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페시 일본에서 아카이브 컬렉션을 내놨다고 해서 좀 둘러봤다(링크). 아스페시는 정체성이 참 모호한 데 이태리 브랜드지만(원래 셔츠 공장으로 시작했다고) M65를 알파 인더스트리보다 더 열심히 팔고 있고, 미국이나 영국 등의 밀리터리 패션을 데일리하게 입을 수 있도록 바꿔놓는 선구자 중 하나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개인적인 이미지로는 옷은 예쁘고 좋은 거 같은데 어딘가 비싸고 이거 말고 대안이 좀 많지 않나 하는 등등의 생각을 하게 만든다. 작년에 봤던 오버사이즈 피코트는 아주 좋아서 여전히 다른 브랜드의 피코트를 볼 때 기준이 되어 주고 있다.
아무튼 ARCHV는 이들이 1980~2000년 정도에 내놨던 대표적 제품의 복각 컬렉션이다.
컬렉션 로고인데 이게 옷마다 작은 탭으로 붙어 있다. 로고도 좀 웃긴게 약간 뜬금없이 영국의 브로드 애로우 마크를 집어 넣었다. 영국 왕의 재산, 2차 대전 때 포로의 표시 등등. A, A라고 집어 넣은 건가. 이런 정체성이 있는 듯한 정체성 없거나 모호함이 아스페시 만의 개성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기능적으로는 저 노란 로고가 눈에 잘 들어온다. 아카이브 컬렉션이라고 위에 8개 제품 밖에 없기는 한데 그래도 아이템의 레인지는 넓다. 바지가 하나 밖에 없는 게 의외지만 대표적인 M65부터 저 귀여운 니트까지 다양하게 포진해 있으니 활용할 수 있는 폭은 넓어보인다.
아스페시의 M65. 비싼 쪽은 안에 패딩이 들어있더라고.
아무튼 중요한 건 이 이야기가 아니고 바버의 복각, 레노마의 앤디 워홀 멀티 포켓 재킷 복각 등등 요새 아카이브를 활용한 컬렉션이 은근 눈에 띈다. 사실 나이키의 모습을 새로운 아이디어를 경시하다 보니 예전 것들만 반복 재생산하다가 최근 위기에 몰린 것으로 보이는데 그걸 알면서도 복각 컬렉션이 늘어나는 건 흥미로운 현상이다. 불황의 시기에 믿을 건 기록 밖에 없다는 거 같기도 하고. 물론 과거의 제품을 그리워하거나, 가지고 싶어서 빈티지 매장을 뒤적거리는 사람 입장에서는 나쁠 건 없는 일이다. 그리고 아주 긍정적으로 흘러간다면 이런 걸 통해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기도 하고 거기서 자신의 패션 생활에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거다. 옛날 거여도 못 봤던 건 새로운 거니까. 어쨌든 이런 분위기가 앞으로 또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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