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의 주요 패션위크도 거의 마무리된 거 같다. 요 몇 년은 장원영의 파리 출국 기사가 뜨면 - 미우미우가 패션쇼를 하는구나 - 파리 패션위크도 끝이 나는군 같은 식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 덕분에 패션위크 하나보다... 정도로 대하고 있다가 끝났으니까 뭐 했는지 한번 봐볼까나 식으로 생각하게 된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뭔가 그럴듯하고, 압도적이고, 굉장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구나 하는 컬렉션은 없는 거 같고 다들 고만고만함. 테일러의 강세가 눈에 띄지만 스트리트 패션을 거친 새로운 테일러드 질서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한 디자이너도 없다. 경험이 만들어 내는 교훈이 없다는 건 아쉬운 일이다. 차라리 남성복 패션쇼 시즌에 여성복까지 같이 보여준 사카이 정도가(링크) 그나마 전향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CD를 임명한 브랜드가 꽤 있었는데 저번에 말했던 베로니카 레오니의 캘빈 클라인 컬렉션이 그나마 제일 괜찮았다(링크). 사라 버튼의 지방시가 처음 볼 때는 뭐하는 건가 했는데 다시 생각나고 보게 된다. 니콜라스 디 펠리스의 꾸레쥬도 나쁘지 않았다. 뎀나 바잘리아의 발렌시아가는 정작 더 큰 파멸과 위기의 시대가 찾아오니까 세기말의 분위기가 멈춰버렸다. 하이더 애커만의 톰 포드는... 하이더 애커만은 15년, 20년 전 쯤 큰 브랜드로 들어갈 기회가 있었을 때 들어갔다면 레벨 업의 기회가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이건 레트로가 아니라 그냥 과거가 아닌가. 2000 FW 컬렉션이라고 해도 그렇구나 할 거 같다.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발렌티노는 뭐 하는 건지 잘 모르겠고. 근데 생로랑은 공계도 생로랑인데 패션쇼장 뒤에는 YSL 로고 넣네. 에르메스 같은 브랜드를 보고 있으면 확실히 탄탄하다는 생각이 든다. 남이 뭘 하든 상관하지 않고 이렇게까지 끌고 가는 게 이런 브랜드의 힘이 아닐까.
아무튼 이렇게 이번 시즌도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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