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추운 겨울의 보조 방한

by macrostar 2022. 11. 14.
반응형

겨울에 뭘 입으면 따뜻할까 하는 건 언제나 머리 한 쪽 편에서 떠돌고 있는 고민 사항 중 하나다. 한 여름에도 문득, 올 겨울엔 어떻게 입으면 평화로울까 같은 걸 곰곰이 생각한다. 한국 겨울이 특징은 역시 건조하고 낮은 기온, 지독하게 찬 바람이다. 이게 온 몸의 기온을 떨어트린다. 하지만 몸통의 경우 어지간히 껴입으면 어느 정도 보온이 된다. 다리, 발 그리고 특히 얼굴에서 목으로 이어지는 부분이 가장 큰 문제다. 온 몸이 따뜻해도 얼굴, 목, 귀가 차가우면 그냥 춥다.

 

 

예를 들어 이런 옷은 한국 겨울을 위한 옷이 아니다. 저 목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온 몸을 식힌다. 저 목 털이 반대로 뒤집혀져 있으면 훨씬 요긴할 듯. 

 

 

차라리 이게 낫다. 어깨를 폈을 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을 때 목과 턱 부분에 찬 바람이 들어오지 않아야 몸을 웅크리지 않을 수 있다. 나처럼 추우면 웅크리고 있고 몸이 잘 안 돌아서 계속 채하는 사람에겐 중요한 문제다. 파타고니아의 다운 스웨터는 생긴 거에 비해서 아주 따뜻한 소재지만 찬 바람이 불면서 영하 10도, 20도 떨어지면 그냥 통으로 식어버린다. 그렇다고 등산할 때는 더워서 못 입음. 휴식용. 클라이밍 등 보다 정적인 운동에 보조 보온재로 적합할 거 같다.

 

 

이 정도면 일상에서도 추위 걱정은 딱히 없을 듯. 목과 얼굴 아래 부분을 3중으로 막고 있다. 그러고도 가벼울 거 같다.

 

아무튼 얼굴과 목에 밀어닥치는 찬 바람이 문제인데 한복 복식 중에 볼끼와 남바위라는 게 있다.

 

 

볼끼는 말하자면 귀, 턱 덮개다. 이걸 찾아보면 리본을 아래로 하는 경우도 있고 위로 하는 경우도 보이는데 정석이 뭔지는 모르겠다. 예전 사진 봐도 그냥 맘대로 착용하는 듯. 하지만 일단은 위로 하는 게 좋은 거 같다.

 

 

왜냐하면 남바위와 세트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좀 장식이 있는 데 겨울 방한 도구로 남녀 모두 사용했다고 한다. 둘을 합치면 턱 부분부터 머리 위까지 완전 방어가 된다. 

 

 

이렇게 세트인 것도 있음. 이외에도 조바위, 아얌, 풍차, 만선두리, 휘향 여러가지 얼굴 방한 도구들이 있다. 여기서 추위가 만들어 내는 문제가 어딘지 역시 잘 알고 계셨던 거다. 뒷 부분이 막혀 있기 때문에 겨울에 후드 뒤집어 쓰고 다니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 재미있는 점은 거의 모두가 윗 부분이 뚫려있다. 꽁꽁 둘러싸도 정수리 부분 정도는 환기를 위해 뚫려 있는 게 낫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열이 빠져나가는 부분을 확보하는 건 중요한 문제다. 

 

남바위는 조선 시대 최고 사치품 중 하나였다고 한다. 왜냐하면 저 털 부분이 담비, 족제비, 수달, 양, 토끼 등 모피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털로 사용할 수 있는 게 저런 거 밖에 없었기도 하다. 아무튼 이 중 담비와 족제비 털이 최고 사치품으로 사회 문제가 되어 상소도 막 올렸다고 하고(물론 동물이 불쌍해서가 아니라 저렇게 비싸고 좋은 걸 쓰는 게 짜증났겠지), 보통은 토끼나 양의 털을 사용한 게 많았다고 한다. 요새 같으면 플리스 이런 걸로 만들었겠지. 윈드스토퍼, 고어텍스 인피니엄 등으로 바람을 막아줄 수 있는 겉감을 쓰면 효과가 높아질 거 같다. 딱히 고어텍스는 필요없는 게 머리통 위가 뚫려있으니까 열기와 습기는 위로 빠진다. 대신 눈이나 비가 오면 우산을 써야 함.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현대의 아이팀으로 트래퍼 햇, 소위 군밤 장수 모자가 있는데 이건 턱과 목 부분이 취약하다. 바라클라바도 괜찮지만 쉘의 바람을 막는 기능이 떨어진다. 아무튼 옷, 보온 도구라는 건 그 나라의 환경에 맞게 발전할 수 밖에 없는 거 같다. 딴 데서는 의아해하지만 여기에 오면 롱 패딩 만한 게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의 겨울 추위에 맞는 디자인 방식이나 세세한 방한 액세서리들이 앞으로 많이 나오길 기대함.

반응형

댓글