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가 끝나고 디자이너가 인사하러 올라왔을 때 뭘 입고 있는지는 또 나름 보는 재미가 있다. 어떤 디자이너는 자기 패션쇼에서 나온 사람 같은 옷을 입고 있고, 어떤 디자이너는 남의 패션쇼에서 나온 사람처럼 입고 있는 경우도 있다. 자기가 만드는 패션과 다르게 자기 착장의 마이웨이를 만들어 가는 듯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작업실에서 막 뛰어온 사람처럼 입고 있는 경우도 있다. 패션 디자이너들인데 아주 아무 거나 입고 나오진 않을 거 같은데 그게 패션쇼 날이니까 일 수도 있고, 평소에도 바깥에 나간다면 적어도 아무 거나 입진 않을테니 그 정도 쯤의 텐션일 수도 있을 거 같다.
JW 앤더슨의 조나단 앤더슨은 보통 청바지를 입는다. 몇 해 전인가 봤는데 청바지를 입고 있다는 게 눈에 들어왔고 그 이후 계속 청바지를 입었다.
보그 패션쇼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오래된 듯한 패션쇼 끝날 때 모습(2011년인가 부터 했는데 거기에는 없다)인 2015년이다. 포켓에 뭔가 넣어서 페이딩 모양을 만들어져 있고 살짝 슬림하다.
같은 컨버스 하이인데 더 낡은 듯한 거 같기도 하고 청바지 색은 밝아졌지만 핏은 비슷하다.
이렇게 찢어지고 기워지고 롤업한 청바지를 입기도 하고
사진이라 잘은 모르겠지만 테이퍼드 느낌이 이전보다 더 강한 거 같기도 하다.
위 사진들은 시간이 흘러간 순서대로 인데 예외가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더 릴랙스해지고 밝아지고 있다. 다 크루넥이었다가 후드를 입기도 했네.
2020년 쯤엔 살짝 역행하는 듯한 슬림핏이다.
이렇게 청바지를 고집하는 듯 하다가 코로나 휴지기에 들어서면서 인사를 할 일이 사라졌다. 그러다가 다시 패션쇼가 시작되었는데 역시 청바지를 입고 나타났다.
이건 최근의 찢어진 청바지.
그런데 드디어 2023년 남성복 패션쇼에서 블랙 조거 바지를 입고 등장했다. 시간을 흘러가며 보니까 이분도 몸이 좀 커지셨군. 바지는 살짝 반짝거리는 게 나일론 종류인 거 같다.
로에베의 조나단 앤더슨도 JW 앤더슨과 크게 차별화되어 있지는 않다. 비슷하게 청바지에 크루넥이다.
2023 SS에서는 상당히 밝은 착장.
하지만 2023 FW에서는 조거 팬츠에 워크 점퍼도 걸치고 나왔다. JW 앤더슨 쪽에서는 리바이스 웨스턴 데님 셔츠였는데 워크 재킷이니까 뭔가 나름의 일관성이 있는 것도 같다. 아무튼 이런 거 보는 재미도 있다 정도로 마무리. 위 사진은 모두 보그닷컴의 패션쇼 커버리지(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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