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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일상복 탐구의 전제

by macrostar 2023.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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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복 탐구(링크)는 나온 지 벌써 꽤 지났는데 총괄적으로 보면 읽은 사람이 많지는 않고 특이 사항으로는 그 많지 않은 사람 중에서 이 책을 이상하게 좋아하거나(그렇게 좋을 일인가), 이상하게 싫어하는 경우(그렇게 싫을 일인가)를 꽤 만났다는 점이 있다. 아무튼 부족한 점이 많기는 하지만 이 책에 담겨있는 기본적인 방향은 결국 끌고 가며 확장해 갈 것들이 아닌가 라고 여전히 생각하고 있다. 

 

일상복 탐구는 몇 가지 전제를 가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다리가 길어보이는 코디, 허리가 가늘어 보이는 색조합 같은 건 여전히 인기가 많은 이야기들이다. 그렇지만 일상복 탐구는 왜 다리가 길어보이고 싶은가, 왜 허리가 가늘어 보이고 싶은가를 뛰어 넘어서 시작한다. 이런 건 사회적 욕망의 반영이다. 다리가 긴 사람이 멋지게 보이고 허리가 가는 사람이 멋지게 보이는 건 사회적으로 만들어 진 통념이다. 그리고 그 통념은 결코 옳다고 말할 수가 없다.

 

 

물론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스트렙토미세스가 방출하는 지오스민 냄새에 민감하다든가(비 내리면 나는 흙 냄새의 정체라고 한다) 하는 등의 본능이 있긴 하지만 생긴 모습에 대한 호불호는 딱히 그렇지 않다. 하얀 피부를 원래부터 좋아했다느니 그런 건 계급 사회의 흔적일 뿐이다. 아무튼 생긴 모습이 그렇게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고 다들 그냥 멋지고 즐겁게 살면 될 뿐이다. 외모, 외향에 지향점이 있을 이유도, 필요도 없다. 신뢰감, 성실성 같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현대 사회에 와서 잘 차려진 옷으로 신뢰감을 주려는 사람은 실제와 사기꾼을 구분할 방법이 없다. 즉 무의미하다. 

 

그러므로 일상복 탐구는 이런 전제를 뛰어넘어 그런 걸 아무 상관하지 않고 기본적으로 옷을 입고 자연으로 부터 보호를 받고 사회적 활동을 할 때 효과적, 효율적 접근 방식을 어떤 식으로 만들어 갈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여기에는 약간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저기는 우범 지대니까 조심하는 게 좋다, 밤에는 가지 않는 게 좋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잘못된 건 범죄를 범하는 이들이고 저 길을 지나가는 데 있어 나는 당당하다는 식으로 생각을 할 수는 있다. 어쨌든 옳은 건 나고 잘못된 건 그쪽이다. 그렇지만 이런 식의 생각은 범죄의 대상이 될 확률만 높아질 뿐 실질적으로 그렇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범 지대를 바꿔 놓을 대비가 함께 할 때 의미가 있고 그런 일에는 시간이 든다. 세상은 옳고 그름이 절대적으로 작용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신뢰가 가는 색 조합, TPO, 듬직한 남성상, 파티의 꽃 여성 이런 것들이 세상에서 작동을 하고 있다. 배제하고 배격을 해 가야 하지만 그렇게 단 시간에 이뤄지진 않는다. 지나치게 말이 안되는 건 의지를 가지고 연대하며 고쳐나가야 겠지만(예를 들어 안경을 쓴 여성 아나운서 등등 일련의 사건), 다리가 길어 보이는 코디 같은 건 좀 어려운 문제다. 여전히 머리만 좀 이러면 더 예뻐보일텐데, 못생겨 보이게 왜 저런 옷을 입혔냐, 눈 화장이 좀 이상한데 어쩌구 같은 말을 서슴치않고 하는 이들이 잔뜩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세계관은 충돌의 여지가 있다. 바꿔가자는 이야기가 먼저가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런 이야기는 지나치게 교조적이고 재미가 없어서 뛰어 넘었다. 일상복 탐구도 꽤 교조적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못 읽을 정도는 아니지 않을까 라는 게 내 생각이었고(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저런 걸 내게 되었다. 요새 워크웨어에 대해 심층적 탐구와 생각을 하고 있다보니 문득 생각이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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