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펙 중심주의

by macrostar 2013. 4. 8.
반응형
러프하게 개요만.

(특히 남성의 경우) 딱히 옷의 미감에 관심이 없게 살아온 상황에서 필요 혹은 호감에 의해 좋은 옷을 선택해야 할 환경이 도래한 경우 여러가지 방책이 있다. 잡지를 열심히 본다든가, 조언자를 구한다든가, 매장을 열심히 들락거리며 감을 익힌다든가. 그렇지만 이런 것들은 '불확실성'을 안고 있고, 실패의 가능성도 크고, 트라이얼 앤 에러라는 시간과 자본이라는 비용도 소모되고, 득도를 한다고 해도 알아줄 사람도 별로 없다는 점에서 투자 대 효용이 매우 낮다는 문제점이 있다.

사실 이런 걸 알겠다고 파고 들어가며 살면, 키톤 수트를 살 돈은 아마도 벌 수 없는 게 세상이기도 하다.


이 사진은 사실 다른 이야기할 때 붙이려고 한 건데... 그냥.

그러므로 가장 간단한 접근 루트인 스펙에 초점을 맞추는 게 용이하다. 물론 스펙이 안 중요하다고는 할 수 없다. 누가 디자인했는지, 누가 단추를 만들었는지, 저 캐시미어는 어디에서 왔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이걸 한 곳에서 만들었는지, 누가 바느질을 했는지, 저 나일롱 공장은 어디에 있고 어떤 유래가 있는지 등등등은 당연히 이 오랜 시간동안 패션 산업을 지탱해 오는 힘이다. 그렇지만 당연히 그게 다가 될 수는 없다. 

여하튼 이와 더불어 매뉴얼에 대한 맹신이 이어진다. 자기 확신이 어렵기 때문에 좀 더 권위있는 조언에 기대게 되는 것이고, 거기서 조금만 더 나가면 일종의 근본주의와 배타주의가 만들어진다.

결론적으로 최근 몇 년간 지속되고 있는 남성 클래식 유행은 이런 걸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