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퍼, 연속 의류 폐쇄 장치의 아이디어는 1800년대 중반에 나왔지만 현실적으로 쓸 만한 제품이 나온 건 1900년대 초반이다. 초창기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회사 유니버설 패스너 컴퍼니에 스웨덴 출신의 기술자 기든 선드백이 들어오면서 지금과 거의 흡사한 슬라이드 패스너가 나왔다. 1923년 BF 굿리치에서 이 슬라이드 패스너를 가져다 부츠를 만들면서 처음으로 지퍼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1925년에는 Schott에서 처음으로 아우터웨어 앞에 지퍼를 사용한다. 유니버설 패스너 컴퍼니는 1930년대 말 탈론으로 이름을 바꾼다.
그리고 기든 선드백은 1923년 유럽 여행을 떠났다가 자신의 특허에 대한 유럽 사용권을 스위스 사업가에게 팔았다. 권리를 사들인 마틴 오스마 빈터할터는 선드백 제품의 joint와 jaw 대신 rib와 groove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개선하고 여기에 Riri라는 이름을 붙였다.
참고로 지퍼라는 이름은 오랫동안 BF 굿리치 소유라 다른 곳에서는 쓸 수가 없었는데 1980년대 말에야 상표권 재등록을 하지 않으면서 누구나 쓸 수 있는 이름이 되었다.
아무튼 1930년대는 버튼이라는 구세력과 지퍼라는 신세력 간의 대결 시기였다. 지퍼는 기계적 미래와 비인간화의 상징이었고 테일러들은 지퍼 사용에 반감이 컸다. 더 큰 문제는 가격이었다. 바지에 버튼을 달면 2센트를 추가하면 되는데 지퍼를 달면 1달러가 더 들었다. 그렇지만 1934년 영국의 웨일즈 왕자가 지퍼 플라이 바지를 입으면서 지퍼는 남성 테일러링의 새로운 아이디어로 부각된다. 이후 이 진보된 기술은 탄탄대로를 걷는다.
엘라 스키아파렐리는 1930년대에 처음으로 드레스 앞면에 지퍼를 붙였다. 그리고 1940년대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는 지퍼를 뒷면으로 옮겼다. 이 자리는 지금까지 일반적인 위치가 된다. 하지만 뒷면의 지퍼는 여성이 어떻게 옷을 입어야 하는가에 대한 가부장적 논란을 불러 일으킨다.
비슷한 시기 지퍼에 대한 다른 논란도 있었다. 예를 들어 지퍼는 옷을 빨리 벗을 수 있게 해 여성의 성행위를 장려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1933년의 헐리우드 영화 Footlight Parade에서는 지퍼를 에로틱한 이미지와 연결했다. 이런 이미지는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는 게 이후 코르셋, 장 폴 골티에가 디자인 한 마돈나의 무대 의상 등으로 이어진다. 가죽에는 단추보다 지퍼가 더 적합하다는 문제도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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