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패션

투 버튼 네이비 수트

by macrostar 2011. 11. 23.
반응형

 

네이비 수트(우리 말로 감색 양복)라는 건 매우 포멀한, 그러니까 남자들은 하나 쯤은 가지고 있어야 할 법한 옷 임에도 불구하고 막상 수트를 구입하기 위해 매장에 가면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그런 옷이다.

 

나의 경우로 한정하자면 이건 고등학교 교복색... 이라는 마인드가 너무나 크다. 하지만 예전에도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그러면서도 군대에서 줄창 입었던 올리브 컬러는 좋아한다는 점에서 이걸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딱히 그나마 군대가 고등학교보다는 나았다, 이런 것도 아니고(둘 다 쌤쌤으로 맘에 안든다).

 

 

 

 

 

여튼 네이비, 특히 그나마 다크한 네이비는 어둡기라도 하니까 괜찮은데 별 무늬마저 없는 그냥 네이비의 경우에는 이게 좀 애매하다. 마치 중학교 합창 대회 때나 입어야 할 법한 포스를 뽐낸다. 더구나 무척이나 단순하기 때문에 만듬새나 원단의 퀄러티가 티가 확 난다.

 

대부분의 경우 원단 퀄러티의 고저 여부는 햇빛 아래에만 가도 대충 알 수 있다. 좋은 애들은 빛을 빨아들이고, 원래 색 그대로 빛난다.

 

이걸 확인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은 TV 뉴스에서 중견 국회 의원과 보좌관들이 의원 회관 앞을 지나가는 모습만 봐도 된다. 포멀한 수트를 입기 마련인 의원들이라 네이비 계열 컬러들이 많은데 아, 저런 게 좋은 원단의 양복이구나하는 걸 금방 느낄 수 있다. 햇빛 아래서 홀로 네이비를 유지한다.

 

네이비 양복을 자주 입었던 아저씨로 또 생각나는 게 미국 대통령들, 특히 아들 조지 부시다. 이 아저씨는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아주 포멀한 수트를 자주 입었는데 그게 마치 추리닝이라도 입은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그런 것도 재주다.

 

참고로 아들 조지 부시는 Oxxford 제품을 자주 입었다는 소문이 있고(링크, 이름은 옥스포드인데 시카고에 있고, 광고 문구도 아메리칸 스타일, 아메리칸 메이드다), 오바마는 Hart Schaffner Marx(링크)라는 곳에서 수트를 몇 벌 맞췄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조지 부시의 경우 스카발 원단으로 된 옷을 자주 맞췄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리고 구두 선택도 애매하다. 어쨋든 청색 계열이라 까만 구두를 신자니 뭔가 어색해 보인다. 갈색을 신자니 수트나 구두나 둘 다 애매하다. 이걸 좋은 말로 하면 블랙이든 브라운이든 둘 다 오케이라고들 한다. 보통은 네이비에 가장 잘 어울리는 구두로 다크 초콜렛 색을 꼽는다.

 

 

랄프 로렌 네이비 수트(링크)의 구두 예.

 

 

 

 

 

맨 위 사진의 아저씨가 입고 있는 건 기브스 앤 호크스의 네이비 플란넬 투 버튼 수트다. 로프드 숄더로 된 전형적인 브리티쉬 베스포크 수트다.

 

 

참고로 어깨가 이렇게 생긴 수트를 Roped Shoulder라고 한다. 원래 이태리 수트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데 세빌 로우의 bespoke 수트들에서도 상징처럼 사용된다. 세빌 로우에서는 Anderson & Sheppard만 안쓰는 걸로 알고 있다.

 

 

원래 브리티쉬 스타일의 어깨는 이렇게 생겼다.

 

어쨋든 저 G&H 수트를 입은 아저씨는 블랙 구두를 신고 있는데 실내에서 찍은 사진이라 뭐 별다른 특징 따위도 없어보이는 그냥 진한 푸른 빛의 전형적인 네이비 수트다. 넥타이도 칙칙하고, 셔츠도 칙칙하고, 행커칩도 원래 붙어있는 거 같고 따로 멋 부린 부분은 전혀 없다. 즉, 장난을 칠 분위기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티도 전혀 안나고, 은근하고 진중하고 뭔가 믿음직하게 보이는 게 네이비 수트의 힘이다.

 

 

 

 

결론은 심플한 네이비 수트를 고를 거면 가능한 좋고 비싼 걸로 할 것 되겠다. 동생이 조만간 결혼을 하기 때문에 수트를 구입할 일이 있어서 이번에는 네이비! 했는데 역시 또 실패하고 길게 써 봤다. 간과해서는 안되는 게 네이비는 부실하고 마른 체형을 익스트림하게 표현해주는 힘도 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