론 펑크도 한때 좋아했었고, 거기에 패션이 얽힌 이야기니 만약에 내가 뉴욕에 있다면 한 번 가볼까 싶기도 하다. 전시는 8월 14일까지 한다.



많은 경우 음악의 움직임은 패션과 함께 간다. 음악으로만 특정지을 수 없는 무브먼트의 경우에는 더욱 도드라진다. 들리는 소리에도 차이가 있겠지만 보이는 차이가 자신들이 극복하고자 하는 전세대나 다른 이들과의 명백한 시각적 선을 그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60년대의 펑크를 비롯해 히피, 애시드, 스케이트 보드 컬쳐를 타고 온 펑크의 재유행, 그와 비슷한 시기에 나타난 다양한 스트리트 컬쳐들이 그렇고 심지어 헤비메탈이나 트로트 등등 까지도 일종의 패션 코드가 존재한다.

아주 최근이라면 다프트 펑크는 디스코 / 클럽 뮤직에 어떤 방점을 찍으려고 했고, 생로랑의 에디 슬리만은 디스코 풍의 코스튬에 현시점의 시크함을 입혀 그 모습을 만들어내는 데 일조를 했다.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펑크씬 정도로 큰 그림은 그려내기가 어려운 시대이므로 이런 식이 아마도 최선이다.


폴 쿡 / 꼼 데 가르송 2006 SS
 


존 리든 / 준야 와타나베 2006 FW

존 리든 / 지아니 베르사체 1994 SS. 위 사진은 모두 MET.

이런 식으로 세트로 밀고 오게 되어있다. 아무 것도 결합된 것 없이 오직 클럽 댄스 뮤직만 유행한다든가, 펑크 의상만 유행한다든가 하는 일은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MET의 펑크 투 꾸뛰르는 특이한 게 지금 이 시점에 펑크가 유의미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징후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MET의 전시가 있고, CBGB의 너저분한 화장실이 재현되었다. 이와 연관된 패션쇼가 있었고, 더불어 베르사체 같은 곳에서는 이 기회를 이용해 VERSUS의 J.W 앤더슨 데뷔쇼를 치뤘다. 많은 패션이나 문화지 에디터들이 찾아왔고 언론을 통해 기사가 실렸고 어떤 곳은 이에 맞춰 펑크 스타일의 화보를 만들기도 했다. 바야흐로 축제 분위기다.

하지만 뭔가 결정적인게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드는게 그들 중 거의 누구도 지금 펑크를 듣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차라리 몇 개의 리얼리티 쇼 -> VH1의 슈퍼그룹같은 음악쇼의 루트를 차곡차곡 밟으며 최근 헤비메탈 하던 아저씨들이 다시 여기저기에 보이고 있고 이 행보를 타고 블랙 사바스도 신보를 들고 다시 나왔는데 그걸 따라 브리티시 인베이젼이나 락의 귀환 같은 걸 했다면 또 모르겠다.

이 기획을 누가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거의 아무 것도 없는 맨바닥에서 펑크 트렌드를 만드려고 시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트렌드라고 하기도 그렇고 그냥 추억팔이 한탕 장사를 이런 저런 패션 기획을 껴서 좀 크게 해보자 말고는 아무리 관련 내용을 뒤적거려봐도 대체 왜 지금 펑크냐에 대한 답이 뭐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 혹시 가신 분들은 뭔가 느껴지는 게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반영해 넣겠습니다.

최소한의 긍정적인 면을 찾아본다면 비록 황무지에다 펑크를 구축하는 뜬금없는 작업이라고 해도 만약에 전시가 극히 괜찮았다면 어떤 이정표라도 마련되었을테고 나중에 펑크 트렌드가 다시 찾아왔을때 유의미한 안내판이 되어주는 최소한의 역할도 할 수 있었을 지 모른다.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뉴요커에는 이 전시를 두고 '펑크가 다시 죽은 날'이라는 평을 실었었다(링크).

더욱 아쉬운 게 있다면 패션지는 이제 세상에 남아 여전히 돈 받고 (많이) 팔리는 거의 유일한 '문화지'가 되어 있다. 자기가 원했든 말든 그렇게 되었다. 그렇다고 굳이 무슨 선봉장 따위가 될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이런 전시를 두고 대체 이건 왜 하는 거냐 정도의 이야기는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동료가 다 죽어서 자기가 부대를 이끌게 되었는데 그렇다고 에잉 원래 하던 거나 할래하면서 그냥 가만히 있으면 좀 그렇지 않나?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