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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Julien David 2012 SS

by macrostar 2011.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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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낯선 디자이너 이야기나 한 번. 이 줄리엥은 하이킥에 나오는 그 줄리엥 아니다... -_-

좋은 것만 바라봐도 바쁜 세상에 굳이 이런 신인 디자이너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 블로그도 뭔가 좀 유니크한 이야기가 들어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반성도 있고, 아직은 재미가 좀 없지만(줄리엥 이야기다) 인간이란 언제 임계 변화를 일으켜 기적같은 작품들을 선보일 지 알 수 없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 졸업 컬렉션에 주목해 볼까하는 생각도 있는데 지금까지 두세 번 정도 우연히 본 컬렉션은 그닥 재미가 없었고(너무 오래 된 일이라 지금은 전혀 다르게 완전 흥미진진할 지도 모른다) 또 이제와서 거기 들어가 보기도 좀 뭐 한 처지 - 낯가림도 심하다 ㅠㅠ - 이기도 하다. 그리고 뭐 브라운스나 이사벨라처럼 마음에 드는 졸업 컬렉션을 통으로 사들이거나, 디자이너를 구찌에 소개해 주고 그럴 수 있는 사람이면 모를까 괜히 어슬렁거리는 것도 좀 그렇고.

 

어쨋든 내 맘이니 일단은 이런 식으로. 하지만 이건 예언인데 포스팅은 잡담으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사실은 그걸 노리고 있다.

 

 

 

 

줄리엥 데이빗은 프랑스 출신으로 일본에서 활동하는 스카프 디자이너다. (인기는 나름 있는 거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위 사진에 나온 100%면 스카프를 29,400엔에 파는 건 좀 슬프다.. 찾아봤더니 일본 레드 크로스에 기부된단다)

 

그러면서 서핑과 스케이트 보드 문화에 나름 관심이 많다. 그러다가 콜레뜨의 눈에 들어왔고 2010년 FW 시즌을 시작으로 컬렉션을 내 놨고, 올해 3월 Rive Gauche의 Rue Visconti에서 80여명을 초대해 2011년 FW로 첫 런웨이를 가졌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스카프 디자이너, 서핑과 스케이트 보드라는 게 주는 이미지를 생각하면 아주 특이하게 가든가 아니면 아예 Supreme같은 스트리트 같은 걸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일단은 그냥 그런 평범한 두 시즌을 보냈다. 약간 장난은 있었고, 사실 대학 졸업 패션쇼같은 이상한 실험성도 들어가 있었지만 가만히 뜯어보면 그가 고려하고 있는 인간상은 그리 괴팍한 건 아니다.

 

 

이 줄리엥 데이빗의 2012 SS 사진들은 IFB의 다이앤 퍼넷이라는 블로거가 올렸다(링크). 가보면 소녀 느낌이 나는 옷이 몇 장 더 있다.

 

참고로 여기(링크), 줄리엥 데이빗 홈페이지에 가면 2010 FW부터 볼 수 있다. 초기부터 찬찬히 보면 사용하는 색이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겨울은 까만 옷, 여름은 밝고 예쁘면 무슨 색이든 OK라는 테제에서 아직 크게 벗어난 건 아니다.

 

어쨋든 이 컬렉션, 2012 SS는, 색감도 좋고, 다채롭다. 통속적인 컬러 조합도 있지만, 과감한 발상도 존재한다. 뭐니뭐니해도 아기자기한 잔 재미가 있고, 전반적으로 나쁘진 않다. 하지만... 재미가 없다. 확 잡아끄는 포스도 없다. 오, 색 예쁜데 싶지만 이내 하품이 나온다... 왜 재미가 없나라는 게 사실 이 포스팅의 시작이다.

 

 

 

반항적인(rebellous) 노선 - 약간은 장난도 있고 - 을 걷고 있는 일군의 디자이너들이 있다. 지금 생각나는 건 버나드 윌헴(Bernard Willhem)이나 예전의 W&LT 같은 곳들이 있고, 메이저에는 비비안 웨스트우드나 알렉산더 맥퀸이 대표적이다.

 

이에 비해 단정한데 뭔가 꼬여있는 듯한 세계관을 펼치는 디자이너들도 있다. 꼼 데 가르송, 헬무트 랑, 요지 야마모토, 질 샌더, 마르탱 마르지엘라 같은 곳들이 있고 요즘은 톰 브라운 같은 사람이 생각난다.

 

이런 걸 개인적으로 메이저 스타일 반항, 메이저 스타일 실험이라고 칭하는 데 여튼 오, 실험적이네라는 생각이 들지만 어떤 선을 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건 마치 아프리카 원주민들이 택한, 혹은 쿠마모토의 원숭이 들이 택한 필수적, 필연적 오가닉 / 스파와, 반 얀 트리 같은 데서 만들어진 구성적 오가닉 / 스파와의 차이 같은 거다. 

 

W&LT 처럼 계속 막장으로 치닫다가 불타버린 곳도 있고(W&LT를 보면 하얗게 타 오른 허리케인 조가 생각난다, 그냥 내 생각이다), 후세인 살라얀처럼 1998년 SS에서 이 선을 잠깐 넘었던 사람도 있다. 그가 본격적으로 펀딩과 스폰서십을 찾아 해메기 시작한 건 2001년 부터지만(TSE와의 계약 연장을 못했다) 사실 그건 1998년 부터 누적된 결과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부단한 절차부심이 있었고 2007년 부터 본격적으로 복귀한다.

 

후세인은 사실 조심조심하는 말투도 그렇고, 욱하니 저질러버린 1998년 같은 컬렉션도 그렇고, 행동도 그렇고 될되로 되라 하는 류가 아닐까 싶은 부분이 있는데, 이런 부분은 방치하지 않는다. 이에 비해 맥퀸은 가히 화려한 메이저 프로필 속에서 어떠한 실수도 하지 않았지만, 결국은 실패했다는 점에서 둘은 다르다.

 

헬무트도 마르탱도 패션계를 등졌는데 후세인은 여전히 메이저 신에 남아있다. 흔들거리는 순간 정신을 차리는 사람은 무섭다.

 

 

 

어쨋든 뭔가를 관통하는 짜릿한 과감함이 줄리엥은 아직 없다. 화려한 옷들이 지나가지만 끝나고 나면 생각나는 게 거의 없다. 실험을 하고 있지만 동시에 멈칫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정확한 포지셔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추구하는 인간관이 완성되어 있지 않다. 그런 게 없더라도(있는 사람이 몇 이나 되려고) 디테일하게 상정을 하든지, 아니면 연기라도 해야 하는데 쇼를 관통하는 그런 게 없다. 그래서 그의 패션쇼는 어떤 인간상을 만나는 즐거움이 없다.

 

패션도, 소설도, 영화도, 노래도 어떤 인간(이나 아니면 그런 어떤 것)을 제시해야 하고, 그걸 마주하면서 편안해지거나, 즐거워하거나, 놀라거나 하며 경험 수치가 늘어나야 한다. 그래야 이미지가 생겨나고 줄리엥하면 생각나는 모습이 만들어지게 된다. 일단 만들어지고 나면 쇼가 거듭되면서 그것들이 수정되거나 구석 구석까지 보다 완전하게 완성되거나 하면 된다.

 

물론 그 정도에서 만족하고, 그의 스카프를 사주던 팬들이 코디에 편하게 나머지 부분도 같이 사주는 기쁨 정도에서 끝까지 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지나가기엔 뭔가 아쉽다.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지금 필요한 건 아래 손가락 누르는 것보다 댓글입니다.
댓글 좀 달아주시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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