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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Jil Sander 여사가 다시 질 샌더의 품으로

by macrostar 2012.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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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갈리아노가 디오르에서 퇴출된 이후, 수석 디자이너 자리를 놓고 여러 소문들이 돌았다. 이번에 질 샌더 여사가 질 샌더 그룹으로 복귀하면서 이 지각 이동이 본격화되게 되었다.

 

패션 업계 팬 입장에서 이런 이동들을 보고, 예측해보고, 전망해 보는 건 즐거운 일이다. 축구나 야구 팬들이 새로 들어올 선수, 경질될 예정의 감독을 품평하고 팀의 미래를 전망해 보는 것과 비슷한 놀음이다. 아스날의 팬으로서 벵거 감독과 팀의 미래가 어찌될 지 주시하고 있는데 그와 비슷한 심정으로 이 이야기나 해 볼 생각이다.

 

 

1985년 가을 시즌 광고. 질 샌더 회사는 1968년에 만들어졌고, 1985년에 밀란 컬렉션으로 인터내셔널 무대에 진출 했다. 사진은 피터 린드버그, 모델은 크리스틴 맥메나미.

 

 

 

원래 디오르가 확정된 이후에 쓰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이 이야기는 사연이 좀 길다.

 

그러니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1999년 쯤, 내가 헬무트 랑 팬 클럽을 운영하고 있던 시절이다. 당시 프라다의 CEO는 파트리찌오 베르텔리로 미우치아 프라다의 남편이다. 이 분께서는 구찌의 PPR이나 LVMH같은 회사들이 커나가는 모습을 보고 자극을 받았는지 패션 회사들을 사들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파트리찌오는 부인이 과연 프라다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감이 좀 없었던게 아닌지 싶은데 디자이너 하우스에서 디자이너의 역할을 무시했고 질 샌더, 헬무트 랑은 차례로 자신이 만든 하우스를 박차고 나오게 된다.

 

질 샌더가 관두게 된 사연은 꽤 유명한데 1999년 프라다가 질 샌더의 주식 75%를 사들여 주식 최다 보유자가 된 6개월 후 일이다. 파트리찌오는 2000년 시즌을 준비하는 질 샌더에게 더 저렴한 소재를 사용하고, 전통적인 슬림핏을 사용하도록 요구했다. 심지어 질 샌더의 독일 작업장을 무시하면서 더 나은 인력이 있는 이태리로 옮길 것도 요구한다. 질 샌더는 물론 격분했고, 바로 그만두게 된다. 헬무트 랑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파트리찌오는 꼴레트의 바이어이자 구찌 디자인 팀에 있었던 Milan Vukmirovic(이 사람은 질 샌더를 관두고 나서 로피씨엘 옴므를 창간했고, 그 편집장이다)를 데려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에 앉힌다. 하지만 팬들은 외면했고 그렇게 5년 동안 질 샌더의 암흑 시절이 도래했다. 매출은 뚝뚝 떨어졌고 결국 2001년 적자로 돌아선다.

 

프라다에서는 2005년에야 다른 디렉터를 찾아나섰고 Raf Simons를 데려온다. 그래놓고 2006년 프라다는 바로 질 샌더를 영국 투자 회사에 팔았고, 2008년 다시 일본의 Onward Holdings(GIBO나 J.PRESS등이 이 회사 소유다)에 팔린다. 알다시피 그 이후 질 샌더는 다시 정상 궤도로 복귀한다.

 

 

 

 

 

질 샌더 2010 가을. 라프 시몬스가 질 샌더를 되살린 걸 인정하지만 이 분의 디자인 세계는 납득이 잘 안간다.

 

이러니 질 샌더와 헬무트 랑의 팬 입장에서는 파트리찌오를 좋아할 수가 없다. 결국 그가 한 일이라고는 2000년 초반 두 브랜드를 한껏 망쳐놓았던 것 뿐이다. 이러니 질 샌더 여사의 복귀를 바라보는 마음은 참 감개무량하다. 이 바닥이 그새 꽤 변해서 걱정이기는 하지만 +J의 성공으로 아직 상업적으로 괜찮다는 걸 증명했으니, 질 샌더 그룹에 들어가서도 잘 해내시기를 기대한다.

 

디오르 이야기도 하려고 했는데 너무 길어졌다.

 

디자이너가 디오르에 간다는 건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일단 생각나는 건 오뜨 꾸뛰르를 선보이게 된다는 뜻이다. Raf Simons가 디오르에 갈 거라는 소문이 있는데, 그가 만드는 오뜨 꾸뛰르는 전혀 상상이 안간다. 만약 옮긴다면 차라리 YSL 쪽에 더 욕심을 내고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디오르는 피비 필로나 알버 엘바즈 정도가 아닐까 생각 중이다. 여튼 라프와 질 샌더의 계약은 내일(2월 27일)이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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