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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Versace의 2012 FW, 그리고 지아니 베르사체

by macrostar 2012.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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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신에서 베르사체가 맡고 있는 부분은 말하자면 '화려함'이다. 지아니 시절에는 그 특유의 뭉툭하면서도 다른 브랜드에서는 범접할 수도 없는(좀 다르게 말하자면 범접하지도 않을), 레이건 시절 미국 호황기의 상징인 짙은 옐로 골드에 짙은 실크의 광택이 나는 패션을 선보였다.

 

도나텔라 시절로 넘어오면서 그것은 약간 더 세련되어졌고 현 시장 상황에 맞는 트렌디한 상큼함의 빛을 덧붙였다. 도나텔라의 패션 인생은 말하자면 1997년에 있었던 지아니의 마지막 오 드 꾸뛰르를 어떻게든 부정해보고 극복해 보려는 여정이다. 

 

그는 그것을 위해 그가 아마도 되고 싶었던 것, 전사를 끊임없이 이미지화 하고 있다. '퀄러티가 안되면 퀀터티로 승부본다'는 천재에 맞서는 자들의 오래되고 (때로는) 유용한 무기다.

 

여하튼 벌써 10년이 넘었다. 분명 도나텔라는 현 시점 메인 선수층 최전방 라인에 서 있는 디자이너 중에 한 명이다. 하지만 지아니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도나텔라의 패션가지고는 여전히 지아니의 세계에서 빠져 나갈 이유를 못찾고 있다. 이건 지아니와 특수 관계에 있지 않은, 이성애자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런 숨이 턱 막히고, 어이가 없어지는 화려함을 못 본지 오래되니 갈증이 생겨난다. 

 

 

레이디 가가는 작년 Gay Rights 콘서트에 보란 듯이 지아니의 드레스를 입고 나왔었다. 도나텔라는 잘 팔리지만, 아이콘의 자리를 차지하진 못한다.

 

분명 베르사체는 보다 트렌디해졌고, 여전히 반짝거리고, H&M과 콜래보레이션도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한풀 죽은 금색과, 한풀 죽은 과감함이라면 대체 베르사체 매장을 찾아갈 이유가 무엇이 있을까. 상큼 발랄하게 유행과 발 맞추는 브랜드들은 세상에 이미 널려있다. 지아니의 팬들은 그런 걸 바라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이런 분, 지아니 베르사체 추모회에서 엘튼 존. 왼쪽은 다이애나.

 

 

 

2012년 도나텔라의 베르사체 컬렉션은 여전히 화려하다. H&M과의 콜래보레이션을 보며 기억 저 편의 베르사체를 떠올리던 사람들에게 '이것들 봐요, 진짜 우리는 그 정도로는 만족 못하지'라고 온 몸으로 외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십자군이나 입었을 금속 갑옷에, 은빛 철갑을 두른 말을 타고 함께 쇼에 등장할 지도 모르겠다. 

 

도나텔라도 아마 사람들이 '에이, 옛날에 지아니 때는 말야...' 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을거다. 그가 좀 더 분투하기를 언제나 기대한다. 그럴 생각이 없다면 브랜드 이름을 도나텔라 베르사체로 바꾸시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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