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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링톤 자켓 = 잠바의 유래

by macrostar 2013.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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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주얼 역사 시리즈 (아마도) 이걸로 대충 마지막이 될 잠바 이야기, 그 중에 해링톤 자켓 이야기다. 잠바에 대해서는 몇 번 이야기한 적이 있으니 최근 적은 것 중에 참고할 만한 포스팅으로 아래 링크들이 있다.

도카쟌 - http://fashionboop.com/684
스카쟌 - http://fashionboop.com/666
미군 잠바史 - http://fashionboop.com/685
야구 잠바 - http://fashionboop.com/79
 
위 제목 중에 도카쟌과 스카쟌 마지막 '쟌'이 바로 잠바다. 계통적으로 따지자면 도카쟌의 쟌은 파이럿 잠바고 스카쟌의 쟌은 스타디움 잠바, 즉 야구 잠바다. 물론 그렇다고 오랑우탄(Pongo)과 침팬지(Pan)처럼 엄밀하게 구분되고 넘어갈 수 없는 건 아니다. 가끔 그런 시도를 하려고 하는 인류학적, 생물학적 열망을 가지는 경우들이 있는데 그럴 필요가 있나.. 싶다.

하지만 약간의 요식 행위라는 건 있는 법이어서 스카쟌 장사를 하면서 항공 잠바에 자수를 넣고 팔면 좀 곤란해진다. 누군가는 이쪽이 더 좋은데라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스카쟌을 사러 가는 대부분의 사람은 나일론 야구 잠바에 화려한 자수가 박힌 옷을 입고 싶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는 이만 줄이고.

용어 이야기를 잠깐 했는데 잠바라는 건 점퍼, 블루종 등등 여러가지로 부른다. 자켓이라고 통칭해서 불러도 된다. 여기서 말하는 잠바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바로 그 잠바 이야기다. 이 잠바라는 것의 원래 형태는 해링톤 자켓이라고 하는 옷이다. 보통 외피는 면, 나일론, 울 등을 사용하고 프레이저 타탄이나 체크 패턴의 라이닝이 들어있다.

 
이렇게 생긴 옷을 말한다. 사진은 바라쿠타의 G9 자켓. 흔히 폴로 잠바라고 하는 게 이걸 복각한 모델이다. 1930년대에 그렌펠(링크)과 바라쿠타에서 원형을 만들었다고 알려져있다.

물론 이런 쉐이프의 옷이 세상에 불현듯 등장한 건 아니어서 1927년에 등장한 A-1이나 1931년의 A-2 군용 잠바도 가죽이지만 손목과 허리 시보리가 있는 등 G9와 거의 비슷하게 생겼다. 하지만 그 쪽은 40년대에 들어가서야 면 혹은 나일론 군용 잠바들이 등장하고 이후 가죽 버전과 나일론 노선으로 발전해 나간다.


1927 A-1 자켓의 복각판. Eastman Leather Clothing에서 복각한 버전이다(링크). 이스트만에서 A-2는 양산하는 데 이건 리미티드 제작이라고 한다. A-1은 손목 시보리를 사용한 최초의 옷이라고 한다. 요즘엔 이런 것도 그냥 가죽 해링톤 자켓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래 나오겠지만 해링턴 자켓이라는 말은 60년대에 등장했다.



여하튼 바라쿠타-그렌펠 부분에 약간 애매한 게 있는데 흥미를 위해 조금 적어보자면.

바라쿠타는 1937년이라고 연도가 명시되어 있다. 바라쿠타는 존과 아이잭 밀러 형제가 만든 브랜드인데 1937년에 Chorlton에 있는 공장에서 방풍 / 방수 가공된 100% 면 소재에 라글란 소매, 시보리 소매, 허리에 5포인트 엄브렐라 벤트, 그리고 프레이저 타탄 체크의 라이닝을 넣어 만들었다고 한다.

 
5포인트 엄브렐라 벤트라는 건 뒷면의 저걸 말한다.


그렌펠의 경우엔 기본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미묘한 부분들은 물론 다르다. 

 
지금도 나오고 있는 오리지널 그렌펠 해링톤 자켓이다. 사이트는 여기(링크). 설명에 보면 '1930년대 초반'이라고 애매하게 해 놨고(어떻게 되었든 바라쿠타의 1937년은 초반은 아니다) 거기에 Made In London in our own factory in 100% Original Grenfell Cloth라고 길게 적어놨다.

요즘은 바라쿠타의 경우에도 Made in the UK라고 적혀 있지만 꽤 오랜 시절 일본 라이센스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일본의 마루베니에서 만들던 라이센스 버전은 2012년 3월 계약이 종료되어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은 바라쿠타의 G9도 모두 영국산이다. 

보통은 연도가 좀 더 정확히 명시되어 있는 바라쿠타를 해링톤 자켓의 최초 모델이라고 친다. 일본의 경우에는 바라쿠타를 오랫동안 만들어왔고 익숙하기 때문인지 일본 위키피디아의 경우 잠바 항목에(링크) 그렌펠은 나오지도 않는다. 하지만 미국 위키피디아 해링턴 자켓 항목은(링크) 첫 머리에 둘이 함께 등장한다. 뭐 이런 건 바라쿠타랑 그렌펠이 해결해야 할 일이다.


이게 왜 해링턴 자켓이냐 하면 처음에 나왔을 때 부터 해링턴은 아니었다. 바라쿠타는 G9였고, 그렌펠에서는 뭐라고 불렀는지 모르겠지만 여튼 해링턴은 아니었다. 1930년대에 처음 등장했고 골프치던 사람들이나 추울 때 사용하던 이 자켓이 세간의 관심을 본격적으로 끌게 된 건 1958년 엘비스 프레슬리가 출연한 영화 King Creole(링크)이었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이 영화에서 G9 자켓을 입고 나왔다. 흑백 사진으로도 G9의 프레이저 타탄을 알아볼 수 있다. 1937년에 바라쿠타가 던졌던 수가 빛을 발했다고 할 수 있겠는데 여하튼 어떻게 쳐도 그렌펠은 아니다.

하지만 이름이 엘비스 자켓이 되진 않았고 해링턴은 다른 놈이다. 1964년부터 1969년까지 미국에서 방영된 TV 시리즈로 Peyton Place라는 게 있었다고 한다. 도로시 말론도 나오고 미아 패로도 나오고 한 인기있는 드라마였나 보다. 여튼 여기에 라이언 오닐이 나오는 데 그가 맡은 역할이 로드니 해링톤이었다(라이언 오닐은 러브 스토리 주인공이라 하면 다들 아실 ㅋ).

변변찮은 사진도 없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는데(위키피디아에 의하면 라이언 오닐이 극중에서 '종종' 입다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여하튼 그 이후 이 자켓은 해링톤 자켓이 되었다.

이외에도 스티브 맥퀸(이분은 거의 모든 잠바 양식을 히트시킨 장본인인 듯), 프랭크 시나트라가 한창 입었었고 50년대 아이비리그 스타일, 60년대 영국의 Mods와 스킨헤드 등등의 서브컬쳐 신에서도 꾸준히 애용되었고 지금도 무명씨부터 생로랑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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