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에 하마구치 류스케의 드라이빙 마이 카가 있길래 보고 있다. 길어서 다는 못봤다. 요즘에는 요란벅적한 영화보다 이런 잔잔한 류의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걸 선호한다. 왜냐하면 그래야 한 번에 끝까지 다 보니까. 헤어질 결심 같은 영화는 그래서 극장에서 봤었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당시에 놓쳤었는데 집에서 보니 역시 띄엄띄엄 보게 된다. 방에서 보고 있으면 뭔가 할 일이 많아.
아무튼 이 영화에 사브가 나온다. 빨간색 사브. 정확한 이름은 1987 Saab 900 Turbo 3도어 해치백이다. 사브 900은 1978년에 처음 나왔고 BMW 3시리즈, 메르세데스의 W123 등의 모델과 경쟁했다고 한다. BMW가 BMW처럼 생기고, 벤츠가 벤츠처럼 생겼던 시절이다. 영화에 나온 사브 900은 빨간색이다. 슬쩍 나오는 연극은 고도를 기다리며. 뭔가 90년대다...
오늘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사실 빨간색. 드라이브 마이 카도 사브 900도 별로 상관없다. 사브하면 회색, 하늘색 톤 도는 회색 같은 게 생각나는데 9-3이나 9-5의 이미지 때문인 거 같다. 하지만 나에게 사브는 저 빨간색이다. 저게 제일 잘 어울리는 거 같다.
예전에 아주 한가하던 시절에 친구랑 한강 주차장에 차를 가지고 갔는데 거기 빨간색 사브가 있었다. 저건 뭘까 하고 봤더니 사브 9000 터보였다. 납작하게 생겼고 바로 위 사진 같은 빨간색이었다. 옛날 이야기지만 당시 시점에서도 클래식이었다.
사브 9000은 900보다 한단계 높은 고급 세단이라 보면 된다. 900이 성공한 덕분에 1984년에 나왔다. 그리고 900과 9000은 1998년 함께 단종되고 9-3과 9-5가 된다. 옛날 차는 확실히 빨강, 파랑, 초록 같은 솔리드한 컬러가 딱인 거 같다. 요새는 자동차에 잘 안 쓰는 색이다.
아무튼 레드 컬러의 사브를 보니 저때 한강 생각이 난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음반 가게 아르바이트를 할 때 음반 사러 자주 오던 흑인 아저씨가 있었는데 빨간색 올드모빌을 타고 다녔었다. 학교에 세워져 있어서 마주친 적이 있다. 경상도인가 전라도인가 출생으로 영어는 잘 못했음. 무슨 음반을 주로 사갔는지는 잊어버렸고 사투리와 올드모빌만 기억에 남아있다. 한국 사투리에 영어 못함, 흑인, 올드모빌. 이런 이상한 조합은 잔상이 오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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