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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응답

by macrostar 2012.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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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k.fm을 열어놓고 가끔 들어오는 질문에 대답을 하고 있다. 쓸 거리가 능동적으로 생각나지 않는 사람은 이렇게라도 어딘가 기대게 된다. 


1. 왜 '어쨌든'을 '어쨋든'이라고 쓰냐는 질문이 들어왔다... 그러게 ㅠㅠ

'곰곰이' 같은 건 자주 틀리니 의식을 하고 있었는데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 덕분에 블로그에서 '어쨋든'을 검색해서 하나씩 바꾸고 있다. 굉장히 많다. 부끄럽지만 빨리 고쳐놔야지 싶은 데 너무 많아서 하루 아침엔 안 된다.

이걸 하면서 느끼는 건 '어쨋든', '하여튼', '아무튼', '여튼' 같은 단어를 너무 많이, 자주 쓰고 있다는 거다. 거기다가 딱히 내용의 전환도 아니다. 군대 전화에서의 '통신 보안'이나, 영어의 'well...', 일본어의 'あ-の'처럼 그냥 어딘가 비어있는 어색함을 채우기 위해 시도 때도 없이 사용하고 있다. 

앞에 사람을 두고 말하듯이 중얼거리며 쓰는 경향이 조금 있는데 그것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지워도 어색함이 없었다. 이와 비슷하게 사용량이 많은 게 '뭔가', '어딘가',  등이 있다. 아무튼 이런 불필요한 무의식적인 단어 사용을 좀 줄여야겠다.



2. 애스크 에펨 이야기를 하나 더 하자면 디자이너, 쇼핑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최근 산 건 뭐에요? 라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 쇼핑할 때 선호하는 브랜드는 뭐에요? 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쇼핑을 거의 안 하니까. 좋아하는 디자이너는 누구에요? 라고 물으면 할 말은 있다. 좋아하는 이성의 복장은? 이라고 그러면 저기에 대답하기에는 너무 길다.

패션쇼 / 쇼핑은 조금 분리해서 생각한다.

패션쇼는 쇼이자 퍼포먼스다. 옷을 보여주는 목적도 있고 그런 목적에 부합하는 패션쇼도 있지만, 우리는 이런 이미지다 / 그 중에서 이번 시즌은 이렇다라고 총체적으로 제시하는 즐거운 축제에 가깝다. 그래서 패션쇼가 제품이 되어 매장에 깔리는 과정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두 결과물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촉감이라든가, 사용하는 느낌이라든가, 견고함 같은 것들은 패션쇼로 보여줄 수 없기 때문이다. 기가 막힐 정도로 멋진 이미지를 만들어 놓고 형편없는 결과물을 내놓을 수도 있다. 기억에 의하면 2000년대 초반 '빅XXXX' 같은 곳이 그랬다.

그렇기 때문에 패션쇼는 자기 색을 분명히 보여주고, 그 자리에 닻을 내리고 이런 저런 변형을 가하며 색을 더 분명히 하고만 있다면 대개는 호감을 가진다. 바보같은 쇼도 분명히 있지만, 순식간에 '이번에 그 디자이너가 바보짓했대'라는 소문이 전 세계로 돌아버릴만한 큰 컬렉션에서 진짜 바보같은 짓을 하는 멍청이는 거의 없다.


쇼핑은 약간 다르다. 패션쇼에 비하면 훨씬 관심이 덜한 분야이기는 한데(+ 현실적 장벽, 불황의 친구) 그래도 말해보자면 사실 평범하다. 유니클로, H&M 같은 평상시 쇼핑을 제외하고 좀 좋은 걸 사야겠다 싶으면

옷의 경우엔 프라다가 꽤 좋다고 생각한다. 예쁘고, 견고하고, 튼튼하다. 꼼 데 가르송도 훌륭하고 앤 드뮐미스터, 드리에스 반 노텐, 요지 야마모토도 괜찮다.

가방 같은 경우엔 일단 튼튼하고 가벼운게 최선이다. 나일론 관리가 생각보다 까다롭지만(쉽게 흐물거린다) 역시 프라다. 가방으로 유명한 곳들은 다들 한 가닥 씩 하고 있으니. 다만 약해 보이는 곳이 있는 제품 같은 건 피하는 게 아무래도 좋다.

이런 건 사실 견고한 걸 좋아하고, 컬러에 관심이 조금 있고, 기본적으로 미니멀한 경향을 선호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므로 베르사체, 장 폴 골티에, 발렌티노 같은 곳을 마음 속 깊이 좋아하는게 분명한 사람들에 대해 어떤 불만도 없다. 다만 자신의 취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쓸데없는 충고를 듣고 만인들이 좋다 하는 LV나 프라다로 가는 우를 범하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그러면 안된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생각해보니 지갑 같은 건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다. 아무튼 언제나 말하지만 쇼핑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사이즈'라고 생각한다.



3. 이건 개인적인 생각인데 가능하다면 쇼핑할 때 찾아 가보는 브랜드를 너무 넓히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다른 맥락에서(그러니까 전체적인 분위기는 탐탁치않은데 구두 하나만 왠지 딱 마음에 드는 게 나왔다든가 하는 경우) 자신의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이 나올 수도 있는데, 찾아내는 기회 비용이 너무 크다.

또는 괜찮게 이미지를 꾸리고 있는 멀티샵을 알아 놓는 것도 좋다. 여하튼 좋아하는 브랜드 세네 개 정도 찾아가보고 찾던 게 없으면 그냥 포기하자. 운명이 아닌게다.

굳이 전체 씬을 넘보면서 패션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 지 체크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면, 이미지가 자신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얼추 비슷해 보이는 곳 몇 군데를 골라 시즌 신상품이나 체크하면서 그와 조화되도록 SPA나 내셔널 브랜드로 옷장을 만들어나가는 게 훨씬 편하고 결과도 좋다. 말하자면 스타일의 간접 위임.

그러므로 어디서 쇼핑하세요는 사실 그렇게 유용한 질문으로 보이지가 않는다. 하지만 눈 앞에 두고 그건 어디서 샀어요라고 묻는 건 꽤 유용한 질문이다.


4. 심심하니 몇 개 더 : 옷은 만들어 본 적이 없다. 가죽 액세서리는 아이팟 케이스 같은 거 몇 개 만들어봤다. 리폼은 많이 해봤다. 아주 예전에 산 옷들 중에 리폼하고 싶은 게 많이 남아있는데 사이즈가 너무 차이가 나서 못하고 있다. 그래서 재봉틀을 잘 다루는 사람이나 옷 만드는 분과 친해지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5. 패셔너블한 여성상은 다른 건 없고 '불편해보이지 않는 걸' 좋아한다. 계속 옷의 어딘가를 신경 쓰는 경우엔 역시 불편하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라 가능한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 없는 옷을 좋아하게 되었다. 약간 다른 걸 말하자면 보이시하거나 밝은 거에 호감을 가지고 있다. 

어제 긱을 읽다가 봤는데 '요새 스타일 가이들의 가장 큰 액세서리는 옷 잘 입는 친구들'이라는 말이 있었다. 스트리트 사진 찍는 사이트 가보면 멋쟁이 남자 두 셋이서 밀라노나 파리 거리를 걷고 있는 모습 같은 걸 자주 볼 수 있다. 난 뭐, 그런 걸 애초에 글렀다.


6. 참고 : 저는 아침/밤에는 석관동, 낮/저녁에는 주로 신촌역, 대흥역 주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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