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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모자에 대한 이야기, 특히 필박스

by macrostar 2012.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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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영국 귀부인들은 역시 모자(링크)라는 제목으로 영국의 다이아몬드 쥬빌레 때 여러 사람들이 쓰고 나온 모자 사진들을 포스팅한 적 있다. 요즘엔 MBC 모 아나운서가 방송을 하며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영국풍' 분위기를 낸다며 장례식, 멜론, 딤섬 등 별명이 붙어버린 여러 모자들을 쓰고 나왔다. 다만 뉴스 진행자가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을 내 기억으로는 본 적이 없는데, 비판이 꽤 많아져서(그렇찮아도 파업 문제로 꽤 밉보이기도 했고) 이제 안 쓰고 나온다고 한다.

이거 쓰고 나서 알았는데 17개를 준비해 갔다고 한다. '영국풍'이니까 영국에서 구입했겠지 생각하고 딤섬을 찾겠다고 영국 브랜드들을 뒤졌었는데 괜한 짓이었나... 여튼 뭘 들고 갔는지 궁금하다. 3개를 먼저 선보였으니 마지막 3개 쯤은 굉장히 파격적인 무엇인가 있을 거 같은데.


딤섬이 대체 어디 제품인지 궁금했는데 못 찾았다. 

모자 역시 다른 패션 아이템들과 마찬가지로 옷들과의 매칭, 그리고 그 모자를 쓰고 참여하고자 하는 곳의 분위기와의 조화, 그리고 장례식 등 엄숙한 행사가 아니라면 약간의 유머가 중요할 것이다. 영국 같은 나라는 여왕 쥬빌레나 저번 결혼식 때 빅토리아 풍의 수수한 드레스에 모자를 쓰고 나온 일반 관람객들이 조금씩 보이기도 하던데 사실 우리네 사회에서 평범한 삶을 영위하면 이런 모자를 쓸 일도, 직접 볼 일도 거의 없긴 하다. 

하지만 저런 모자들을 개인적으로 좀 좋아하는데 이런 모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우아함을 잃지 않는 가벼운 유머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센스를 발휘하기 좋은 분야다. 여튼 어디서 뭘 살지 이런 건 각자 자기 능력으로 알아서 할 일이고.



우선 모자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을 milliner, hat maker, hatter 등으로 부른다. 위키피디아에서는 hatter 혹은 hat maker는 모자와 헤드기어를 만들고 파는 사람, milliner는 모자를 만들어 파는 사람이라고 설명되어있다. 또 다른 분류로 hatter는 남/녀 모자를 다 만드는 사람, milliner는 여자 모자만 만드는 사람이라고도 한다. 웹스터 사전을 찾아보면 milliner의 뜻이 (英) 여자 모자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사람이라고 되어 있다.

하여튼 milliner (=millinery는 영미 공통)를 검색하면 주로 여성용 모자 제작자들이 나온다. 이 계통으로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람이라면 Rose Bertin(1700년대 사람으로 마리 앙뚜와네트의 모자를 만들었다), Simone Mirman(엘리자베스 2세 이후 영국 왕실 가족용 모자를 한참 만들었고 지금은 돌아가셨다) 같은 분들이 있다. 가브리엘 샤넬도 처음에 모자 가게로 시작했다. 

요즘은 Stephen Jones, Philip Treacy 같은 회사(사람)가 대표적이고 이외에 필리포 카타지, 피어스 앳킨스, 나이겔 레이먼트, 윌리엄 챔버스 등등 많은데 일일이 다 쓸 수는 없으니까 스테판 존스는 여기(링크), 필립 트리시는 여기(링크)에 가보면 다양한 컬렉션을 볼 수 있다. 옷과 마찬가지로 이 분야도 Bespoke, Made-to-Measure, Ready-to-Wear 식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2008년인가 알렉산더 맥퀸 쇼의 버터플라이 햇. 필립 트리시가 만들었다.



원래는 이 포스팅에서 클로쉐, 카플린, 와토 등등 모자 종류들을 사전처럼 죽 나열해 리스트를 만들어볼까 했는데 그런 건 검색만 해도 알 수 있고 나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 세상에 널려있으니 관두기로 하고, ㅇㅅㅇ 아나운서(초성만 쓰니까 귀엽네)가 쓰고 나온 모자 중 딤섬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면.

챙이 없는 모자를 Cap이라고도 하고 Brimless라고도 한다. 챙이 Brim이다. 저렇게 생긴 모자는 Pillbox라고 한다. 역사적으로는 군대용으로 많이 사용했고, Royal Military College of Canada(RMCC)의 유니폼 같은 데서도 볼 수 있다.


RMCC의 유니폼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고, 필박스 대중화에 한 몫을 한 건 재클린 케네디, 그리고 은하철도 999의 메텔도 일종의 필박스를 쓰고 있다.


메텔



당시 신문 혹은 잡지에 나온 도안. "만들어서 씁시다"


참고로 1966년에 나온 밥 딜런의 음반 'Blonde on Blonde'에 'Leopard-Skin Pill-Box Hat'이라는 곡이 들어있다. 1960년대 초반에서 중반 사이 재클린 덕분에 필박스는 미국에서 패션 아이템으로 꽤 사랑받았었다(63년에 케네디가 죽었다). 독하게는 아니고, 소위 '패션 빅팀'을 살짝 놀리는 곡이다. 재클린 이야기라는 설도 있는데 확실한 건 아니다. 노래나 들으면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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