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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클라바에 대한 약간의 의문

by macrostar 2022.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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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클라바는 얼굴을 뒤덮는 마스크를 말한다. 원래는 울 니트로 만들었다는 데 지금은 플리스, 다운, 고어텍스 등 다양한 소재들이 활용된다. 얼마 전 이야기 한 볼끼, 남바위(링크)와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 바라클라바라고 하면 뭔지 잘 모를 수 있는데 스키 마스크라고 하면 조금 더 상상이 잘 된다.

 

 

사실 바라클라바는 지역 이름이다. 지금도 러시아가 전쟁을 벌이고 있는 크림 반도에 바라클라바라는 곳이 있다. 지도 찾아보면 발라클라바라고 나온다. 1800년대 말 영국, 오스만투르크, 프랑스 연합군과 러시아 간의 크림 전쟁 중에 있었던 바라클라바 전투에서 이름이 나왔다. 당시 영국군의 활약이 상당해서 나중에 여러 이야기에서 등장한다.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횡대로 길게 서서 열심히 싸워 상대를 착각하게 만드는 씬 레드 라인이라는 군대 용어도 바라클라바 전투에서 나왔다.

 

 

어쨌든 당시 20,000만 여명의 영국군이 참전했는데 추운 곳에 전쟁하러 간다고 얼굴을 감쌀 수 있는 마스크를 가족들이 뜨개질로 떠서 보내줬다고 한다. 그래서 잘 싸웠던 건지도 모르겠다. 당시에는 바라클라바라는 이름으로 부르진 않았는데 꽤 요긴했던지 전쟁이 끝난 후 고향에서 바라클라바 때 쓰던 마스크, 바라클라바에 보냈던 마스크, 바라클라바 마스크 이러다가 이름이 바라클라바가 되었다.

 

여기서 약간 의문이 있는데 바라클라바는 세바스토폴 근처에 있는 지역이다. 전쟁이 일어났던 건 1854년 10월 말. 대표적인 예로 런던과 세바스토폴의 평년 기후 비교다.

 

 

보다시피 거의 비슷한데 런던이 1도 정도씩 온도가 낮고 비는 더 많이 내린다.

 

 

당연하지만 크림 반도는 영국보다 남쪽에 있다.

 

우크라이나의 기후를 찾아보면 대륙성 기후인데 남쪽으로 내려가면 아열대성 기후, 지중해성 기후가 나타난다. 뭐 이런 걸 몰랐다고 쳐도 일단 내륙의 남쪽으로 가는 데 왜 영국인들은 이들에게 울 니트 마스크를 씌워 준걸까. 추위가 문제였다면 영국에서 먼저 쓰고 있지 않았을까? 누가 겨울에 크림 반도를 다녀왔다가 거기 굉장히 춥다느니 이런 이야기를 한 걸까? 아무리 봐도 앞뒤가 좀 안 맞잖아. 잘 싸웠다니 겸사겸사 이름을 붙여줬을 수는 있겠다.

 

그 전에도 비슷하게 생긴 용품이 있었을 거 같긴 한데 자세한 이야기는 모르겠고 폴란드 군과 프러시안 군이 사용하던 울란(Uhlan) 모자가 거의 비슷하게 생겼다. 이것도 19세기부터 사용했다 하니 러시아군 - 추워서 울란이라는 걸 쓴대 - 우리도 비슷한 걸 만들자 이렇게 된 걸 수도 있다. 위 유래는 의구심이 좀 있지만 확실한 건 1800년대 말 쯤이 되면 바라클라바가 니트 얼굴 마스크를 일컫는 단어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 정도다.

 

참고로 패션에서 바라클라바는 2018년 정도부터 패션 위크나 베트멍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했던 거 같다. 한창 때에 비해 한풀 꺾인 거 같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많이 볼 수 있다. 아무래도 여성용이 많고 밝고 귀여운 색으로 만든 게 많다. 왜냐하면 위협적이고 범죄를 연상할 수 있기 때문이고 건장한 남성이 착용하면 그 영향력이 배가되기 때문이다. 물론 은행을 털거나 테러를 저지르는 여성이 없지는 않을테고 귀여운 복면 쓰고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영화를 어디서 본 것도 같은데 별 이유없이 주변을 위협할 수 있거나 범죄 피해자의 트리거가 될 수 있는 건 함께 사는 사회 속에서 결코 좋은 패션의 방식이 아니다. 신분을 감추는 일과 추위를 막는 일이 차칫 공존하지 않도록 여러 장치들이 필요하다. 범죄자 이미지 폼난다! 이런 시대가 아니잖아.

 

 

이런 이유로 바라클라바 트렌드에 대해 불쾌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에 대해 더 자세한 내용은 여기(링크)를 참고.

 

개인적으로 바라클라바는 고등학교 때 겨울만 되면 오트밀 색 바라클라바를 뒤집어쓰고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던 동기가 생각난다. 상당히 본격적인 바라클라바로 눈 구멍 두개와 입 구멍 하나만 뚫려있는 타입이었다. 영화 이런 데서만 잠깐씩 보다가 실물은 그때 처음 봤던 거 같다. 불편할 거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목표로 직진하기 위해서라면 역시 남의 눈 따위 신경 쓸 틈이 없지 이런 생각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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